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과 (간직)

화보 | 85년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글 : 김민희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요란한 방직기 소리로 가득했던 공장. 기계도 사람도 떠났던 공간에 예술이 꽃피고 있다.
85세. 인천시 강화군 ‘조양방직’의 나이다.

일제강점기인 1933년에 이곳에 들어선 조양방직은 우리나라 방직공장 최초였고, 최대였다.
주변에 수십 개의 방직공장이 들어서면서 강화의 이 일대는 섬유산업을 주도했다.
그러나 전성기는 1960년대까지였다.
대구나 구미 등지로 방직공장이 하나둘 옮겨가면서 이곳은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후 30년 이상 방치됐다. 아무도 찾지 않아 폐가처럼 변했다. 먼지가 켜켜이 쌓였고, 거미줄 지천이 됐다.
나무는 썩었고, 철제 기둥엔 시뻘건 녹이 슬었다.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은 물건들은 고물이 돼 버렸다.
흡사 거대한 흉가들의 마을처럼 음산했다.

낡고 허물어진 공장, 빛바랜 문을 열고 들어가니 별천지가 펼쳐진다. 기름 냄새가 코를 찌르던 공간이 이제는 사람들의 온기와 커피 향으로 그윽하다.
그랬던 곳이 지난 9월, 젊은이들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거듭났다.
이름 그대로 ‘조양방직’. 용도는 미술관 카페다.
최근 유행하는 ‘창고형 카페 갤러리’에 매료된 이들은 ‘창고형 갤러리의 끝판왕’이라며 몰려들었다.
오픈 두 달여, 주말엔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다.

오래된 영사기가 ‘털털’ 소리 내며 돌아가는 동안 카페 안은 작은 영화관이 된다.
낡은 기둥과 녹슨 철제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 옛날 방직공장의 스토리가 고스란하기에 가능했다.
버려진 고물은 진귀한 보물로 변신했다.

오래된 재봉틀에서는 할머니 시대의 삶을 읽었고,
손때 묻은 방직기에서는 이름 모를 일꾼들의 애환을 엿봤다.
빗물과 바람에 뒤틀려버린 문틀에는
시간 앞에 맞서다 체념해버린 수십 년 이야기가 녹아있었다.

낡은 스프링이 ‘끼익’ 거리는 흔들 목마. 색 바랜 오리와 당나귀는 세월이 지나서도 아이들에게 환상의 세계를 선물한다.


테이블 위 거대한 목마가 위풍당당하다.


조양방직의 변전실 건물, 허물어져 가던 벽면이 근사한 갤러리로 변모했다.


조양방직의 전성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거대한 건물. 건물 하나가 금고다. 공장이 한창일 때는 일꾼들이 돈을 지게로 져서 은행까지 날랐다 한다.


버려진 듯 무심하게 놓인 의자와 테이블, 재봉틀도 이곳에서는 하나의 작품이다.


누가 앉았던 자리일까. 예술과 세월이 공존하는 조양방직은 옛 추억을 되살려내고 있다.
































  •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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