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실패의 성공학

“과거 연세대 졸업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거대한 항공모함을 타고 사회로 진출했다. 하지만 그런 시대는 지났다. 요즘 졸업생들은 직접 뗏목을 만들어 스스로 험난한 바다를 헤쳐서 사회로 나가야 한다.”

3년 전쯤인가요, 연세대 김용학 총장이 인터뷰 때 한 말입니다. 취업 시장의 변화를 망망대해에 떠다니는 배에 비유한 말로 기억합니다. 청년실업률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입니다.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쟁쟁한 스펙으로도 서류심사조차 통과 못 하는 2030세대를 보면 착잡합니다. 비교적 일자리 기회가 많았던 40대 낀 세대로서 미안함도 일고,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얼마나 기여했을까’라는 자괴감도 듭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의외의 긍정적 징후를 발견합니다. 2030세대의 개척정신 이야기인데요, 일자리가 없어 벼랑에 내몰린 청년들은 자의 반 타의 반, 자력갱생을 모색합니다. 취업에 거듭 실패하다 보니 ‘에잇, 회사에 들어갈 수 없다면 차라리 내가 하나 만들어보자’는 식의 시도가 곳곳에서 이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디지털 리터러시를 장착한 2030세대는 기성세대는 생각지도 못할 반짝이는 아이템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젖히는 경우가 꽤 됩니다.

〈topclass〉에서는 자기만의 아이템으로 새 분야를 개척한 스타트업 이야기를 많이 다룹니다. 대학생 CEO도 많고, 3~5년 차 직장인이 다니던 곳을 박차고 나와 사업을 시작한 케이스도 꽤 됩니다. 그들을 만나면 꼭 하는 질문이 몇 개 있습니다. “처음부터 잘될 자신이 있었나요?”, “안정된 직장을 뒤로하고 가보지 않은 길로 뛰어들면서 불안하지 않았나요?” 같은. 첫 직장에서 17년째 엉덩이 붙이고 있는 저의 사심 어린 호기심이기도 합니다. 답변은 이런 식입니다.

“자신감이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일단 해보고 안 되면 접으면 되죠.”

“불안요? 당연히 불안하죠. 불안해도 뭔가 저지르면 둘 중 하나죠. 실패하거나 성공하거나. 둘 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보다는 재미있지 않을까요?”

저희 세대만 해도 ‘끈기의 미덕’이 중요했습니다. 힘들어도 꾹 참고 다니는 게 미덕이었고,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성실과 열정으로 CEO가 된 ‘월급쟁이의 신화’를 롤모델처럼 보고 듣고 자랐습니다. 2030세대는 다르더군요. 적성에 맞지 않는다 싶으면 입사 며칠 만에 그만두기도 하고, 좋은 아이템이 있으면 ‘일단 해보는 거야!’ 식의 실행력이 강합니다.

흔히들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라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이번 호에 다룬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 토스 이승건 대표, 티몬 신현성 의장은 성공만큼 무수한 실패의 징검다리를 건너왔습니다. 단, 이들은 실패를 실패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왜 안 됐을까?’를 원인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면서 더 큰 도약의 기회로 삼았습니다. 실패의 경험들이 결국 더 큰 성공으로 이끈 거죠.

사랑의 반대말이 미움이 아닌 ‘무관심’이듯,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닌 ‘무위(無爲)’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대의명분’을 중시하고 막강한 ‘실행력’까지 장착한 2030세대에게서 희망을 읽습니다.
  • 2018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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