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을 하며

토닥토닥 피로증

“쉿! 하고 있으세요.”
“내 말이 그 말이야!”


이번 달 스페셜 이슈로 ‘어쨌거나 노력’을 다룬다고 하자, 이런 반응들이 돌아왔습니다. 크게 두 부류더군요. ‘아직은 때가 아니다. 위로가 더 필요하다’는 쪽과 ‘토닥토닥 동어 반복 이제는 지겹다. 다른 말을 할 때가 됐다’는 쪽.

서점가는 여전히 힐링 에세이가 대세입니다. 연노랑, 연분홍, 연주황 등 은은한 파스텔 톤으로 감싼 따스한 책들이 말을 걸어옵니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모든 순간이 너였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눈치채셨겠지만, 이 책들은 2018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5위권의 도서입니다. 젊은 세대가 책을 읽지 않는다는 한탄이 커지지만, 서점가의 파워는 2040세대가 쥐고 있는 듯합니다.

‘위로’가 대세인 시대, ‘노력’은 금기어처럼 치부되는 분위기입니다. ‘노오오오력의 배신’을 겪은 세대에게 ‘그럼에도 노력’ ‘어쨌거나 노력’을 꺼내드는 건 약간의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분위기 파악 못 하는 꼰대나 악덕 어른처럼 비칠 수도 있겠고요. 2040세대가 겪어내는 필연적인 아픔을 외면하자는 건 아닙니다. 경제성장판이 닫힌 기회 상실의 시대이고, 부실한 사회안전망 안에서 개별자로서의 불안을 감당해야 하는 시대임은 분명합니다.

네 잘못이 아니라고, 이런 시대에 애쓰느라 얼마나 수고했냐고, 토닥토닥 위로해주는 건 오히려 쉽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위로, 그다음의 이야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알면서도 애써 못 본 척하는 것들에 대해서 말입니다.

이번 달 는 ‘노력’에 확대경을 들이대 봤습니다. 시선을 바깥이 아니라 안으로 집중해 자기 안의 엔진 가동에 충실한 사람들을 다뤘습니다. 사회가 정해놓은 틀이 아니라 자기가 정한 기준과 가치 성취로 빛나는 이들, 원래 성실한 이들이 아니라 자기 안의 뾰족한 기준으로 대전환을 맞이한 이들을 담아봤습니다. 저질 체력에서 마녀체력으로 거듭난 출판인 이영미 씨, 복서 출신 자퇴생이었다가 애니메이션 1000번을 보고 영어도사로 거듭난 신왕국 씨, 습관성형으로 다른 삶을 살게 된 이지수 씨 등이 그들입니다.

최인아책방 최인아 대표는 위화의 책을 통해 ‘엉덩이의 힘’을 강조하고,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성공에 왕도는 없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박항서 매직’ 비결을 전합니다. 이어령 교수는 “실패는 좌절이 아니라 도전”이라며 마르지 않는 지적 욕망의 가치를 유언처럼 들려주고, 30세 청년 셰프 최병석 씨는 요리에 바친 3만 시간의 힘을 피력합니다.

‘노력해도 안 된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퍼지고 용인되는 분위기이지요. 이 말이 게으름이나 의지 박약의 면죄부로 악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보답받는 세상, 그런 세상이 진짜 공정한 세상이고 좋은 세상이니까요.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 2019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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