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과 (간직)

현재웅 한라산 대표

4대 68년 이어온 가족기업 100년 장수기업을 꿈꾸며

글·사진 : 서경리 기자

아버지가 아들에게, 할아버지가 손자와 증손자에게.
한라산 소주는 1950년 제주도의 몇 안 되는 양조장에서 시작해 4대 68년째 이어오고 있다.
지킬 건 지키고, 혁신이 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혁신하면서 100년 기업을 내다보고 있다.
특히 올해는 대규모 신공장을 완공해 제2의 도약 원년이 되는 해다.
제주시 한림읍 옹포리에는 제주의 대표 주류 한라산 소주를 만드는 주식회사 한라산이 있다. 한라산은 고(故) 현성호 대표가 1950년 호남양조장이라는 이름으로 창립한 회사다. 창립 연도인 ‘1950’은 한라산의 높이(해발)이기도 하다. 한라산 소주의 원조는 이곳에서 만든 ‘한일소주’다. 소주 시장의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정부가 1도 1주 정책을 펼치며 지역 내 소주를 하나로 합쳤는데, 한일소주를 중심으로 네 군데 소주 회사가 합쳐져 지금까지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한라산 소주가 처음 세상에 나온 건 1993년. 이후 1999년에 회사 이름을 주식회사 한라산으로 바꿨다.

현재웅(41) 한라산 대표는 현성호 설립자의 증손자다. 2남 2녀 중 장남인 그는 한림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제주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최고경영자과정을 거쳤다. 2005년에 이사 직함으로 회사에 발을 들였고, 2013년에 대표에 취임해 한라산을 이끌고 있다.

“아버지가 간암 수술을 두 번이나 받으셨어요.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저를 불러 말씀하시더군요. 회사를 맡아달라고요. 가업이니까 아버지가 주신 기회에 열심히 임할 뿐입니다.”

그에게 한라산 소주는 오래된 가족과 같다. 태어날 때부터 한라산 소주를 보고 자랐고, 함께 나이 들었다. 가족 같은 한라산 소주를 지키는 일은 숙명이자 사명이었다.

“가족 일이다 보니 방학마다 공장에 와서 허드렛일을 도왔어요. 상자를 나르거나 공병을 회수하는 작업이었죠.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회사 야유회에 갔는데, 축구공을 들고 찍은 사진이 있어요. 그때 어린 저를 안고 계신 분, 사진 속 직원들이 아직도 계십니다.”

한라산 소주는 제주 향토 기업이다 보니 직원들 또한 장기 근속자들이 많다. 30년 이상 장기 근속자도 꽤 된다. 현 대표는 장기 근속자들의 사진을 공장 벽면에 붙여 기념하고 있다.

한라산 소주 신공장 벽면에 걸린 사진. ‘한라산 올래’ 소주를 머리에 이고 너털웃음을 치는 돌하르방의 표정이 정겹다.
40대 젊은 대표가 경영권을 맡으면서 한라산 소주는 젊은 감각으로 변신하고 있다. 주류시장 판도가 바뀌었다는 게 현 대표의 설명이다.

“과거에는 광역단체별로 지역에서 나는 술을 일정 부분 구입하는 ‘자도 주 의무구입제’가 있어서 경쟁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죠. 지금은 달라요. 주류 경쟁이 치열하죠. 또 시장이 커졌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한 해 제주도 방문객이 600만 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1300만 명 가까이 돼요. 하지만 아직도 주류 시장은 제조업 마인드가 강해요. 만들면 팔린다는 생각입니다. 시장은 변했습니다. 제주도 하면 당연히 한라산 소주였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거죠. 제조업 관점에서 소비자 관점으로 넘어왔습니다.”

그는 변화에 발맞춰 영업과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예전에는 영업만 하면 됐어요. 도매상과 거래 관계를 잘 유지하고 소비자 판촉만 잘하면 됐는데, 지금은 다르죠. 서울을 비롯한 전국으로 한라산 소주를 알리려면 마케팅을 해야 해요. SNS 광고도 필요하고요. 작년에 마케팅 부서를 신설했습니다.”

또 다른 변화는 지난 11월 3일 창립기념일에 맞춰 준공한 한라산 신공장이다. 한라산 신공장은 대지면적 1만 530㎡, 건축 총면적 6937㎡의 4층 건물로 지어졌다. 1층과 2층에는 생산설비와 견학로, 역사관을 갖췄고 3층에는 제조실과 연구소, 시음장, 기프트숍이, 4층에는 사무실이 들어섰다. 옥상 전망대에 오르면 비양도와 한라산이 훤히 보인다.

“한라산 소주는 최근 2~3년 사이 전국적으로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1985년에 한라산 소주가 옹포리로 이사왔는데, 52년 된 낡은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서 설비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시설은 부족한데 수출과 전국 판매량이 늘면서 직원들이 쉬는 날도 없이 일했어요. 신공장에서 생산량도 늘리고, 견학 프로그램도 운영하려 합니다. 도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지역 주민들의 소득 창출에도 기여하고 싶어요.”

기존 공장에서 연간 3800만 병을 생산했다면 신공장은 6900만 병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2014년 395억 원이었던 한라산의 매출액은 지난해 460억 원으로 증가하고, 도외 수출량도 2016년 300만 병에서 지난해 500만 병으로 증가했다. 그는 “조심스럽지만, 내년 매출 목표액은 지난해의 2배가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라산 소주의 비밀

한라산 소주를 테마로 만든 아트 상품들.
한라산 소주는 애주가들 사이에서 감칠맛으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에는 연예인들이 한라산 소주를 마시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tvN 〈신서유기〉에서 규현, tvN 〈인생술집〉에서 박성웅,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김건모가 방송에서 한라산 소주를 마셨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북측 고위급 대표와 오찬을 하는 자리에도 건배주로 한라산 소주가 등장했다.

한라산 소주 마니아들은 한라산의 매력으로 ‘부드러운 목 넘김과 깔끔한 뒷맛’을 꼽는다. 현 대표는 한라산 소주 맛의 비밀을 ‘물’에서 찾았다. “한라산 소주는 해저 80m의 화산 암반층에서 뽑아 올린 천연 암반수를 쓰기 때문에 물부터 다릅니다.”

섬 자체가 현무암층으로 이루어진 제주도는 거대한 천연 정수기라 할 수 있다. 현무암은 오염물질 정화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빗물이 현무암층을 거치며 몸에 좋은 바나듐과 천연 미네랄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각종 불순물이 제거되는 원리다. 같은 원리로 ‘해저 암반에서 뽑아 올린 알칼리성 천연 화산암반수’가 바로 ‘삼다수’다. 그의 건배사는 ‘낮에는 삼다수, 밤에는 한라산’이라고 한다.

제주도 서쪽 바다, 한라산이 훤히 보이는 한림읍 옹포리에 주식회사 한라산의 신공장이 있다.
현 대표는 한라산 소주의 깨끗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소비자 선호도 지수 분석에 따르면 한라산은 지난해 국내 지역 소주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아버지가 해준 말을 잊지 않고 있다.

“안분지족. 자기 분수를 알라는 말이죠. 아버지는 분수에 맞지 않는 일에 욕심내기보다 자신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항상 겸손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고 가르치셨어요. 경영하면서 돈이 되는 일을 좇아 다 하기보다는 회사의 결정이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합니다.”

그에게는 1남 2녀의 자녀가 있다. 5대째 대를 이을 생각이 있는지 묻자, 그는 선뜻 답하지 못했다.

“아들에게 내 자리를 물려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막상 이 자리를 맡아보니 힘들었거든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에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한라산 소주의 장수비결은 오랜 역사와 기술, 그리고 사람입니다. 시대가 변해도 믿을 수 있는 소주를 만들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일하면서 오래도록 사랑받는 기업을 이끌어가고 싶습니다.”
  • 2018년 12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812

201812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8.12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