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을 하며

Z세대 독해법

초등학교 때 겨울방학이면 직소 퍼즐을 맞추곤 했습니다. 학원도 안 가고, 휴대폰도 없던 시절, 시간 때우기 용으로 이만한 오락거리도 드물었지요. 직소 퍼즐 맞추기엔 몇 가지 요령이 있습니다. 일단 네 귀퉁이를 찾습니다. 그러고 나서 단을 분류하고 색깔별 뭉텅이를 만들어놓습니다. 150피스에서 시작해 300, 500, 1000피스까지 난이도를 점점 늘려나가지요.

이번 달 톱클래스에서 스페셜 이슈 ‘Z세대는 누구?’를 다루면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 출생)가 1000피스짜리 직소 퍼즐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X세대가 300피스짜리 퍼즐이라면, Y세대는 500피스 정도였습니다. 피스 하나하나를 맞춰가다 보면 큰 그림이 어느새 보이면서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하지만 1000피스는 딴 세상입니다. 바로 다음 단계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난이도가 높습니다.

멀리서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다 다릅니다. 조각이 많을뿐더러 조각 하나하나를 봐도 도무지 정체를 알기 힘듭니다. 색도 다양하고, 이 끝과 저 끝이 완전 반대 색깔인 경우도 허다합니다. Z세대 연구에서는 이들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거대하고 강력하며 까다로운 세대’ ‘정의할 수 없는 세대’ ‘즉각적으로 소통하고 반응하는 세대’ ‘무민(無mean) 세대의 끝판왕’….

그런 면에서 ‘유튜버들의 꿈의 소속사’인 샌드박스네트워크 사명에서 이들 세대의 속성을 읽습니다. Z세대는 샌드박스와 닮았습니다. 모래성처럼 쉽게 쌓고 쉽게 무너뜨릴 줄 알며, 쌓고 무너뜨리기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기존 세대가 설계도를 그리고 철골을 세워 콘크리트를 바르는 사이, 이들은 이미 ‘이게 아닌가 벼’ 하며 쌓은 모래성을 무너뜨립니다. 신속하고 즉각적인 행동력과 의사 결정력을 가졌지요. 이들이 만들어가는 트렌드는 울트라 초스피드입니다. 기성세대가 미세한 흐름을 뭔가 감지했다면 무조건 따라서 ‘저지르고’ 볼 것을 권합니다. 지켜보고 분석하면서 시나리오별 경우의 수를 계산하다간 뒷북칠 확률이 높습니다.

이들은 다름을 알고 솔직함을 중시합니다. 샌드박스네트워크 이필성 대표의 말처럼 Z세대는 “스스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 줄 아는 세대”이자, ‘Z세대의 목소리 놀이터’ 스푼 라디오 최혁재 대표의 말처럼 네트워크 공간을 번지르르한 자랑질의 배틀 그라운드로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툭 터놓고 얘기하고 공감할 줄 알고, 재미를 위해선 스스로를 희생해 기꺼이 망가집니다.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할 줄 알다 보니 ‘미안함’과 ‘고마움’을 입 밖으로 내는 데 자연스럽고요.

한편 이들은 가성비를 따지는 실속파 세대인 동시에 공동체 의식을 장착한 세대이기도 합니다. 동급 최저 가격을 위해서라면 해외 구매 대행이나 배송 기간이 한 달씩 걸리는 알리바바 이용에 능숙한 짠돌이 세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대의명분에는 소셜 펀딩을 통해 주저 없이 돈과 마음을 쓸 줄도 압니다. Z세대에게서 기분 좋은 희망을 읽습니다.
  • 2019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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