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노력

이영미 출판인

저질 체력의 에디터, 마흔에 철인 되다

© 남해의 봄날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마녀체력》을 쓴 이영미 작가는 100여 권의 책을 만든 13년 차 출판 에디터다. 책 만들기로는 잔뼈가 굵었지만, 실제 뼈는 허약했다. 책을 만드는 ‘정신노동자’에게 ‘저질 체력’은 당연한 일이라 여겼다. 그러나 그의 나이 마흔이 되던 해, 정신의 힘도 육체에서 나온다는 걸 깨달았다. 출근하기 전에는 동네 수영장에서 물살을 헤쳤다. 퇴근 후에는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마흔이 넘어 시작한 운동은, ‘남들보다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제보다 튼튼한 나’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시장에 갈 때는 자전거를 탔다.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한 운동이 ‘철인 3종’까지 이어질 줄 몰랐다.

“… 처음엔 마음에 작은 파문 하나가 일었을 뿐이다. 그것은 자꾸만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갔고, 그로 인해 몸부터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달라진 몸이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면서 가히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할 만큼 완전히 딴 사람으로 살고 있다. 내 몸이 서서히 강해지는 동안, 하나둘 행동이 바뀌고 이런저런 생각이 변하면서 그리하여, 인생이 완전히 달라진다… 달리기는 어른, 여성, 엄마의 틀 안에 가둬놓았던 내 몸을 자유롭게 풀어놓는 독립 선언이었다.”

그는 이후 트라이애슬론 경기 15회, 마라톤 풀코스 10회를 완주한 강철 체력이 되었다. 이 기록은 숫자가 아니다. 이제 그는 산골 어디서든 텐트를 치고 잠을 청할 수 있고, 흙탕물에도 온몸을 던질 수 있는 ‘자연인’이 되었다. 체력이 강해지자 일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마음의 근육도 단단해졌다. 요컨대, 그가 하는 일과 일이 주는 스트레스는 그대로였지만 일을 대하는 그의 근력이 달라져 있었다.

“운동을 시작하고 대회라는 걸 나가면서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숱하게 부딪치고, 넘어지고, 다치고, 포기했다. 그러면서 남들보다 뒤떨어지는 분야가 있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 저질 체력에다 늦게 운동을 시작했다는 핸디캡이 내게는 오히려 약이 되었다. 처음부터 순식간에 잘할 거라고 마음먹었다면 제풀에 지쳐 시들해졌을 것이다.”


실패도 달리 보이기 시작


실패에 대처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전에는 실패가 그의 영혼을 잠식했다면, 이제는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이 생겼다. 그는 한 출판사의 리더로 있다가, 다시 편집자로 돌아오는 경험을 한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운동하기 전의 그였다면 ‘자존심 때문에’ 허락하지 않았을 일도, 이제는 ‘새로운 길을 낸다’는 심정으로 견딜 수 있게 됐다. 이후 그가 만든 책은, 위기에 빠졌던 출판사에 활로를 낸다. 그가 편집자의 자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제풀에 포기했다면 얻을 수 없는 기쁨이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우리를 보고 있는 것은 남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다. 마음속에 CCTV를 설치해 놓고 자신을 감시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세상의 중심에서 자신을 조용히 내려놓는다면,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어리석은 일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체력이 강해지면서 마음은 더 너그러워졌다. 특히 스스로를 바라보는 마음이 그랬다. 그는 이제 전에는 하지 않았을 빨간색 브리지 염색도 해보고, 화려한 옷도 입어본다. 생각만큼 ‘남들이 나에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자각은, 스스로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자전거를 타며 느끼는 자유가 아이를 독립적으로 만든다면, 어른이 되어 자전거를 타면 다시 아이가 된 듯한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자전거를 자주 타는 사람이라면 동감할 텐데, 언제든 자전거를 타면 그리운 행복을 불러일으킨다.”

현재 그는 자신을 소개하는 말에 ‘작가 이영미’라 쓰고 뒤에 ‘트라이애슬릿’이라고 붙인다. 그리고 ‘인생학교 서울 교감’으로 임하면서, 사람들에게 자신이 찾은 삶의 비밀을 나누고 있다.
  • 2019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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