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니멀리즘

충주시 공무원 조남식

디지털에서 더 빛난 아날로그

글 : 서경리 기자  / 사진 : 조선DB 

충청북도 충주시, 인구 20만여 명의 중소 도시가 온라인에서 연일 화제다. 충주시청 페이스북 커버 사진이 시작이었다. 검정 바탕에 노란색 궁서체로 ‘충성할 때 충! 충주시청’이라고 쓰인 낙서 같은 글이 전면에 걸렸고, 윈도 그림판에서 대충 그린 듯한 포스터가 지자체 홍보물로 돌아다녔다. 고구마 축제에서는 ‘고:고구마, 구:구우면, 마:마시쩡’ 삼행시 포스터로, 지역 옥수수 홍보물에서는 ‘옥수수 털어도 돼요? 털지 말고, 잡수세요’ 등 공공기관 홍보물이 맞나 싶은 B급 감성의 게시물에 젊은 세대가 열광했다.

이 일들을 벌인 주인공은 조남식 충주시청 주무관이다. 2016년 7월 그가 시 SNS 홍보를 맡아 제일 먼저 한 일은 흔하디흔한 풍광 사진을 지우는 작업이었다.

“시청 페이스북 커버 사진이 산, 강, 탑이 있는 자연 풍경 사진이었어요. 시 명칭만 가리면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더군요. 보통 SNS 사용자들은 한 화면을 3초 동안 본다고 해요. 3초 안에 볼 건지, 안 볼 것인지 결정한다는 거죠. 그래서 일단 사람들에게 ‘충주시’라는 브랜드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색 대비가 가장 잘되는 검은색 바탕에 노란색 글자로 ‘충주시청’이라고 썼습니다.”

필요 없는 것은 걷어내고 핵심만 남기는 그의 ‘3초 전략’은 통했다. 충주시청 페이스북 팔로어 수는 지난 1년 사이 두 배 넘게 늘었다.


3초의 법칙, 디지털 피로감을 줄이기 위한 노력


“요즘은 워낙 SNS를 이용한 광고나 가짜 뉴스가 범람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믿고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을 찾아 헤매죠. 필요 없는 정보를 줄이고 짧은 글이나 한 장의 포스터로 정보를 전달해 디지털 사회에서 느끼는 피로감을 줄이려 노력했습니다.”

뜻밖에도 조남식 주무관은 이 일을 맡기 전까지 SNS에 글을 올려본 적도 없는 ‘아날로그’의 삶을 살았다. TV는 가끔 보지만 드라마나 예능에도 관심 없었다. 그는 휴대폰도 알뜰폰을 쓴다. 전화와 업무상 필요한 카카오톡, 달력 외에는 사용하는 앱이 거의 없다. 스마트폰을 자주 보느냐는 질문에 “SNS 홍보를 담당할 때는 댓글이나 ‘좋아요’를 실시간으로 자주 확인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치워뒀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퇴근 후에는 운동하거나 책을 읽고, 가족과 오랜 시간을 보내려 노력한다.

“우리 삶은 순간이 모여 만들어지잖아요.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을 보느라 지금 이 순간 가족들의 표정, 목소리를 보고 듣지 못하면 얼마나 아깝겠어요? 지금이라도 고개를 들어서 오늘 하루 풍경을 봐야 합니다.”

단순하게 사고하기. 그리고 디지털 기기가 아닌 사람과 눈 맞추기. 자신만의 아날로그적 삶에 집중하는 조남식 주무관의 홍보 방식이 디지털 공간에서 더 부각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 2019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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