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과 (간직)

떡집 ‘조복남’ 김도훈, 정재헌 대표

이름은 할머니, 입맛은 신세대

글 : 이선주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고교 동창생인 정재헌 대표(왼쪽)와 김도훈 대표는 그저 “함께 일을 해 보자”는 생각으로 의기투합했다.
조복남 떡집은 젊은 층의 쌀소비를 촉진한 공을 인정받아 농식품부가 주관하는 ‘米스코리아’에 뽑혔다.
치즈의 풍미가 진하게 풍기는 치즈소보로인절미, 코코아 파우더를 넣어서 찐 후 말차 가루를 잔뜩 묻힌 말차인절미, 모양이나 코코아 향이나 브라우니 같아 보이지만 달지 않고 쫀득쫀득한 초코찰떡브라우니….

떡에 무슨 짓을 한 거지? 떡집 ‘조복남’에서는 평범한 떡을 찾기가 오히려 어렵다. 재료든 만드는 방법이든 뭔가 새롭게 시도해서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그 때문인지 2018년 3월 문을 열자마자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떡보다는 빵을 좋아하던 20~30대가 가장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무역센터점, 신촌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등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면서 한 달 매출 8000만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조복남’을 운영하는 두 남자 김도훈(32), 정재헌(32) 대표를 만났다. 떡집을 열기 전까지 두 사람은 떡과 별로 상관없이 살았다. 부산에서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 사이인 이들은 2005년에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김도훈 씨는 연세대 심리학과에 입학하고, 정재헌 씨는 가수가 되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김도훈 씨는 대학을 졸업한 후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하지만 기업문화에 회의를 느끼다 나온 후 연세대 정보대학원에서 디지털경영을 전공하고 IT 관련 창업도 해보았다. 정재헌 씨는 갖가지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해결하면서 수없이 오디션을 보고 거리 공연을 하다 스물여섯 살이 되자 ‘돈을 벌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장남으로서 ‘나 좋은 일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음악은 사업으로 성공한 다음에 다시 도전하기로 하고 압구정동 삼겹살집 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외제 차에 여자 친구를 태우고 오는 손님을 보면 제 처지와 비교되어 우울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자기계발서나 인문학 책을 읽으면서 나를 채우고 성장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일하던 삼겹살집은 손님들이 줄지어 기다릴 정도로 장사가 잘되었어요. 왜 이렇게 잘될까 관찰했더니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습니다. 손님을 진심으로 대하면서 조그만 것이라도 챙겨주려고 했죠. 장사 노하우는 그곳에서 다 배운 것 같습니다.”


연대 나온 IT 전문가, 가수 지망생 두 친구


식당일을 하면서 열정과 능력을 인정받은 정재헌 씨는 지분을 가지고 분점을 운영하거나 본사에서 관리자로 일하면서 차곡차곡 사업 경험을 쌓았고, 김도훈 씨는 대학원 졸업 후 의류 관련 플랫폼을 만드는 등 IT 관련 사업을 했다. 서로 가는 길은 달랐지만 자주 만나 의리를 다지던 두 사람은 2017년 여름부터 ‘함께 새로운 일을 해보자’고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서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부담 없이 아무 말이나 하면서 브레인스토밍을 할 수 있었다.

이들이 생각한 사업은 엉뚱하게도 떡이었다. 간편하지만 든든하게 요기할 수 있는 떡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팔아보자고 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추어 사업으로 키울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일단 떡에 대해 알아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맛있기로 이름난 경기떡집에서 일을 도우면서 배웠다.

“‘최고의 재료로 정성껏 만들면 맛있다’는 기본을 배웠습니다. 떡 만드는 일 못지않게 우리나라 식자재에 관한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으려는 게 그 때문이죠. 쫀득쫀득한 떡을 만들기 위해 전통 방식대로 떡메를 치기도 합니다. 뭐든 저지르고 보는 실험정신이 우리가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는 떡을 만들자’는 원래 생각대로 백설기 위에 떡갈비를 올린 떡 초밥을 만들었고,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춰 새로운 떡을 계속 내놓았습니다. 딸기바나나주스를 마시다가 둘의 조화에 감탄해 딸기와 바나나가 들어간 떡을 만드는 식이지요. 초콜릿과 녹차가 잘 어울려서 초코녹차설기도 만들었습니다. 소보로빵 같은 식감의 소보로인절미는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어요. 쌀가루를 구워서 소보로를 만들었는데, 시식할 때부터 반응이 좋았습니다. 감자, 카레 등 온갖 재료를 넣어서 계속 실험하고 있어요. 우리가 오랫동안 떡을 만들어온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틀에 얽매이지 않고 갖가지 실험을 하면서 새로운 떡을 내놓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집에서 떡을 만들어 먹던 조상들도 우리처럼 하지 않았을까요?”

정재헌 씨는 “우리가 만들 떡이 2억 5000가지”라고 장난스레 말한다. “빵 투어를 다닐 정도로 빵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런 젊은 층이 떡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면서 강요할 게 아니라 그들이 좋아할 만한 떡을 만들어서 다가간다는 생각이죠. 그래서 식사를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양성분을 고루 갖춘 떡과 디저트용 떡을 함께 개발하고 있어요.”


오픈 한 달 만에 백화점 제안


2018년 3월, 동진시장 근처인 서울 마포구 동교로46길에 조그만 공간을 얻어 떡집 ‘조복남’을 열 때는 온갖 떡을 실험할 ‘공방’처럼 생각했다고 한다. 새로 만든 떡을 사람들이 시식하게 하면서 반응을 살필 요량이었다. 젊은 층의 발길이 잦은 데다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는 분위기여서 그곳에 자리 잡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빨랐다. 문을 연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백화점들이 팝업스토어를 열자고 제의해서 처음에는 거절했다고 한다. 6월부터 여러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다 보니 정신없이 바삐 돌아갔다. 두 사람은 “이제 잠시 재정비할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백화점 판매는 당분간 중단하려고 합니다. 대신 새로운 떡을 연구개발하면서 생산시설을 늘리고 온라인 판매도 시작할 계획이에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집중하려 합니다. 흰떡에 저온 로스팅한 참기름만 발라 먹어도 정말 맛있어요. 참기름 향이 은은하고 고소하거든요. 좋은 찹쌀과 참기름과 꿀에, 오지에서 전통 방식을 그대로 지켜서 만든 된장과 고추장, 제철 나물로 약밥도 만들 생각입니다. 된장과 고추장을 넣어 약밥을 만든다고 하니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던 사람들도 한 입 먹어보고는 감탄해요.”

‘조복남’은 젊은 층의 쌀 소비를 촉진한다는 공을 인정받아 지난 9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선정하는 ‘米스코리아’에 뽑히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쌀은 남아도는데 수입하는 밀의 소비는 점점 늘고 있다고 해요. 그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에 사명감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틈만 나면 좋은 재료를 찾아 전국을 다니다 보니 우리나라 농업의 현실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각 지역에서 나는 재료들을 활용해서 지역 특산 떡도 만들 생각입니다.”


‘조복남’은 정재헌 대표의 할머니 이름이다.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할머니가 저와 여동생을 키워주셨어요. 평생 고생만 하시다가 지난해에 돌아가시는 바람에 효도할 기회도 사라졌습니다. 많은 사람이 할머니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고 있어 기분이 좋아요. ‘조복남’을 ‘맥도날드’나 ‘배스킨라빈스’처럼 세상에 널리 퍼지는 이름으로 만들고 싶어요.”

김도훈 대표는 “처음에는 반대했어요. 할머니 이름이 욕되지 않도록 우리가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다짐하죠”라고 말한다. 조복남이라는 조금은 촌스러운 이름에 전통 방식으로 떡메까지 치는 떡집이지만 재즈 음악을 틀어놓고 새롭고 독창적인 떡을 파는 떡집. 김 대표는 “그런 부조화에서 오는 새로움이 저희 전략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이게 ‘전통의 창조적인 계승’이 아닐까? 두 사람은 “세계 진출까지 꿈꾸고 있어요. 뉴욕 한복판에서 떡메를 치면서 우리 떡을 알리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이야기한다.
  •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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