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소리, ASMR

대세 콘텐츠,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어디까지 들어봤니?

“타닥타닥 장작 타는 ASMR 틀어놓으니 잠이 스르륵~”

“카페 소음 ASMR 들으니 공부가 잘돼요.”

“뚝딱뚝딱 사물 ASMR 들어보세요. 마음이 편해지네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자율감각 쾌락반응)이 대세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두각을 드러내는 공간은 단연 유튜브다. ASMR 관련 콘텐츠는 최근 1년간 유튜브에서 무려 3210만 회 조회돼, 가장 많이 소비된 콘텐츠 분야 2위에 올랐다. 1위는 유명 노래나 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한 ‘커버’ 콘텐츠로 8198만 회 조회됐다.

유튜브에서 싹트고 성장한 ASMR은 지상파와 오프라인 공간으로도 확장되는 모양새다. 무더위가 유독 심했던 올해 여름, SBS 뉴스에서는 막간에 ‘얼음물 ASMR’을 내보냈다. 화면 한가운데 투명 잔 하나를 떡하니 놓고, 네모난 투명 얼음들을 ‘달그락달그락’ 떨어뜨린 후 시원한 생수를 ‘조르르륵’ 따르는 영상. 그게 전부다. 시청자들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복잡한 뉴스를 보다가 단순한 영상을 보니 휴식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예능 프로그램은 더 말할 것 없다. 먹는 소리, 속삭임, 일상 소음 등이 수시로 ‘ASMR’ 자막을 달고 방영된다. 가수 아이유는 ASMR을 콘셉트로 한 진통제 광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ASMR이란?

ASMR은 통상적으로 심리적 안정감이나 쾌감을 주는 소리에 대한 반응을 말한다.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오감(五感)에서 두루 느낄 수 있지만 실제 콘텐츠는 청각인 ‘소리’에 집중돼 있다. 시각 영상도 간혹 눈에 띈다. 쿠킹이나 베이킹, 점토나 슬라임(액체괴물)을 가지고 노는 모습, 정교한 수작업으로 뭔가를 만드는 모습, 설치미술 작동 영상 등이 ASMR 콘텐츠로 소비된다. 이 역시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유는 모르지만 알 수 없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반응이 많다. 이들 소리나 영상이 실제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없다.

의학용어나 전문용어 같아 보이지만, ASMR 용어의 등장은 채 10년이 안 됐다. 미국과 호주 등에서 유튜브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고 알려진다. 한국에 처음 등장한 건 2013년. 미니유(miniyu), 데이나(DANA) 등이 1세대 ASMR 유튜버로 꼽힌다. 마이크와 카메라, 컴퓨터, 목소리 혹은 일상 소음. ASMR 유튜버가 되기 위한 준비물 및 자질의 전부다.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이 분야 유튜버가 우후죽순 늘고 있다.


ASMR 소리의 종류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모든 소리를 망라한다. △자연의 소리-바람 소리, 빗소리, 장작 타는 소리, 파도 소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 △일상 소음-연필로 글씨 쓰는 소리, 음식 만드는 소리, 음식 먹는 소리,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 귀 청소 소리, 카페 등에서 나는 백색소음 △역할극-마사지나 미용실, 심리치료나 상담 등 방문자 입장을 가정해서 펼치는 롤플레이 △속삭임-대사를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속삭이는 것. ASMR의 범위는 점점 확장되는 양상이어서, 차분하고 단순하며 위안을 주는 세상의 모든 소리가 ASMR에 포함된다고 보면 된다.


관련 용어

ASMR 용어 자체가 신조어인 만큼 연관 신조어도 꾸준히 생산되고 있다. ‘팅글(tingle)’은 기분 좋은 소름, ‘트리거(trigger)’는 ASMR을 느끼는 자극을 말한다. 트리거의 종류는 다양하다.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두드리는 태핑, 목소리의 속삭임, 목소리가 아닌 입에서 나는 소리 등이 있다. ASMR 콘텐츠 제작 및 공급자를 ‘ASMRist’(ASMR+artist) 또는 ‘ASMRer’라고 부른다. 귀를 통해 쾌감을 느낀다고 하여 ‘귀르가슴(귀+오르가슴)’이라는 말도 생겼다. 선정적이거나 외설적인 소리를 내 ‘듣는 야동’으로 분류되는 19금 소리도 꽤 있다.


ASMR 마이크의 세계

ASMR 세계는 창의력 싸움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미세한 소리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세밀한 소리를 담아내는 비밀은 ASMR 마이크에 있다. ASMR 마이크는 스피커와 정반대의 역할을 한다. 스피커가 소리를 사방으로 증폭한다면, ASMR 마이크는 소리를 받아낸다. 불필요한 소리를 거르고 필요한 소리만 받아내는 것이 관건. 용도와 기능에 따라 수만~수백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일반 마이크는 주로 정면의 소리만 받아내지만, ASMR 마이크는 다양한 방향의 소리를 고스란히 받아내 소리 방향의 흐름을 느끼게 해준다. 녹음기 기능을 함께 가진 경우가 많다.

뽀모나 미니유, 데이나 등 ASMR 스타 유튜버는 ASMR 마이크 시장을 움직이는 광고판이나 마찬가지. 이들이 어떤 브랜드의 어떤 마이크를 쓰느냐에 따라 판매 추이가 확확 달라진다. 관계자에 따르면 ASMR 마이크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라고 한다. 이에 대한 판매 추이 통계는 아직 없다. ASMR 전용 마이크로 출시된 귀 모양의 마이크도 있다.


ASMR 스타 유튜버들

미니유(miniyu) : 한국 최초의 ASMR 유튜버. 최초로 페이지뷰 1억 뷰를 돌파한 주인공이다. 구독자는 47만 명 정도. 새로운 시도로 다양한 장르의 소리를 만들어낸다.

뽀모 : 비교 대상 없는 ASMR계의 최강자. 올 2월 국내 최초로 ASMR 분야 구독자 100만 돌파 이후 10월 중순 현재 150만 구독자가 넘는다. 입술과 손만 공개하는 신비주의 전략을 구사해 ‘얼굴 없는 크리에이터’로 불린다.

꿀꿀선아 : 100만 구독자를 거느린다. 직접 만든 음식을 먹는 ‘이팅 사운드’ 분야에 능하다. 태핑, 롤플레이, 입소리, 먹방이 주특기.

데이나(DANA) : ASMR 유튜버 중 두 번째로 구독자 수 50만 명을 돌파했다. ASMR 마이크 변천사, 카페 백색소음, 친구 머리카락으로 인형 놀이, 잠을 잘 자게 해줄 사물들 시리즈 등이 인기다.

하쁠리 : 구독자 55만 명 정도. 치과위생사 출신이라 병원 진료와 관련된 역할극을 많이 한다.

재열 : 39만 구독자를 거느린 남성 유튜버. 먹는 소리를 있는 그대로 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딸기사탕 먹기 리얼 사운드는 300만 회 조회 수를 기록했다.


ASMR에 열광하는 이유

처음 비디오가 나왔을 때,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는 선언이 공공연했다. 실상은 아니다. 라디오 스타는 건재하다. 전파를 타고 편안한 음성으로 힐링을 전하던 라디오 스타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ASMR 유튜버들은 잔잔한 소리로 힐링을 안긴다. 화려한 시각 영상과 정교한 컴퓨터 음악에 피로감을 느끼는 현대인들은 ‘머리 쓰지 않아도 되는’ 단순한 소리에 편안함을 느낀다. 아무 의미 없는 백색소음, 같은 자리에 한결같이 존재하는 자연의 소리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작용과 반작용이다.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아날로그로의 회귀 본능도 커진다. 4D 영상을 보며 서라운드 입체음향을 즐기면서, 한편으로는 아무 의미 없는 소리를 추구한다. 삶이 복잡해질수록, 단순 고요함을 희구하게 된다.
  •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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