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 덕후력

슬램덩크 완결 10일 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북산고등학교 같았다

“누구도 그림을 지우거나 낙서하지 않았어. 좋았어.” 이노우에의 희망대로, 칠판 앞을 가로막는 철책 같은 것은 설치되지 않았다. 이노우에는 팬을 믿었고, 찾아온 5000명의 팬은 그 믿음에 부응했다. 직접 말을 나누지 않아도 거기에는 매우 친밀한 작가와 독자의 관계가 있었다. 그렇게 이노우에가 덕후들에게 준 선물(슬램덩크 마지막 편 그로부터 10일 후의 이야기)이 공개됐다. 23개의 칠판에 이노우에가 남긴 그림은 단 3일 만에 그의 손에 의해 지워졌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1승2패(승점 3점)의 성적을 거뒀다.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전 월드컵 대회 우승국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 1위인 독일을 2-0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1%의 확률을 1%의 가능성과 희망으로 바꾼 대표팀 관련 기사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유독 “우리 대표팀이 〈슬램덩크〉의 북산고등학교 같다”는 내용이 많았다.

FIFA 랭킹 1위를 꺾은 57위 대표팀의 기적이 일본 만화 〈슬램덩크〉에서 주인공 강백호가 속한 북산고등학교가 우여곡절 끝에 출전한 전국대회 2회전에서 만난 전국 고교 최강팀 ‘산왕공고’에 누구도 예상 못 한 1점 차 승리(79-78)를 거둔 것과 닮았다는 얘기다.

이처럼 1990년대 한국에 농구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슬램덩크〉는 여전히 많은 이의 가슴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井上雄彦)의 〈슬램덩크〉는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일본 만화 잡지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됐다. 일본서 단행본 누적 판매 부수 1억 2000만 부를 돌파했다. 망가(일본 만화)를 사랑하는 일본이라고 해도 실제 ‘1억 부 돌파’는 의미가 크다. 국내에서도 6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지금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1975~1982년생) 남성 중 〈슬램덩크〉 한번 안 읽고 유년기를 거친 남자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새 버전의 슬램덩크

〈슬램덩크〉 완전판 20권 세트는 2018년 6월 1일 금요일부터 4개월 동안 순차적으로 발행된다. 베일을 벗은 새 표지(1~10권). © 이노우에 다케히코 페이스북.
〈슬램덩크〉의 인기는 여전하다. 최근 나온 새 버전의 소장판 세트(20권)가 ‘덕후’들의 서재 한쪽을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새 버전은 원작자 이노우에가 심혈을 기울여 표지를 새롭게 그렸다. 기존의 초판본(31권), 완전판(24권), 프리미엄 완전판(24권)에는 없는 그림이다. 본편에 등장하지 않았던 장면과 강백호, 서태웅, 채치수, 송태섭, 정대만 등 등장인물의 새로운 모습이 담긴 표지는 구매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내용이 그대로임에도 새 버전이 덕후들에게 큰 인기를 얻는 이유다.

〈슬램덩크〉의 여전한 인기에 힘입어 덕후들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 마니아들로 구성된 ‘슬램덩크 포에버’는 2016년 완간 20주년을 맞아 이노우에 작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겠다고 무작정 일본으로 떠나는가 하면(실제 만나지는 못함)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슬램덩크 인생특강》을 발간하기도 했다.

《슬램덩크 인생특강》은 다문화 가족 농구팀 글로벌프렌즈 감독 천수길 씨가 공동 저자로 참여하고 베스트셀러 작가, CEO, 대기업 직원, 인기 유튜버, 컨설팅 대표, 농구 감독, 대학생, 패션분야 CEO, 전문 프리젠터, 변호사, 1인 미디어, 교육가 등의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슬램덩크 포에버(#SLAMDUNK_FOREVER)’팀 23인의 인생 통찰서다.


이노우에의 선물

아사이 신문에 실린 〈슬램덩크〉 완전판 20권 발매 전면 광고. © 이노우에 다케히코 페이스북.
소위 슬램덩크교(敎) 신도들을 향한 이노우에의 애정도 각별하다. 그는 1억 부 돌파 기념 이벤트로 2005년 가나가와현의 한 고등학교에 그림을 남겼다. 23개의 칠판에 그가 남긴 그림은 〈슬램덩크〉의 못다 한 뒷이야기였다.

〈슬램덩크〉 덕후들에게 이노우에가 선물한 그림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였고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었다. 《topclass》는 덕후들만 알 법한 이 내용을 슬램덩크와 함께 유년기를 보냈던 수많은 독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물론 〈슬램덩크〉의 등장인물 및 줄거리를 모두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서다. 칠판 그림은 딱 3일만 공개된 후 이노우에에 의해 지워졌다.

전국대회 2차전에서 최강 산왕공고에 1점 차로 승리하지만, 강백호는 시합 중 부상을 당해 재활훈련에 들어간다. 강백호는 “난 천재니까”라며 완벽한 재활과 재기를 다짐하며 슬램덩크 본편은 막을 내린다. 다음은 이노우에가 선물한 그로부터 10일 후의 이야기다.


#1
재활 중인 강백호는 짝사랑하는 채소연에게 편지를 썼다. 백호는 소연에게 편지로 “리허빌리(rehabilitation - 회복, 재활)계의 왕”이 되겠다고 약속한다.

#2
북산고등학교 1학년 3인 트리오가 새벽 5시부터 러닝을 하고 있다. 주장 채치수가 빠진 자리를 꿰차기 위해 연습에 열중하는 것. “우리라고 가능성이 없을 리 없다”는 희망을 품고 말이다. 러닝을 마치고 학교 체육관에 도착하지만 이미 누군가가 연습을 하고 있다.


#3
연습을 하는 주인공은 ‘불꽃 남자’ 정대만. 그는 학업을 위해 농구부에서 탈퇴한 채치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특기인 3점 슛의 성공률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판단을 한다. 정대만은 겨울 대회에서 분발, 대학 추천권을 따내 진학할 생각이다.

#4
농구부 매니저 한나(송태섭의 짝사랑 여)와 안 선생님(북산고등학교 감독)이 아침조깅을 하던 중에 만난다. 서로 “다이어트를 위해서”라며 못 본 척하기로 하고 헤어진다.


#5
북산고등학교의 슈퍼루키이자 전국대회 활약으로 주니어 국가대표팀에 선발된 서태웅이 오전 8시 윤대협과 일대일 대결을 펼쳤던 야외 농구장에서 연습한다. 연습 후 언제나처럼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자전거를 타고 학교 농구장으로 향한다. 이어폰으로 듣는 것은 영어회화 테이프.


#6/7
대학 진학을 위해 농구부에서 탈퇴한 뒤 수업에 열중하는 채치수와 권준호. 채치수는 농구에 대한 미련으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다. 보다 못한 권준호가 농구부에 들러보자고 하자, “은퇴한 몸이다. 시험공부에 열중할 것”이라고 거절한다. 권준호는 혼자 농구부로 향하고, 채치수는 그 모습을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8
새로운 주장이 된 송태섭은 수업을 땡땡이치고 옥상에서 리더십과 관련한 책을 보고 있다. 그는 “상사가 악마가 되면 부하가 잘 따른다”는 구절을 보고 “악마 캡틴으로 가볼까?”라는 생각을 한다.

#9
전국대회에 나가기 위해서 뭔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 상양고등학교 농구부원들. 성현준은 안경을 바꾸고(고글 형태), 장권혁은 윤대협과 같은 삐죽 머리를 삭발한다. 임택중와 오창석은 눈썹을 민다. 미소년 이미지인 선수 겸 감독 김수겸은 수염을 기른다. 그들은 이 모습으로 타도 해남, 타도 북산의 의지를 불태운다.

#10/11
능남고등학교 농구부에 들른 변덕규는 후배들을 걱정한다. 반면 후배들은 요리수업을 제대로 받지 않는 변덕규를 걱정한다. 변덕규는 새로운 주장을 맡은 윤대협이 보이지 않자 후배들에게 찾아오라고 한다. 박경태를 포함한 몇 명이 찾으러 가지만, 윤대협은 바다에서 낚시 중. 이 소리를 들은 변덕규는 “바보 자식! 그렇게 물고기가 좋으면 나랑 바꿔! 주장은 내가 한다!”라고 외친다.

#12
능남고등학교의 주장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이에 황태산과 안영수가 차기 주장 자리를 놓고 자존심 싸움을 한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감정이 상한다. 황태산은 실력으로는 윤대협 다음이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안영수는 부주장인 자신이 주장이 돼야 한다고 판단한다.

#13
스포츠신문 기자(능남고등학교 박경태의 누나)는 해남고등학교가 강한 이유를 취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장 이정환이 바다에서 서핑하는 것을 발견한다. “이정환의 피부가 검은 이유가 있었구나!”

#14
해남의 슈퍼루키이자 서태웅의 라이벌인 전호장은 개와 산책하다가 경주를 한다. 개와 맞먹는 그의 빠른 속도를 보고 스포츠신문 기자(박경태의 누나)는 놀란다.

#15
이후 스포츠신문 기자(박경태의 누나)는 조깅을 하는 해남의 3점 슈터인 신준섭과 만나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경태 누나는 “저 아이가 해남의 강함을 상징하는 것인지도 몰라”라고 한다.

#16
선·후배 관계인 능남고등학교 감독과 해남고등학교 감독이 전국체전 대표팀 멤버를 논의하고 있다. 지금까진 해남고등학교 팀이 대표로 나갔지만 이번에 한해서는 혼성팀으로 구성하기로 한 듯. 두 사람 다 각자의 멤버들을 구상하다 능남고등학교 감독이 이야기한다. “그런데 누가 감독을 맡지?” 이후 두 사람은 각자를 째려본다.

#17
산왕공고의 주장 이명헌이 생각에 잠겨 있다. 정성구는 “북산전은 이미 끝난 일이다”라고 말을 건다. 이명헌은 “그냥 조금 질려서”라고 한다.

#18
산왕공고의 센터 형제 신현철·현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현철은 산왕공고에 들어와서 첫 패배를 당했다며 동생을 철저히 단련하기로 한다. “각오해라 현필, 지금부터 겨울까지 3개월 동안 널 철저하게 단련해 주마.” 동생과 함께 뛰던 현철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 녀석 지금쯤 하늘에 있을까….”

#19
산왕공고의 에이스 정우성이 미국으로 농구 유학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영어회화를 공부하고 있다. “Would you like some wine?”이라는 물음에 “예스”라고 대답, 정신없이 취한다. “아빠 엄마 지금까지 고마워요” 하고 속으로 말하고서 잠이 든다.

#20
양호열 등 백호 군단 4명은 백호에 관해 이야기하고, 서로에게 “너희도 자신 안에 있는 무언가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응원한다.

#21
소연이가 백호에게 답장을 보낸다. 송태섭이 부원들을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 채치수의 성적이 떨어진 것, 백호를 응원하는 것 등이 쓰여 있다. “백호군도 근질근질한가요. 재활훈련 왕에서 리바운드 왕으로 다시 돌아온 모습을 빨리 보고 싶어요.”


#22
재활훈련소에서 백호의 재활을 돕는 재활사가 말한다. “백호 군 알고 있어? 일본인 최초 NBA 선수가 나왔어. 대부분의 사람이 일본인은 무리라고 생각했나 봐. 무리라고 말하는 건 항상 도전하지 않는 녀석들이지. 자, 백호 군도 새 단계의 재활훈련에 도전!”

백호가 답한다.
“뭐, 두고 보라니까. 다음에 가는 건 나야.”

재활사가 묻는다.
“갈 수 있어?”

백호는 답답한 듯 말한다.
“몇 번이나 말하게 하지 마. 난 천재니까.”
  • 2018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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