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참가 여자 알파인스키 대표팀 강영서, 김소희 선수

“정선 알파인 스키장을 살려주세요”

2018년 2월 16일.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스켈레톤 사상 첫 금메달이 나왔다. 주인공은 윤성빈 선수였다. 윤성빈 선수가 국민에게 감격을 안겨준 그날 경기를 치른 또 다른 대한민국 선수들이 있다. 강풍으로 인해 일정이 연기된 여자 알파인스키의 강영서(22), 김소희(23) 선수였다. 이 두 선수의 경기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모든 방송이 스켈레톤을 중계했기 때문이다. 여자 알파인스키 경기를 중계한 방송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사진제공 : 강영서 선수
김동우, 김소희, 강영서, 정동현 선수(왼쪽부터).
스키 선수들은 재미로 스키를 타다가 아마추어 대회에서 재능을 발견하고 스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경우가 많다. 강영서 선수는 스키장으로 가족 여행을 자주 갔는데 지방 대회에 재미 삼아 출전했다가 성적이 잘 나와서 스키를 시작하게 됐다. 김소희 선수도 마찬가지다.

“할머니 별장이 평창에 있어서 자주 놀러 갔어요. 별장 앞에 바로 스키장이 있다 보니 스키를 타러 갔는데 그때 스키에 맛이 들었지요.(웃음) 그러다가 아마추어 대회를 나가게 됐는데 입상을 했어요. 그때 ‘어 뭔가 재능이 있는 것 같아!’는 생각이 들어 본격적으로 스키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좀 반대를 하셨는데, 제가 자신 있고 열심히 할 수 있으니까 스키를 타게 해 달라고 했죠.”

알파인스키는 동계올림픽 설상 종목 중 가장 박진감 넘치는 것으로 손꼽힌다. 가파른 산에서 엄청난 스피드와 화려한 기술로 3분 안에 모든 결과가 나온다. 알파인스키는 설상 종목이고 스키이기 때문에 눈 위에서 하는 종목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설질이 변화하는 걸 막기 위해 경기 전 눈으로 덮인 슬로프에 물을 뿌려 사실상 얼음 위에서 겨뤄야 하는 종목이다. 그렇기에 메달권에 있는 선수들도 숱하게 실격하는 등 변수가 많다.


소치동계올림픽에도 참가

김소희 선수 (사진=뉴시스)
알파인스키 세부 종목은 활강, 슈퍼대회전, 대회전, 회전, 복합(활강 혹은 슈퍼대회전과 회전)으로 나뉜다. 강영서 선수와 김소희 선수는 여자 대회전, 여자 회전, 그리고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처음 열린 혼성 단체전에 출전했다.

강영서, 김소희 선수는 알파인스키 대표팀으로 선발되어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도 나갈 수 있었다. 고등학생이던 두 선수는 소치동계올림픽이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4년 후에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각오가 남달랐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만큼 참가에 대한 열망도 컸고 최대한 노력했다. 특히 소치 때 부상한 상태로 출전했던 강영서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노력했지만 경기 초반 아쉬운 실수로 알파인스키 여자 회전 1차 시기에서 실격 처리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다 보니 오히려 부담될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되게 감사했죠. 할 수 있는 거에 집중해 최대한 노력했지만 홈 이점을 살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아요.”

김소희 선수는 3년 전 정강이 골절 부상으로 2년 동안 재활 훈련을 했다. 시련을 겪은 후 나온 동계올림픽이었기에 각오가 남달랐다. 그러나 김소희 선수도 강영서 선수와 마찬가지로 알파인스키 여자 회전 1차 시기에서 실격했다. 4년간의 노력이 몇 초 만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평창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내고 싶었습니다. 그게 잘 따라주지 않아서 소치 때보다 아쉬움이 더 컸어요. 평창은 조금 남다른 각오로 준비해서인지 실망도 컸습니다. 굉장히 아쉬웠어요. 1차를 완주해야 2차를 뛸 수 있는데 1차에서 실격해서 그런 기회조차 얻지 못해 많이 울었죠.”


지원만 따라준다면 우리도 자신 있다

강영서 선수 (사진=조선 DB)
이번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열린 올림픽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스키협회와 관련 기업들은 좋은 성적을 위해 선수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스키협회에서 알파인스키도 그렇고 스노보드도 그렇고 평창올림픽에 초점을 맞춰서 지원을 해줬어요. 평창올림픽이라는 이벤트가 있기 때문에 저희한테도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줬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지원은 약속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겨울이 짧기 때문에 스키 선수들이 제대로 된 훈련을 하기 힘든 환경이다. 그렇기에 대부분 선수는 해외로 전지훈련을 나가야 한다. 한 번 나갈 때마다 10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알파인스키 선수들은 큰 경제적인 부담을 안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정선 알파인 스키장이 없어진다는 소식에 우울하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만들어진 국내 유일의 선수 전용 스키장으로 애초에 올림픽 이후 복원할 계획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어 선수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는 이곳이 없어진다면 선수들의 훈련 환경은 더욱 열악해질 것은 뻔하다.

“저희가 인터뷰할 때마다 스키장을 살려달라고 합니다. 정선 스키장은 일반 스키어가 출입할 수 없어요. 타 스키장은 일반인이 출입하니까 어쩔 수 없이 부딪칠 수밖에 없어요. 달리는 레이싱이다 보니 저희도 불편하고 일반 스키어들도 불편해하면서 견해 차이가 발생합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정말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거잖아요. 선수 전용 스키장에서 전문적으로 얼린 눈에서 훈련하고 싶어요. 또 정선은 해외 스키장과 비교하더라도 정말 훈련하기 좋은 곳입니다. 굉장히 넓어요. 저희가 거기서 한 섹션이라도 훈련할 수 있다면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꼭 유지되었으면 합니다.”

선수들은 올바른 지원이 마련된다면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국에는 좋은 인재가 정말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전폭적인 지원 아래 스키를 탄다면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메달을 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4년 후 열리는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말이죠. 알파인스키 대표팀 대부분이 대학생 아니면 갓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다 보니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까지 끊이지 않고 쭉 전폭적인 지원만 된다면 메달을 딸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지원이 있고 저희가 잘 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선수로서의 목표를 물었다. 두 선수의 첫 말은 달랐다. 강영서 선수는 올림픽 메달에 대한 꿈을 내비쳤다. 김소희 선수는 피겨스케이팅 하면 ‘김연아’, 수영 하면 ‘박태환’을 연상하듯 알파인스키 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김소희’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선수의 표현은 다르지만 알파인스키가 발전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뜻은 한결같았다.
  • 2018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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