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니멀리즘

온라인에 부는 디지털 디톡스 챌린지 열풍

SNS 끊고 살아보기

재런 러니어는 ‘가상현실’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만든 인물이다. 치료용 ‘아바타’를 최초로 개발하고, 의료 수술 시뮬레이션 응용 프로그램을 도입한 컴퓨터 과학자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그는 ‘가상현실의 아버지’ ‘디지털 휴머니스트’로도 불린다. 최근 그가 책을 펴냈다. 제목은 《지금 당장 당신이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 부제는 ‘실리콘밸리 구루가 말하는 사회관계망 시대의 지적 무기’다. 그는 자유의지를 잃을 수 있다는 점, 진실을 훼손한다는 점, 공감 능력을 없앤다는 점 등을 들어 SNS를 중단해볼 것을 권유한다. 이 책을 읽은 물리학자 이종필은 SNS 중단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스마트폰이 한국에 도입된 직후 나는 트위터를 시작했고 아주 열심이었다. 그때 ‘트친’이었던 사람들과 함께, 트위터가 우리의 도덕 불감증을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부끄러움이나 죄책감은 덜어준다고 우려했다. 어떤 이슈에 대해 단지 남의 트윗을 리트윗하는 것만으로 내가 할 일을 다 했다고 자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자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월든 숲으로 간 이유’를 담은 책 《속도에서 깊이로》에는 “디지털 맥시멀리즘 세상에 입구는 거대하지만 출구는 없다”는 탄식이 나온다. 어디까지가 군중의 의견이고, 어디까지가 내 의견인지 모른 채 클릭 몇 번으로 세상을 다 안 것처럼 느낀다고 말이다. 이에 저자 윌리엄 파워스는 말한다. 이제 출구를 찾을 시간이라고.


디지털 디톡스 챌린지, 출구를 찾다


현재 SNS에는 ‘SNS를 끊어보겠다’는 챌린지가 왕왕 보인다. SNS 한 달 끊기에 도전하고 후기를 올린 ‘승승’의 블로그를 보면, 처음에는 금단 현상을 두려워하고 친구들과 멀어질까 고민했지만 한 달 후에 보니 단점보다 좋은 점이 훨씬 많았다고 했다. 그가 정리한 좋은 점은 이렇다.

첫째, 무의식중에 들어가던 SNS를 줄인 것만으로도 시간 낭비가 줄었다.
둘째, 남의 인생을 궁금해하지 않게 됐다.
셋째, 비교를 하지 않으니 자존감이 낮아지지 않았다.
넷째, 그래서 기준은 내가 되었다.

블로거 ‘딸기잼’은 SNS 한 달 끊기를 한 후, 뒷담화를 가장한 악플을 달고 싶은 욕구나 나의 우울을 전시하고 싶은 욕구가 적어졌다고 했다. 대신 그는 자기만의 방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의 결론은 SNS에 자신을 쏟아붓던 시간에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은 안 했다는 걸 알게 됐고, 덕분에 지난 한 달은 ‘나 자신을 좀 더 아껴줬던 한 달’로 기억된다는 것. 앞으로도 SNS에는 자주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다.


협성대학교 SNS 홍보단에서는 ‘일주일 동안 SNS 3대장(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을 끊어봤다’는 체험기가 화제다. 여기에 참여한 대학생은 “하루 종일 SNS를 접속해서 피드를 새로고침 하다가 다 훑어보고 앱을 닫은 후, 5분도 안 돼 다시 접속하는 나를 보고 챌린지를 시작했다”고 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그는 “신기하게도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소감을 남겼다. “예전에는 SNS를 아예 안 보고 사는 사람들은 어떤 재미로 사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SNS가 엄청난 게 아니었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모으는 ‘#아날로그릴레이’에는 ‘스마트폰 없이 떠나는 나들이’ ‘아날로그를 고수하는 나만의 무엇’ 등에 대한 게시물이 올라온다. 참여한 사람은 함께할 친구를 지목해 챌린지에 동참하도록 한다. 한 인스타그래머는 오래된 카세트테이프 사진을 올리며 이렇게 적었다.

“#아날로그릴레이 덕분에 서랍 구석에 있던 오래된 친구를 이렇게 다시 보게 되네요.”
  • 2019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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