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서점 시대

셀럽책방 열전



북쌔즈
국내 최장수 CEO 이승한 회장의 복합문화공간

VS.


최인아책방
책방마님이 곧 브랜드



동네 직장인들은 신났다. 강남 한복판, 최인아책방에 이어 또 하나의 ‘분위기 깡패’ 서점이 들어섰다. 지난 3월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북쌔즈. 서점과 카페, 콘서트홀, 미팅룸 등이 결합된 공간이다. 홈플러스 CEO를 무려 17년간 지내 ‘샐러리맨의 신화’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이승한 회장이 야심 차게 시작했다. 이 회장은 2014년 홈플러스 회장 퇴임 후 기업경영을 멘토링하는 N&P(Next&Partners)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북쌔즈(Booksays)와 북앤빈(Book&Bean)은 N&P의 자회사다.

“지역사회에 공헌도 할 수 있으면서 경영리더 교육에 부합하는 사업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복합문화공간 북쌔즈는 그 고민의 산물이죠. 직장인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면서 다양한 문화적 체험도 지원할 예정입니다.”(이승한 회장)

최인아책방과 북쌔즈는 여러모로 닮았다. 둘 다 삼성 출신으로 수십 년간 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임원 출신이 운영하는 책방이라는 점(이승한 회장은 삼성물산 사장을, 최인아 대표는 제일기획 부사장을 지냈다), 강남 한복판, 그것도 지하철 선릉역 부근에 있다는 점, 꽤 큰 규모의 부지에 2층 이상을 사용한다는 점, 서점을 기반으로 문화행사를 연다는 점도 그렇다. 무엇보다 ‘강남 한복판에 들어선 고급 서점이 돈이 될까?’라는 시선을 받는다는 점에서도 똑 닮았다.

아니나 다를까, 북쌔즈 오픈 당시 책 선정을 최인아책방의 최인아 대표가 도왔다고 한다. 북쌔즈에는 4000여 종 1만여 권에 달하는 책이 층별로 콘셉트에 따라 진열돼 있다. 1층은 ‘감성 책장’, 2층은 ‘이성 책장’이다. 1층 혼자 책 읽는 공간을 잠수함으로, 바로 위 2층 토론실을 우주선 모양으로 기획했는데, 이 역시 최인아책방과 닮은꼴이다. 최인아책방 3층은 ‘혼자의 서재’, 4층은 서재와 강연장, 북카페로 구성돼 있다. 최인아책방은 ‘혼자력’을, 북쌔즈는 ‘만남과 토론의 요람’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차별화된다.


최인아책방 오픈 2년여, 세간의 우려를 뒤로하고 여전히 건재하면서 그 쓸모와 가치를 세상에 각인하고 있다. ‘최인아’라는 이름은 이제 출판계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최인아 책방마님이 매월 골라주는 책을 읽는 ‘북클럽’ 회원은 모집 6개월 만에 500명을 넘어섰다. 한 번 선정되면 500권 이상이 움직이니 영향력이 작지 않다.

세상에 없던 길을 낸 최인아책방. 그 부근에 엇비슷하지만 차별화된 뜻을 품고 들어선 이승한 회장의 북쌔즈. 차가운 사무실과 음식점이 대부분인 선릉역 부근에 문화의 숨결이 감돈다. 그리고 점점 퍼지고 스며간다.





위트앤시니컬
유희경 시인의 시집 서점

VS.


책방이듬
김이듬 시인의 시집 서점


© 위트앤시니컬 인스타그램
‘시집을 파는 시인의 책방’은 시인에게 어떤 공간일까. 침잠보다는 부유하는 공간일 테고, 수렴보다는 확산하는 공간일 테다. 가끔은 지독한 고독이 필요한 시인에게 책방 운영은, 그 자체로 덫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시를 짓는 시선이 대대적으로 달라지는 천지개벽의 사건임이 틀림없다.

그런 과감한 모험이 하나둘 늘고 있다. 신촌역 기차역 부근, 도심 한가운데에 들어선 유희경 시인의 ‘위트앤시니컬’, 인파 붐비는 일산 호수공원 근처에 들어선 김이듬 시인의 ‘책방이듬’. 각각 2016년 3월, 2017년 10월에 문을 열었다. 이 둘은 ‘시집을 파는 서점’의 대표 격으로 자리 잡았다.

광주의 시집 전문 서점 ‘검은책방 흰책방’에서는 지난 7월 7일, 아예 두 시인을 나란히 불러 낭독회를 열었다. 주제는 ‘책방쥔장 낭독회 - 위트앤시니컬 vs 책방이듬’. 두 시인의 서점에도 각각 낭독회 프로그램이 있다. 위트앤시니컬에서는 ‘두 시간 클럽’을, 책방이듬에서는 ‘일파만파 낭독회’를 연다.

© 김이듬 시인 페이스북
유희경 시인은 서점을 열기 전, 잘나가던 출판편집자였다. 갑작스러운 망막 손상으로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없었고, 한쪽 시력을 잃고 나서야 삶의 궤도를 틀었다. 시집 서점을 열고나서 시인은 오랜 슬럼프에서 빠져나왔다고 고백했다. 서점 이름 ‘위트앤시니컬’은 하재연 시인이 그를 일컬어 ‘위트 있는 시인’이라고 한 말을 잘못 알아들어 우연히 탄생한 이름. 다른 동네서점들이 그렇듯, 역시 간판을 찾기 쉽지 않다. 흰색 간판에 띄엄띄엄 ‘wit n cynical’이라고 쓰여 있다. 카페 ‘파스텔’, 편집숍 ‘프렌테’와 한 공간에 있다. 한 지붕 세 가족이다. 반응이 좋아 합정역 근처에 같은 이름으로 2호점이 생겼다. 10월에는 혜화동으로 확장 이전한다.

김이듬 시인의 ‘책방이듬’은 ‘호숫가 책방’, ‘책처방 책방’으로 소문나 있다. 간판 아래에 니체의 명문이 쓰여 있다. “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자신의 내면에 혼돈을 지녀야 한다.” 서점을 찾아온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고민에 맞는 책을 처방해준다. 알음알음 소문 나 부산과 대전에서 버스를 타고 오는 이들도 있다. 올가을에는 라이트한 형식의 계간지 《페이퍼이듬》을 낼 계획이다. 서점 책 절반 정도는 시인이 하나둘 모은 손때 묻은 책들이다. 개중에는 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책도 꽤 된다.





책방무사
가수 요조의 한없는 아날로그 공간

VS.


책발전소
김소영·오상진 아나운서 부부의 중형서점


© 책방무사 인스타그램
이쯤이면 ‘서점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가수 요조의 서점을 가려고 일부러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들이 꽤 되고, 김소영 아나운서가 차린 ‘책발전소’는 마포구 합정동에 당인리 1호점을 차린 지 8개월 만에 2호점을 열었다. 그것도 위례신도시에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의 대규모 북카페로 들어섰다.

셀럽들의 서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두 곳이 ‘책방무사’와 ‘책발전소’다. 셀럽의 인기를 증명하듯, 이들이 책방 주인으로서 낸 책은 불황을 뒤로하고 잘 팔린다. 요조의 책방 이야기 《오늘도 무사》는 출간 3개월도 안 돼 4쇄를, 김소영 아나운서가 낸 《진작 할 걸 그랬어》는 출간 보름 만에 무려 10쇄를 찍었다.

책을 사랑하는 미모의 셀럽이 책방 주인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콘셉트는 정반대다. 책방무사는 한없이 낡고 오래된 느낌이 고스란하지만, 책발전소는 세련되고 도회적이다. 특히 위례신도시에 들어선 ‘책발전소 위례’는 유리로 된 새 건물 2층에 들어섰다. 1층엔 꼭 그만 한 규모의 스타벅스가 있다.

책방무사는 수십 년을 지내온 공간의 흔적을 품고 있다. 책방 주인장 4년 차, 요조는 종로구 계동에 있던 책방을 지난해 3월 제주도 서귀포시로 옮겼다. 거주지를 옮기면서 자연스레 책방도 옮겨 갔다.

“나는 책방으로 인해 동네가 북적이고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요조는 한적하고 외진 곳을 책방 터로 삼는다. 그리고 낡고 오래된 건물을 거의 훼손하지 않고 책을 들여놓는다. 계동 시절엔 책방 간판보다 ‘진미용실’이, 제주도에서는 간판 일부가 떨어져 나간 ‘ㅏ아름상회’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누군가 귀띔해 주지 않는다면 그곳에 서점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칠 법하다. 김소연 시인은 책방무사를 보고 “일본의 어느 뒷골목에서 할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겨우 이어져 내려온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고, 이 얘기를 들은 요조는 이렇게 표현했다. ‘본투비 꼬질꼬질’.

© 책발전소_위례 인스타그램
책발전소는 김소영 아나운서의 흔적 덕에 아날로그 느낌이 풍길 뿐, 공간이 주는 감성은 모던하다. 책방 이용 방법, 베스트셀러 안내 등이 김소영 아나운서의 소녀 필체로 삐뚤빼뚤 쓰여 있다. ‘사장님이 읽은 책’ 코너에는 짤막한 서평을 담은 손글씨 메모가 책 표지마다 붙어 있다. 남편 오상진 아나운서는 이곳에서 ‘오알바’로 불린다고 한다. ‘오상진의 북스타그램’ 코너도 있다.

신간이나 화제성 책이 많은 편이다. ‘중형서점’으로 분류돼 서점의 영향력도 꽤 된다.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의 경우 이곳 책방에서 1위를 찍은 후 대형서점에서 분야별 종합 1위를 기록하는 역주행 현상을 보였다.
  •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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