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그들

칼 융으로 읽는 BTS의 빛과 그림자

내가 기억하고
사람들이 아는 나
날 토로하기 위해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나

Yeah 난 날 속여왔을지도
뻥쳐왔을지도
But 부끄럽지 않아

이게 내 영혼의 지도

BTS, ‘Persona’ 中
“…해안선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고 조심스레 남쪽으로 내려가면 안전한 항해를 할 수 있는데, 방향을 돌려 서쪽 망망대해로 가면 두려움으로 가득 차게 된다. 이 미지의 세계는 미스터리의 바다다.”

《융의 영혼의 지도(Jung’s Map of the Soul)》의 저자 머리 스타인은 머리말에 이렇게 적었다. 그가 말한 ‘미지의 세계’ ‘미스터리의 바다’는 우리 영혼의 심해다. 영혼이라는 이 망망대해를 설명하는 지도를 그리겠다고 선언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칼 융이다.

칼 융은 스위스의 정신 분석학자다. 1875년에 태어나 1961년 세상을 떠난 그는 인간 영혼 내 무의식의 영역을 발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영혼 안에는 대립의 요소가 함께 작용하는데 페르소나와 그림자가 바로 그런 관계다. ‘페르소나(persona)’는 고대 그리스의 연극배우들이 쓰던 가면이다. 사회와 타인이 기대하는 모습대로 행동하고자 하는 인격을 뜻하는 말로,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드러나는 인물’이다. 반면 그림자는 감춰진 존재다. 자아가 의식적으로 거절한 부분들이 그림자가 된다.


드러난 ‘가면’, 감춰진 ‘그림자’

BTS는 이번 앨범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방시혁 대표의 권유로 이 책을 읽었다. 이 소식만으로도 책은 단숨에 인문학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15년에 출간돼 3년간 2500부 팔렸던 책이 올해만 1만 부 넘게 판매됐다. BTS의 앨범과 세계관에 영향을 준 칼 융의 심리학을 어깨너머라도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았다.

다행히 《융의 영혼의 지도》는 칼 융 전문가인 머리 스타인이 쓴 입문서로, 그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개념을 이해하는 데는 크게 난해하지 않다. 무엇보다 페르소나와 그림자의 개념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이 개념을 알고 나서 BTS의 음악을 들으면 조금 더 잘 읽힌다. 예를 들어 미니 앨범 〈MAP OF THE SOUL : PERSONA〉의 인트로 ‘Persona’에는 이런 혼란이 담겨 있다.

“나는 누구인가 평생 물어온 질문
아마 평생 정답은 찾지 못할 그 질문
나란 놈을 고작 말 몇 개로 답할 수 있었다면
신께서 그 수많은 아름다움을 다 만드시진
않았겠지”


새로운 앨범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리더 RM은 “어느 날 무대 위 조명이 너무 무서웠다. 나를 바라보는 관객도 무서웠다. 사람들이 내 표정과 행동을 밝은 곳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도망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BTS가 기록하고 있는 세계적인 신드롬은 보는 이들뿐 아니라 BTS 스스로에게도 영향이 컸다. 마치 세상을 집어삼킨 것처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시간이었다. “키가 크면 그림자가 길어지는 것처럼” 이들은 그 찬란한 빛만큼이나 그림자도 맛봤다.


페르소나와 그림자, 통합할 수 있을까?

서울 DDP에서 열린 새 앨범 발매 기념 글로벌 기자간담회. © 뉴시스
칼 융이 탐구해온 영혼의 지도는 ‘페르소나와 그림자를 통합하는’ 까다로운 문제다. 머리 스타인의 말처럼 “만일 그림자를 완전히 외면한다면, 삶은 적당할지 모르나 아주 불완전한 것”이 된다. 그림자를 외면하고 대외적인 페르소나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함정, 그 함정에 빠지면 ‘있는 그대로의 나’, 원형의 나는 잃어버리고 만다.

팟캐스트 〈융을 말하다〉에 출연한 머리 스타인은 유튜브를 통해 BTS의 유엔 연설을 여러 번 봤다고 말했다. 그는 RM이 유명인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고 진정한 자신, 소년이었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RM은 유엔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희 앨범 초기 인트로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9살 아니면 10살 때쯤 내 심장은 멈췄지’, 그 당시 저는 타인의 눈으로 저 자신을 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밤하늘 보기와 꿈꾸기를 멈추고, 사람들이 만든 틀에 저를 맞추려 노력했습니다. 심장은 멈추고 이름을 잃은 유령이 되었습니다. 저의 유일한 탈출구는 음악이었습니다. ‘일어나, 너의 목소리를 들어’라고 하는 제 안의 작은 목소리였습니다.”

그는 “BTS의 멤버가 된 후로도 많은 장애물이 있었고, 사람들은 그들에게 희망이 없다고 봤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과거와 실수를 사랑하기로 했다. 세상이 바라는 모습이나 타인의 기대치에 자신을 던지지 않고, 여전히 부족하고 실수하는 나를 소중히 여겼다. 이는 BTS의 전작인 〈Love yourself〉와도 맞닿아 있다.

BTS는 “새 앨범을 만들 때마다 어떻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우리가 언어, 외모, 성은 다 다르지만, 자신을 사랑해야 된다는 점에서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메시지는 언어와 외모, 성별과 국적을 넘어 전 세계의 아미들과 공명했다.


길을 잃지 않는 이유, 아미

RM은 “저희 그릇 이상의 것들을 성취하고 있다. 그 물이 넘치지 않게 서로를 다독인다”고 말했다. 혹자는 이들을 비틀즈와 동일시하고, 제3세계의 언어로 빌보드의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전무후무한 아이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타인의 규정에 자신들을 맡기지 않고,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나(Self)를 찾는 항해를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망망대해에서도 이들이 길을 잃지 않는 이유는 ‘아미’가 있기 때문이다.

《융의 영혼의 지도》에서 T.S.엘리엇은 이름을 세 개 가진 고양이를 언급한다. 모든 사람이 아는 이름과 몇몇만 아는 이름 그리고 자신만 아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다. BTS에게 아미는 모든 사람이 아는 BTS를 만들어준 존재인 동시에, 몇몇만 아는 그리고 자신만 아는 이름을 아는 이들이다. 방탄소년단은 앞으로 아미와 함께 영혼의 지도를 찾을 계획이다. 세계 곳곳을 돌며 자아에 대해 탐구하겠다고 말하는 이들의 세계 투어 공연의 이름은 ‘Love yourself : Speak yourself’다.
  • 2019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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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설현욱   ( 2019-06-07 ) 찬성 : 2 반대 : 0
C.G. Jung 체 게 융의 persona shadow란 얘기가 BTS 때문에 빛을 보는군.. 집사람은 결혼을 하면 스위스에 가서 살 것인줄 알았데나.. 40년도 지난 얘기이지만.. 李符永 선생님도 이제는 연세가 많이 드셨을텐데.. 가서 인사도 못드리고.. C.G.Jung전집 20여권은 지금 어느 구석에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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