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을 하며

BTS와 들뢰즈

모든 성공 드라마는 감동적이지만 BTS(방탄소년단)의 성공 드라마는 감동의 온도가 달랐습니다. 가슴 밑바닥 저변에서 올라오는 뜨거움이라고 할까요. 울컥, 하는 일회성의 감동이 아닌, 두고두고 식지 않는 뭉근한 따스함이었습니다. 작은 기획사의, 외국 유학파 한 명 없는 한국 토종 일곱 청년이 만들어가는 성공 방정식은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새로웠습니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 철학의 전문가인 이지영 세종대 교수는 《BTS 예술혁명》에서 BTS의 성공을 들뢰즈의 ‘리좀(Rhizome)’ 개념으로 풀어냅니다. ‘리좀’은 가지가 흙에 닿으면 뿌리로 변화하는 지피식물로, 단일한 중심 없이 끊임없이 가지를 치며 번져 나가는 속성을 상징합니다. 예술도 마찬가지여서, 고정불변의 예술 양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따라 새로운 예술 방식이 끊임없이 탄생한다는 것이지요. 이지영 교수는 고통과 단절, 외로움과 억압 같은 우리 시대의 공통 감각과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풀뿌리 네트워크가 만날 때 새로운 예술혁명이 탄생하는 잠재력이 생기는데, 이 예술혁명이 BTS에서 발현됐다고 분석합니다.

BTS 예술혁명에서 중요한 것은 ‘자발성’입니다. 누군가 의도를 갖고 자의적으로 만들고 퍼뜨리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퍼져 나간다는 겁니다. 주목할 부분은 팬덤 아미(ARMY)의 특성입니다. 아미는 스스로 움직입니다. 중심부도, 실체도 없지만 전 세계 아미들은 자발적으로 BTS가 전하는 ‘선한 영향력’을 전파합니다. 특히 미국 아미들의 화력이 대단하더군요. 진입 장벽이 높은 미국의 라디오를 뚫기 위해 이들은 각 지역별로 빌보드 차트에 반영되는 라디오 방송국을 조사하고 분석한 후, 해당 방송국에 체계적으로 선곡을 요청합니다. 선곡됐을 때의 매뉴얼, 거절당했을 때의 매뉴얼, BTS를 모를 경우의 대응 매뉴얼 등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합니다. 미국 라디오 DJ들이 “아미들은 진짜 놀랍다, 다르다” “겸손하고 예의 바르고 친절하다”며 ‘엄지 척’ 내세우는 건 당연합니다.

아미 문화를 들여다보면 비영리단체의 캠페인과 유사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들은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BTS다움’ ‘ARMY다움’을 전파해나갑니다. 그래서 아미들은 “BTS는 음악의 방식을 넘어 삶의 방식”이라고까지 표현하더군요. 실제로 아미가 된 후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간증’이 전 세계 곳곳에서 들립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마음, 척박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받아들이되 최대한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는 마음, 끊임없이 노력해 가치 있는 결과를 이뤄내길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요.

초등 6학년생인 저희 아이도 아미입니다. 이 아이가 아미가 되면서 크게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매끈한 아이돌 멤버와 비교하면서 외모 열등감에 시달리던 아이가 아미가 되면서 이 열등감이 거짓말처럼 싹 사라졌습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BTS 형들의 반복적 메시지의 영향이 큰 듯합니다. RM의 말대로, BTS는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 2019년 06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07

201907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07

event
event 신청하기
영월에서 한달살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