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서점 시대

여행 전문서점 ‘더 모놀로그 하우스’ 김민구 대표

혼자 와서 진짜 나를 발견하는 공간이 되길

글 : 김민희 기자  / 사진 : 김선아 

언제 오픈 2018년 8월 소장 책 종수 잡지 위주 10여 종 책 선정 기준 여행과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책 중 자신만의 취향이 분명한 책. 《모노클》, 《시티 가이드북》 등 주요 고객층 출장이나 여행을 통해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길 좋아하며, 취향을 가꿔가는 사람들. 연령대 무관 왜 후암동에 서점을 열었나 서울의 중심지이면서 서울 같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매력. 빌딩 숲과 번잡함을 벗어나 남산과 어우러진 전원의 분위기를 가진 동내여서 사색을 위한 공간으로 어울린다 서점 내에서 애착하는 공간 혼자력을 지닌 사람들을 배려한 테이블과 좌석 당신에게 여행이란 자기 자신과의 대화에 집중함으로써 자신만의 색깔과 꿈을 발견하고 마주하는 거울
반 고흐의 자화상을 보는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지난겨울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였다. 몸도 몸이지만 마음의 병이 깊었다. 공황장애와 대인기피증이 동시에 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숨쉬기 힘든 순간이 찾아왔고, 타인을 향한 벽은 점점 두껍고 높아졌다. 홍보대행사 ‘머스트커뮤니케이션즈’ 김민구 대표 얘기다. 그에게 대인기피증은 반쪽의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사람을 만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업인 그에게 대인기피증은 ‘실업’의 예고편이었다. 내내 자신의 병증을 부정하던 그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전문가 상담을 받고서야 마음의 병을 받아들였다.

무작정 여행길에 올랐다. 혼자였고 이유와 목적도 없었다. 프랑스, 영국, 일본, 제주도 등 마음 가는 대로 다녔다. 반 고흐의 자화상이 내부 깊숙이에서 자신도 모른 채 곪아가던 상처를 툭 건드린 것이다. 그제야 병명을 알게 됐다. 인정중독과 일중독. 당시엔 인정을 별로 못 받았지만 순수하게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 간 반 고흐, 그리고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나 없는 나’로 살아온 자신이 극명하게 비교됐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이 뭘까?’ 다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작은 서점을 열었다. 용산구 후암동 언덕바지에 있는 ‘더 모놀로그 하우스’. 책 종수는 많지 않다. 잡지 《모노클》이 주르르 진열돼 있고, 도시를 테마로 한 여행 서적이 듬성듬성 놓여있다. 해외 여행지에서 산 진귀한 기념품도 가져다 놓았다. 밖에서 보면 뭘 하는 공간인지 알아채기 힘들고, 발을 들여서도 도무지 장사에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단출하다. 복층형 공간 1층은 서점, 아래층은 카페다. 카페에는 1인석처럼 보이는 2인석 나무 테이블 3개가 놓여있다.



왜 하필 여행을 테마로 한 서점을 열었나.
문 닫는 여행 테마 서점이 하나둘 늘어 가는데.


“30대 초반에 혼자 홍보대행사를 열어 남부럽지 않게 키웠고,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른 나이에 성공하다 보니 점점 더 욕망이 커졌다.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 회사도, 집도 청담동에 뒀다. 청담동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 아닌가. 화려함을 좇다 보니 내가 가진 화려함을 잃을까 봐 두려웠고, 점점 더 화려함만 좇는 악순환이 왔다. 여행은 내게 욕망으로부터의 탈출이었고, 진짜 나를 만날 수 있게 하는 거울이었다. 이 공간은 돈을 벌기 위한 곳이 아니다. 내가 나를 만나는 공간이자, 누군가 나처럼 여행지에서의 감성을 느끼기 바라는 공간이다.”


왜 서점 이름이 ‘더 모놀로그 하우스’인가.

“‘독백’이라는 원래의 의미를 담고 싶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 그래서 둘보다 혼자 오는 분들이 소중하다. 혼자 오는 분들을 보면 나를 보는 것 같다. 내가 혼자 떠난 여행지에서 그랬듯, 이곳에 혼자 온 분들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찾길 바란다.”


홍보대행사 대표로 활동하면서 신화적인 성공 사례가 많다. 그만큼 보람도 클 텐데.

“맞다. 고객을 내 회사처럼 생각하고 열정을 다했다. 그런데 점점 내 순수한 열정이 이용당하는 상황이 많이 생겼다. 고객사들이 ‘이름 없는 작은 회사를 키워주는 전문가라는 소문을 들었다’며 찾아오면 늘 최선을 다해 상담해줬다. 그런데 아이디어만 얻어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와 회사의 정체성 자체가 그렇다 보니 역이용당하더라.”



열정에도 바닥이 있을까?

“원하지 않는 일에 대한 열정은 오래가기 힘들다고 본다. 이제까지 나는 남을 위한 삶을 살아왔다. 끊임없이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남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인 삶이었다. 그럴수록 허탈감이 커졌다. 내가 없었다.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충만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열정도 바닥이 났다.”


여행지에서 들여다본 자신은 어떤 모습이었나.

“묵혀두었던 간절한 꿈이 점점 선명해졌다. 원래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언론사 인턴기자 생활도 했다. 대학생 때까지는 매일 글을 썼는데, 사회에 나와서 쓰지 않게 됐다. 점점 꿈에서 멀어지다가 최근 다시 꿈을 꺼냈다. 이 서점카페 안쪽에 글을 쓰는 작은 작업실을 마련했다. 고객들과 소통하면서 일상을 소재로 한 글을 쓰고 싶다.”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비우길 원하나, 채우길 원하나.

“양면이다. 비워야 채우는 것이니까. 나는 홍보마케팅 전문가이니 이곳을 띄울 방법을 잘 알고, 또 금세 유명한 공간이 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길 원치 않는다. 우연히 다녀간 사람들이 또 오고 싶어지는 공간이면 좋겠다. ‘나만 알고 싶은 공간’처럼. 그래서 이 인터뷰도 망설여지는 측면이 있었다. 나는 띄우는 전문가이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차분히 가라앉히고 가면 좋겠다.”

김민구 대표가 추천하는 딱 한 권의 책

《파리는 날마다 축제》


헤밍웨이가 20대에 7년간 파리에서 보낸 일상을 기록한 에세이. 가난했지만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대문호의 내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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