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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포털에서 일하던 자매가 만든 ‘술 먹는 책방’

‘북바이북’ 김진아·김진양 대표

북바이북의 김진아(위쪽)·김진양 대표.
서가로 둘러싸인 작고 아늑한 공간. 서점일까, 카페일까? 책을 빼들고 군데군데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서 읽거나 커피나 차, 에이드 같은 음료 혹은 생맥주, 칵테일을 한 잔 할 수도 있다. 저자와의 만남이나 갖가지 강좌, 콘서트가 열릴 때면 이 공간은 다시 한번 변신한다. 작은 공간을 이렇게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싶다. ‘술 먹는 책방’으로 유명해진 ‘북바이북(book by book)’ 이야기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콘텐츠 기획과 사업을 담당했던 자매 김진아·김진양 씨가 2013년 10월 서울 상암동에서 함께 차린 책방으로, 올해 5월에는 판교점이 새로 문을 열었다. 상암점이 방송국들이 모여 있는 곳에 자리 잡았다면, 판교점은 IT업체가 모여 있는 곳에 있다. 덕분에 직장인들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하면서 재충전할 수 있는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판교점에서 만난 김진양 대표는 “상암동에서 책방을 하면서 노하우를 쌓기는 했지만 새로운 지역에서 문을 여니 책방을 알리는 작업이나 고객 성향을 파악해 책을 배치하고 단골을 만드는 일 등 제로베이스에서 새로 시작해야 했다”고 말한다.

상암점은 언니인 김진아 씨가 맡아서 운영한다. 상암점이나 판교점이나 거의 매일 행사가 열리다보니 자매는 정신없이 바빠 직접 만나기가 쉽지 않다. 대신 카카오톡을 활용해 수시로 대화를 나누고, 1주일에 한 번 페이스톡으로 전체 직원회의를 한다. 김진양 대표는 “처음 책방 문을 열 때는 감성적으로 여유 있게 일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온라인에서 했던 일과 비슷한 면이 많다”고 말한다.

“매일매일 엄청난 양의 신간이 쏟아집니다. 그중 우리 고객에게 맞는 책을 선별해서 진열한 후 책의 배치를 계속 바꿉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을 잘 보이는 자리로 옮기면서 고객 반응을 바로바로 반영하죠. ‘이 책방은 어떻게 맨날 책의 위치가 바뀌느냐’며 신기해하는 분들도 있어요. 사람들이 많이 클릭하고 댓글이 많이 달리는 콘텐츠를 메인에 노출하던 온라인 업무와 다를 바가 없죠. 구매 패턴을 신속하게 분석하면서 관리하니 작은 책방이라도 매출을 계속 늘려나갈 수 있었습니다.”

점심 후 커피 한 잔을 하거나 퇴근 후 생맥주 한 잔을 기울이기 위해, 강좌를 듣거나 저자를 직접 만나기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책방을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시너지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북바이북에서 책 두 권을 사면 커피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다. 책을 살 때마다 5%씩, 다 읽은 책을 되팔면 책값의 80%가 적립된 포인트로 다양한 음료나 맥주를 마실 수도 있다. 북바이북은 되사들인 중고 책을 70% 가격에 판매하는데, 의외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할인받을 수 있는 온라인 서점을 찾지 않고 굳이 우리 책방을 찾아주시는 고객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생각해낸 아이디어’라고 말한다.

온라인에 댓글이 달린다면 이 책방에서는 인기 있는 책들에 ‘책꼬리’가 꽂힌다. 고객들이 손글씨와 그림으로 남긴 독후감을 코팅해서 책에 꽂아놓는데, 다른 고객에게 책을 추천하는 효과가 있다. 책꼬리를 남긴 고객은 무료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작가 번개’라는 이름으로 저자와의 만남이 수시로 열리는 것도 북바이북의 특징이다. 작가 번개가 예정된 저자들의 책만 모아놓은 코너도 있었다.

“꼬박꼬박 작가 번개에 참가하시면서 그 책들만 읽는다는 분도 있어요. 한 달에 네다섯 번씩 참가하시니, 그렇게만 읽어도 많이 읽으시는 거지요.”

김진양 대표는 “언니나 저나 책을 책으로만 보지 않고 콘텐츠의 하나로 보았기 때문에 다양한 각도로 접근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북바이북의 구상은 김진양 대표가 5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박차고 나오면서 시작됐다.

“다음에 다니던 언니의 조언으로 미디어다음에서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다 입사했습니다. 다음 미디어본부에서 저는 콘텐츠 기획, 언니는 유통과 사업 관련 일을 했죠. 처음에 일할 때는 제가 편집한 콘텐츠에 사람들이 바로바로 반응하는 게 재미있었지만,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지 않고 하는 일이라 점점 갑갑해졌습니다. 그때 동업자들의 노하우를 담은 책 《탐나는 동업 20》을 쓰게 되었습니다. 주말마다 20~30대 창업자들을 만나 그들의 통통 튀는 에너지와 열정을 느끼면서 ‘나도 새로운 일을 열정적으로 하고 싶다’는 자극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언니와 상의도 하지 않고 퇴사했어요. 언니한테 물으면 ‘좀 더 경험을 쌓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할 것 같았거든요.”

마침 언니도 그때 10여 년째 다니던 회사에서 한 달간 안식 휴가를 받았기 때문에 함께 사업 구상을 할 수 있었다. 김진양 대표가 “동네 책방을 하면 어떨까?”라고 말을 꺼내자 언니 김진아 대표는 뜻밖에도 선뜻 “우리가 살고 있는 상암동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책꼬리 아이디어는 그때 이미 나왔다고 한다. 동네 책방을 준비하면서 두 사람은 벤치마킹을 위해 도쿄 책방 투어를 다녀왔다. 도쿄에는 여행, 요리 등 전문서적을 판매하면서 작지만 알차게 운영하는 책방이 많았고, 특히 맥주를 함께 판매하는 책방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크림이 가득한 생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훑어보는 기분은 색다르면서 근사했고, 자매도 그렇게 ‘작지만 색다르고 편안한’ 책방을 만들고 싶었다.


이들은 2013년 10월, 상암동에서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50만 원에 23㎡(7평)짜리 공간을 얻어 동네 책방을 시작했다. 2014년 6월, 근처에 56㎡(17평) 공간을 새로 얻어 2호점을 열면서 언니 김진아 대표도 다니던 회사를 나와 합류했다. 2016년 4월에는 1, 2호점을 통합해 단독 건물로 옮겼고, 2017년 5월에 판교점을 열면서 계속 규모를 키웠으니 성장 속도가 무척 빨랐다. “오프라인 서점을 온라인 속도로 키우다 보니 고생도 많이 했다”고 한다.

동네 책방의 성공 모델로 꼽히는 북바이북은 우선 국내 최초의 ‘술 먹는 책방’으로 유명해졌다. 맥주를 마시러 온 사람들이 진열된 책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 책을 선물하는 등 책과 맥주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음악도 북바이북 성격에 어울리는 곡을 선별해서 트니 ‘음악이 좋네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자 책방에서 음반도 판매하고 콘서트도 열었다. 그중에는 박근쌀롱, 기타리스트 찰리정 등 상암동에서 만난 동네 아티스트들도 있다. 저자를 초청해 작가 번개를 개최하고, 각종 특강을 열면서 북바이북은 이제 ‘배우는 공간’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상암점은 80명, 판교점은 50명까지 들어와 강의를 들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작가를 모셔오려고 공을 많이 들였지만, 요즘은 신간이 나오면 출판사나 저자들이 먼저 제안하는 경우도 많아요. 작은 공간에서 독자들을 가깝게 만날 수 있어 분위기가 좋고, 우리 책방에서 행사를 하고 나면 다른 곳들도 주목한다고 하네요.”

북바이북에서는 이제까지 600여 회의 작가 번개가 열려 1만여 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11월 4~5일에는 작가 번개와 콘서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1박 2일 프로그램 ‘북바이북 투고(To Go)’를 제주도에서 열 예정이다. 소설가 김연수·임경선, 시인 이병률·박준, 응급의학과 의사이자 작가인 남궁인, 수필가 김하나 등 6명의 작가를 만나고, 싱어송라이터 ‘짙은’의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자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동네 책방 북바이북은 계속 진화 중이다.
  • 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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