마감을 하며

디지털 미니멀리즘과 블랙 팬서

디지털 미니멀리즘의 본질을 캐면서 두 편의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마블 히어로를 다룬 〈블랙 팬서〉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 〈블랙 팬서〉에서는 와칸다 왕국에만 존재하는 희귀 금속 비브라늄이 이야기 전체의 핵심 역할을 합니다. 비브라늄의 힘은 막강합니다.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만들 만큼 단단하고, 신비스러운 상처 치유 능력도 지녔습니다. 이것만 손에 쥐면 세계 최강의 무기도 만들 수 있고, 삶과 죽음까지도 조절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죠. 덕분에 와칸다 왕국은 눈부신 과학 발전을 이루고 삽니다만, 겉으로는 세계 최빈국으로 위장합니다.

와칸다 왕국은 비브라늄을 지키는 것을 자신들의 숙명으로 여깁니다. 영화에서는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지만, 이들의 삶의 모습을 보면 이유가 보입니다. 이들은 온 가족이 모여 살면서 농사 지어 밥을 손수 해 먹고, 여가 시간에는 한가로움을 그저 즐깁니다. ‘인간다움’의 극대치를 추구하는 삶이죠. 비브라늄이라는 막강한 무기는 바깥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세계 정복도 가능하지만, 그 위험한 잠재력을 알기에 꼭꼭 숨겨놓습니다.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암울한 현실과 환상적인 네트워크 세상을 대비해서 보여줍니다. 빈궁한 현실과는 달리 가상세계 ‘오아시스’에서는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 도피하듯 오아시스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지요. 오아시스의 창시자이자 괴짜 천재는 미션과 함께 어마어마한 상금을 내겁니다. 우승자에게는 오아시스의 소유권을 포함해 막대한 유산을 남기겠다고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미션에 매달리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맙니다. 가장 난해한 문제의 해답은 의외의 곳에 있었습니다.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거꾸로 가야 했던 겁니다. 모두가 ‘빨리빨리’ ‘앞으로’ 내달릴 때, 이 거대한 네트워크 창시자는 ‘천천히’ ‘과거로’ 돌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손으로 만질 수 있고, 생명성이 가득하며, 실재하는 존재들의 진짜 삶(Real life) 속으로요.

얘기가 길어졌습니다만, 두 영화가 신기하리만큼 같은 메시지를 갖고 있지요. ‘과학기술의 진보가 무조건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다’ ‘생명성이 살아 숨 쉬는 오프라인 세상보다 귀한 건 없다’ ‘삶의 본질을 놓치지 마라’ … 둘 다 네트워크 생태계가 정점을 이뤄가는 2018년에 개봉했다는 점도 의미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책 《사피엔스》에서 인류를 향해 서늘하게 경고합니다. 과학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지, 그 기술이 과연 인류의 행복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기술 과부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커지면서 디지털 미니멀리즘이 삶의 철학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삶의 가치에 도움이 되는 온라인 기기와 도구만을 신중하게 선택해 사용하는 기술 활용 전략입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부는 ‘디지털 디톡스’ 열풍이 반갑습니다.
  • 2019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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