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그들

LA 로즈볼 스타디움 BTS 콘서트를 가다!

직접 보지 않으면 믿기지 않는 것들

BBMAs 주요 부문 수상의 의미


직접 보지 않고는 쉬이 믿어지지 않는 일들이 있다. BTS가 팝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에서 보여주고 있는 성공이 그러하다. 지난 5월 1일에 있었던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s)에서 방탄소년단(BTS)은 톱 소셜 아티스트, 톱 듀오·그룹 두 개 부문과 스페셜 무대까지 점령하며 사실상 시상식의 주인공 대접을 받았다. 벌써 3년째 독식 중인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도 의미가 있지만 이 시상식의 주요 부문에 속하는 톱 듀오·그룹 부문의 수상은 결정적이다. 비영어권 외국 아티스트 최초의 노미네이션과 수상은 한국 대중음악의 성취일 뿐 아니라 아니라 미국 대중음악 중심부에 타격을 가한 충격적인 사건이다.

BTS가 소셜 미디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고 열성적인 젊은 층의 열광을 끌어내는, 그야말로 가장 ‘핫’한 뮤지션이라는 사실은 이제 익숙한 팩트가 됐지만, BBMAs의 주요 부문 수상을 계기로 팝의 주류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대접이 또 한 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몇 년째 계속되는 음악 시상식의 시청률 하락, 뚜렷한 차세대 스타를 발굴하지 못한 미국 시장의 현실에서 BTS는 미국 음악 산업이 원하는 스타이며, 그 유명세가 실질적인 수치로 확인되는 ‘실체’가 있는 그룹이다. 그리고 BBMAs에서의 수상은 이들의 그러한 위상이 정확한 결과로 공인됐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LA 곳곳에서 실감한 BTS의 인기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톱 듀오·그룹 두 개 부문에서 수상한 방탄소년단. © AP 뉴시스
BTS 현상은 기록이나 수상뿐 아니라 현장의 열기에서 더욱 직접적으로 확인된다. 5월 4일과 5일 양일에 걸쳐 미국 스포츠의 성지 중 하나로 불리는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Love Yourself : Speak Yourself’ 공연은 BTS의 성공이 이미 K팝이라는 카테고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음을 확인시켜줬다.

필자가 직접 방문한 이틀간의 공연은 여러모로 역사적인 이벤트였다. 로즈볼이 위치한 패서디나의 주변 교통이 이틀간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는가 하면, 평소 K팝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현지 TV와 라디오 방송에서도 이날 공연을 화제로 삼은 리포트를 계속 내보냈다.

미국에서 불기 시작한 BTS 현상이 이제는 아미를 넘어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인지도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LA 시내의 카페에서, 식당에서 그리고 대중교통 안에서 BTS를 화제로 필자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한국 대중음악은 기껏해야 흥미로운 ‘하위 문화’ 이상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BTS는 이미 그 한계를 홀로 극복하고 있다. 그것도 정교한 시스템이 아닌 음악과 퍼포먼스 그 자체를 우직하게 밀어붙여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여전히 BTS 현상의 실체는 과소평가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BTS 현상은 여전히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인기가 미국의 일반 대중이 아닌 ‘아미’라 불리는 팬덤의 힘에 의한 것이라 주장하며 그 의미를 축소하려는 이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미국 시장이 한 팬덤에 좌지우지될 만큼 호락호락한 곳은 아니지만, 만약 그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오히려 미국 음악 산업의 모순과 취약성을 드러내는 흥미로운 사례가 되는 것은 아닐까?

음악이 공짜가 된 세상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악을 소극적으로 소비하며, 이 같은 상황에서 음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더 이상 유효한 ‘음악 대중’이라 분류하기는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대중음악의 ‘인기’란 더 이상 불특정 다수의 선호가 아니라 의식적으로 팬으로서 각성한 사람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서도 규정된다고 믿는다. 음악과 공연에 돈을 투자하고, 적극적으로 취향을 드러내고, 아티스트를 옹호하고 스타의 자리에 끌어올릴 수 있는 풀뿌리 운동과 같은 흐름 말이다.

바로 BTS의 글로벌 팬덤 아미가 새롭게 이끌고 있는 음악 산업 지형이 그러하다. 아미는 놀라운 열정과 긴밀한 유대를 무기로 삼아 역사적으로 아시안에게는 단 한 번도 허락되지 않았던 미국 주류 시장의 견고한 문을 열어젖히고 있으며, BBMAs의 수상과 로즈볼의 매진 공연은 BTS와 아미가 미국 주류 시장 내에서 만들고 있는 그 거대한 흐름의 변화를 증거한 상징적인 사건인 것이다.
  • 2019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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