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ASMR의 마력

“이걸 도대체 왜 듣는 거야?”

유튜브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영상들을 휘~ 둘러본 첫 반응입니다. 이해되지 않더군요. ‘장작 타는 ASMR’이 무려 47분간 자막 하나 화면 이동 하나 없이 심심하게 흐르고, 2시간에 가까운 도쿄 카페 ASMR도 있었습니다. 이 역시 단순하기 그지없습니다. 천장 높은 카페에서 도시인들이 와글와글 수다 떠는, 알 수 없는 백색소음이 전부입니다. ASMR 유튜버들은 왜 또 하나같이 그렇게 속삭이는지, 오그라들었습니다.

발 빠른 후배들과 트렌드 리더(trend reader) 지인들이 “ASMR이 대세다. 한번 본격적으로 다뤄봐라”는 제안을 해온 터였습니다. 파고들수록, 들어볼수록 현상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ASMR을 들을수록 ‘알 수 없는’ 묘한 안정감이 느껴졌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이거라도 틀어놓자’는 심산에 자꾸 켜놓게 됐습니다.

각자가 공명하는 ASMR 소리의 지점은 다릅니다. 공명 지점이 빗소리나 바람 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일 수도, 카페 소리 같은 백색소음일 수도, 나긋나긋한 누군가의 작은 속삭임일 수도 있습니다. 공통점은 ‘소리와 나’ 단둘만 있다는 겁니다. ASMR에는 복잡하고 화려한 영상도, 불필요한 잡음도 없습니다. 스토리를 따라가느라 머리를 요리조리 쓸 필요도 없고요. 그저 넋 놓고 아무 생각 없이 있으면 그만입니다. 애쓰지 않아도 소리가 저절로 찾아오고 세포에 스미고 녹아듭니다. 힐링이라는 뻔한 용어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ASMR은 ‘소란’과 ‘정적’ 사이의 소리입니다. 소란은 머리 아프고, 정적은 외롭고 심심하게 합니다. 쉬고는 싶은데 아무것도 안 하긴 불안한 이들은 뭔가라도 하려 합니다. ‘불안’과 ‘피로사회’에 기댄 ASMR의 효용이지요. 한편 극단 사회의 한 단면을 읽습니다. 디지털시대로 흐를수록 아날로그로의 회귀 본능 또한 강해지고, 세련된 최첨단을 추구할수록 촌스러운 단순함을 찾게 되는.

ASMR 입문자에게 이 세계는 놀라웠습니다. 수면 위로 느껴지는 ASMR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더군요. 유튜브에서 ASMR은 조회 수 2위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시장입니다. 거대한 흐름이 만들어지고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것이 보입니다. 하지만 ASMR은 하위문화로 취급되어 음악계와 문화계에서 본격 연구 대상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왜 인기인가에 대해서도 대중문화평론가들이 내놓은 인상비평이 전부였습니다. 거대한 하위문화는 주류문화를 잠식하기 마련입니다. 언젠가 직업분류사전에 ‘ASMR 유튜버’ ‘ASMR 마이크 제작자’ ‘ASMR 에이전시’ 같은 게 등재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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