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서점 시대

5개 키워드로 본 전문서점 시대

신(新)피로사회

‘동네서점 시대’ 이후 ‘전문서점 시대’의 등장 배경을 가장 잘 설명하는 개념이다. ‘동네서점’에서는 독립출판물이나 소규모 출판사에서 낸 알려지지 않은 좋은 책을 발굴해 내세우는 곳이 많았다. 최근 등장한 ‘전문서점’들은 분위기가 다르다. 분야별·테마별 서점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역사 전문서점’(영추문 앞 역사책방)과 ‘과학 전문서점’(갈다), ‘미술 전문서점’(스프링플레어), ‘여행 전문서점’(더 모놀로그 하우스)이 들어섰다. ‘무엇이든 다 있는’ 대형서점에서 선택 장애 피로에 직면한 독자들은 선택지가 좁은 전문서점을 찾는다. 책만은 ‘넓고 얕게’가 아니라 ‘좁고 깊게’를 원한다.


서점 순례자

구석구석 숨어있는 서점 탐방이 하나의 ‘놀이’ 내지 ‘여행’처럼 자리잡고 있다. 서점 순례자들은 ‘오늘은 어디 가지?’를 고민하고, 서점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동네를 콕 집어 작정하고 길을 나선다. 해방촌, 연남동, 신촌 등이 대표적. 여러 명이 다니기도 하지만 혼자인 경우가 많다. 때론 인적 드문 곳에 콕 처박힌 서점 한 곳을 위해 하루를 온전히 쏟기도 한다. ‘서점 순례’라는 경건한 용어를 쓰는 이유는 두 가지. 돈보다 책을 사랑하는 서점 주인의 맘을 헤아려서, 서점 내에서 최대한 타인의 동선과 독서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다.


취향 저격

대형서점의 마케팅 폭격에 내 취향이 침해당해 본 적이 있으신지. 대형서점에서 명당은 ‘좋은 책’보다 ‘마케팅 도서’가 차지한 경우가 많다. 정작 내가 좋아할 것 같은 수많은 책 후보들은 보이지 않는 구석에 책등만 간신히 보이며 꽂혀있을 텐데, 화려한 마케팅의 옷을 입은 신간의 유혹에서 눈길을 돌려 후미진 구석까지 살펴보기란 쉽지 않다. 전문서점은 ‘취향 저격’ 공간이자 ‘취향 발견’ 공간이다. 무심코 들어선 역사책방, 무심코 들어선 과학책방에서 의외의 ‘내 스타일 책’을 발견했다는 체험담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공간에 지불하다

전문서점은 단순히 ‘책 저장소’나 ‘책 판매소’가 아니다. 서점은 책방 주인의 취향과 개성이 담긴 ‘런웨이’고, 각각의 책들은 책방 주인에게 발탁된 특별한 ‘모델’이다. 전문서점을 찾은 독자는 웬만해서 빈손으로 나오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다. 똑같은 책을 왜 굳이 이곳에서 살까? 그것도 정가를 100% 지불하면서. 같은 책이지만 같은 책이 아니다. 유통자의 손을 거쳐 무수한 인연의 실타래를 건너오면서 서점 주인이 마음으로 고른 책이다. 어쩌다 서점 고유의 ‘도장’이라도 있으면 스타의 사인을 받듯 꼭 챙긴다. ‘그곳’에 있는 ‘그 서점’에서 산, 특별한 책이 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전문서점 주인들에게는 ‘책이 좋아서’ 그 이상의 동기부여가 있다. ‘사명감’이나 ‘사회적 책임’ 같은 것들. 과학 전문서점 ‘갈다’ 이명현 박사는 “과학이 문화가 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대기업 임원 출신 ‘영추문 앞 역사책방’ 백영란 대표는 “역사를 친숙하게 느끼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역시 대기업 임원 출신인 최인아책방의 최인아 대표는 “생각이 힘인 시대, 이 공간의 힘이 선한 흐름을 만들길 원한다”, 북쌔즈 이승한 회장은 “동네 직장인들이 책 읽고 토론하며 미래를 고민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인생 2막을 전문책방에서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나’를 넘어 ‘공동체’를 품는 마음이 우리 사회에 퍼지고 있다.
  •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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