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과 (간직)

쉐어러스 이병훈 대표·이혜림 과장·반시우 매니저

시니어와 3040세대를 잇는 경험 공유 플랫폼

글 : 이재인 명예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쉐어러스’는 시니어의 경험을 오프라인 클래스로 만들어주는 사회적기업이다. ‘SHARE(공유)’와 ‘US(우리)’를 합친 단어로, 시니어의 경험을 젊은 세대와 공유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겠다는 이념이 담겨 있다. 시니어의 정의를 묻자 이병훈 대표는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중・장년층’이라 답했다.
(오른쪽부터) 이병훈 대표와 이혜림 과장, 반시우 매니저.
쉐어러스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이병훈 대표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17년간 모바일 콘텐츠 유통업에 종사하던 그는 ‘은퇴하고 뭐하지’라는 고민을 일찌감치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몇십 년 뒤엔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주위를 둘러보니 경력이 단절된 노인이 너무 많더군요. 시간이 지나면 저 역시도 비슷한 삶을 살겠죠. 곧 초고령화 사회가 되는데 이대로 가면 사회경제적으로 위험하겠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어요.”

그는 어느 분야에서든 오래된 경력을 가진 노인들의 전문성을 활용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일반인이 강사가 되어 소규모로 강의를 여는 ‘재능마켓’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중 50대 이상 사람들의 재능이 거래되는 곳은 없었다.

“축적된 경험과 숙련된 스킬을 가지고 있는데도 경제활동을 못 하는 시니어들이 너무 많아요. 이들의 재능을 콘텐츠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세계적인 트렌드 ‘재능마켓’에서 읽다


그는 퇴사 후 2017년 8월에 서울대학교 크리에이티브팩토리 사업자에 선정되어 ‘시니어(SEE:NEAR)’를 론칭했다. 시니어는 쉐어러스의 초기 이름이다.

“사업등록까지 ‘시니어’로 했어요. 중장년층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보고 듣자는 의미를 담았죠. 그런데 이 서비스명이 일반명사이기도 하고 젊은 세대에게 거리감을 주더라고요. 고민 후 저희가 강조하고 싶은 ‘경험의 공유’가 잘 드러나는 쉐어러스로 바꿨습니다.”

이 대표는 정식 서비스 시작 전, 입주해 있는 서울대-관악큐브 창업지원센터에서 네트워킹 파티를 열었다. 시니어 3명과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이 한자리에 모여 직장 생활이나 창업을 테마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어색해하던 참석자들이 점점 말문을 열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모습을 보며 이 대표는 용기가 생겼다.

“창업 후에도 얼마간은 성공에 확신이 없었어요. 세대 간 단절이 심각하잖아요. 과연 시니어를 향한 젊은 세대의 편견을 극복할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네트워킹 파티도, 이후에 시험 삼아 진행한 베타 서비스도 젊은 세대에게 반응이 좋았어요.”


500개 클래스, 100명 시니어, 5000명 회원


쉐어러스는 론칭 이후 매달 50개가 넘는 신규 클래스를 열며 현재까지 500개가 넘는 클래스를 진행했다. 립밤이나 비누 만들기부터 캘리그래피나 드로잉 배우기 클래스까지 종류는 다양하다. 일주일에 한 시간씩 듣는 4회짜리 강의도 있고 소품 하나를 두 시간 동안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도 있다. 장소는 공간 대여 플랫폼 ‘스페이스 클라우드’를 통해 구한다. 초기에는 사무실이 있는 서울대-관악큐브 창업지원센터에서 진행했으나 클래스가 많아지고 회원들이 역세권 근처에서 수강하길 희망하여 수도권 곳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쉐어러스와 함께한 시니어는 100여 명. 직원들이 SNS를 통해 직접 섭외한 시니어도 있고, 쉐어러스 강사의 지인들, 그리고 ‘한국열린강사협회’에 등록된 강사들이 있다.

“한국열린강사협회는 다양한 경험과 지혜를 가진, 50세 이상의 전문 강사로 구성된 협회예요. 서비스 오픈 초기에 저희가 그 협회 강사들의 프로필 사진을 촬영해드리는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그것을 계기로 시니어들을 대거 섭외했죠. 지난 10월에는 업무제휴까지 맺었어요.”


섭외한 시니어들과 클래스를 개설하려면 많은 단계의 소통을 거쳐야 한다. 이는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반시우 매니저의 몫이다. 그는 대학에서 실버산업학과를 전공했다. ‘직업윤리’ 과목을 수강하며 중장년층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쉐어러스를 취재했다. 우연이 인연이 되어 쉐어러스의 대학생 체험단으로 활동하게 됐고, 올해 입사까지 했다.

“시니어 강사님들과의 소통은 간단한 문자나 메일만으로는 부족해요. 유선으로 정한 부분이 있으면 문자로 다시 말씀드려야 하고, 메일을 드릴 때는 한눈에 들어오기 쉽게 텍스트와 이미지를 함께 넣어야 합니다. 또 강의 내용에 강사님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려면 깊은 대화를 자주 나눠야 하죠.”

쉐어러스의 회원 수는 5000여 명이다. 연말까지 1만 명 회원 달성이 목표다. 회원은 대부분 30대 여성이다. 이들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면서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찾고 싶어 한다. 회원들은 온라인으로 간단히 수강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어떤 클래스를 들을지 고민이 될 때 사무실로 전화도 한다. 상담은 이 대표의 아내인 이혜림 과장 담당이다.

“아무래도 3040 여성 수강생이 많다 보니 일대일 통화를 편하게 생각하십니다. 전화를 거신 분들은 클래스에 관한 객관적인 정보가 궁금하신 게 아니에요. 그건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거든요. 본인의 성격이나 관심사를 이야기하며 클래스를 추천해달라고 하십니다. 성의 있게 조언해드리면 고맙다며 ‘당장 등록하겠다’는 답이 돌아와요. 클래스에 참석해서 제 손을 잡고 ‘집에서 혼자 우울했는데 덕분에 즐거워졌다’고 말한 수강생도 있었어요.”


‘경험 교류’를 넘어 ‘감정 교류’까지


세 사람은 클래스 전후로 시니어 강사와 수강생 사이에 감정적인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저희 회원들은 클래스를 통해 시니어의 경험이나 스킬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위로도 받는다고 이야기해요. 강사님들은 클래스를 마무리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인생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 한마디에 수강생은 따뜻함을 느끼죠. 조급하고 힘든 현재의 삶을 되돌아보고 잠깐이나마 여유를 찾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이병훈 대표는 ‘시니어들이 가장 함께하고 싶은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민화 원데이 클래스를 했어요. 재료비만 받는 두 시간짜리 강의였는데 강사님이 세 시간 넘게 열정적으로 진행하시더라고요. 당연히 수강생들의 반응도 좋았죠. 그 모습을 보며 쉐어러스가 더 많은 시니어가 젊은 세대와 경험을 나눌 수 있게 하는 탄탄한 플랫폼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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