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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슬쩍 교훈 주는 <삼시세끼>와 무심한 듯 치밀한 이서진의 저력

사진제공 : tvn
“〈삼시세끼〉 또 하냐? 뭐 할 게 또 있대? 또 이서진 나오냐?” 그러다가 〈삼시세끼 바다목장 편〉이 시작되자 “근데 또 재밌다”로 결론이 나면서 결국 빠져들고 말았다. 〈삼시세끼 바다목장 편〉은 8월 4일 첫 방송부터 시청률 10%(닐슨,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 기준)를 돌파했고 순간 최고 시청률이 13.3%까지 치솟았다.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 기록이다.

“하는 거라곤 종일 밥 해 먹는 것밖에 없는 프로그램이 재미있을 일이냐?” 이렇게 말하면서 다들 보는 프로그램이 tvN의 〈삼시세끼〉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한 끼를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 마당에서 장작불을 지펴 힘들게 해 먹는 일에 왜 마음을 뺏기는 것일까.

현재 〈삼시세끼〉 시즌 7이 방영되고 있는데 세 편은 차승원과 유해진이 메인이었고, 네 편은 이서진이 이끌어왔다. 이서진이 2014년 강원도 정선으로 촬영을 가면서 “이 프로그램은 망한다. 안 된다”고 장담할 때부터 ‘입덕’하여 지금까지 열심히 보고 있는 시청자로서 〈삼시세끼〉를 정의하라면 ‘불가사의’를 내밀련다. 영리한 제작진이 바쁘고 복잡한 대한민국 사람들의 욕구를 잘 포착했으며, 최적의 인물을 출연시켜 불가사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삼시세끼〉는 시끄럽게 떠들면서 뛰고 구르는 예능에 관심 없는 사람들과 화려한 ‘불금’에 휩쓸리기 싫거나, 휩쓸릴 수 없어 일찌감치 방 안에서 주말을 시작하는 이들의 눈을 붙들었다. 〈삼시세끼〉는 금요일 밤 9시 50분에 문을 연다.

대한민국 사람의 대다수는 낮에 유리벽이나 시멘트벽에 둘러싸여 지낸다. 밤에도 별수 없이 아파트 내부의 방 한 칸에 박제되기 일쑤다. 〈삼시세끼〉는 빌딩이나 방에 박혀 있던 이들을 마당으로 불러내면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십수 년 전 우리가 폐기해버린 마당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평상 위에서 도란도란 밥 먹는 모습에 속수무책 합류해버린 것이다.


온 가족이 하루 한 끼도 같이 하기 힘든 시대인 데다 1인 가족이 늘어난 지금, 동그란 철제 밥상에서 머리 맞대고 밥 먹는 모습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전자레인지에 레토르트 식품을 데워 먹으며 마치 그들의 마당에 초대된 양 착각해 슬쩍 눈물지은 이도 있을 정도다.

전국의 맛집을 돌며 탄성을 지르는 ‘먹방’이 인기지만 갓 지은 밥에 마당 한 귀퉁이와 바다에서 건져 올린 채소와 해산물을 곁들인 밥상이야말로 향수와 감동을 제대로 불러냈다.

마당에 대한 추억이 없는 사람에게도 〈삼시세끼〉는 ‘정원의 역할’로 매력을 발산했다. 사방이 꽉 막힌 공간에서 머릿속으로나마 텃밭과 바다에 동행하며 마치 그들과 함께하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한 끼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가 있었던가. 한 끼를 먹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삼시세끼〉 출연자들을 보고 비로소 밥의 중요성을 알게 된 이가 적지 않다. 식자재를 직접 가꾸고 수확하는 일, 음식을 만드는 일에 얼마나 많은 수고가 들어가는지 깨닫고 한 끼를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해준 이들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끼게 했다. 한 끼를 대충 ‘때우는’ 수준으로 살아온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사과해야만 했다.

〈삼시세끼〉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인생을 떠올린 이도 많을 것이다. 푹푹 찌거나, 비가 쏟아지거나, 찬바람이 몰아치는 마당에서 그들이 힘들게 하는 일과 걱정은 지극히 단순하다. 어제 남은 누룽지 끓여 아침을 먹고 나면 점심 먹을 걱정을 한다. 밭에 가거나 바다에 가서 찬거리 마련해 와 점심을 해 먹고는 바로 저녁거리 걱정을 한다. 읍내에 나가 고기라도 사온 날은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저녁을 푸짐하게 먹고 잠자리에 들 때 걱정도 역시나 아침 밥상이다. 이토록 단순하고 간단한 인생이라니.

따지고 보면 우리네 인생이 밥을 먹기 위한 행보 아니던가. 그런데 그 밥을 위해 너무 큰 희생과 고통을 치르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삼시세끼〉를 보면서 새삼 자각하게 된다. 하기 싫은 일, 듣기 싫은 말을 감내하다가 곪아버린 마음으로 전전긍긍하는 게 괜히 억울하기도 하다. 밥 세끼 만드느라 하루해를 보내는 출연자들을 보면서 ‘밥 먹고 살면 됐지, 뭘 그렇게 아등바등하는 거지’ 하는 생각에 속상하기도, 한편 편해지기도 한다.


이서진의 서늘한 유머


교훈과 소소한 재미가 어우러진 〈삼시세끼〉를 시즌 7까지 끌고 오게 한 주역이라면 단연 이서진을 꼽아야 한다.

시즌 1에서 이서진이라는 의외의 카드가 제대로 먹혔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언젠가 한 개그맨이 모 프로그램에서 “〈삼시세끼〉에 나가고 싶은데 개그맨은 부르지 않는다. 대부분 배우들만 출연한다”고 푸념했는데 실제로 출연자와 게스트가 모두 연기자들이다. 몇몇 가수가 출연했는데 그들조차 연기를 겸업하는 이들이다. 연기자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웃겨야 한다는 강박이 없는 인물이 필요했기 때문이리라. 세끼 밥 해 먹는 일에 말 성찬이 앞서면 자칫 프로그램이 산으로 갈 염려가 있다. 조용한 슬로푸드 프로그램인 만큼 출연자의 튀는 말이나 행동보다는 밥 짓는 일과 밥 먹는 일에 열중하는 모습이 주가 되어야 한다.

이서진은 프로그램의 중심이면서도 ‘분량 뽑아낼 걱정 하지 않는’ 속 편한 사람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그냥 필요한 말만 툭툭 던지고, 나영석 PD와 밀당하고, 조용히 후배들 챙기고, 크게 드러나지 않는 일로 서포트하는 정도다. 소란스럽지 않되 정적이 계속되지 않는, 그 마지노선을 이서진이 잘 컨트롤하고 있다.


이서진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킨 나영석 PD의 혜안이야말로 가장 칭찬해야 할 대목이다. 이서진은 5년 전 나PD가 연출한 KBS 〈1박2일〉에 이승기의 절친으로 등장해 ‘스태프 저격 언어’로 색다른 매력을 뿜었다. 불만을 토로하되 수위를 넘지 않는 독특한 화법을 구사했고, 나PD는 다소 도발적인 그의 말을 자막으로 알뜰히 담아냈다. 그때 이미 ‘이서진의 서늘한 유머’에 동화된 사람들이 많았다.

이서진은 ‘지적인 퉁바리’를 놓을 줄 아는 드문 연예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할 말은 하는 이서진과 팽팽하게 맞서며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나영석 PD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체면과 권위를 뭉갠 소통과 신뢰를 발견하고 갈채를 보냈다. 이서진이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했을 때 ‘과연 예능과 맞는 인물일까?’라는 의문을 표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1971년생 독신, 영어가 자유로운 뉴욕대 경영학과 출신, 명문가 집안, 근사한 외모와 재력, 폼 나는 주연 배우가 예능과 맞지 말란 법이 없다는 걸 이서진은 계속 증명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삼시세끼〉는 이서진이 퀄리티의 30% 이상을 보장하고 있다.


굳이 이서진의 캐릭터를 규정하자면 ‘무심한 츤데레’쯤 될 듯하다. 빵을 잘 만들기 위해 셰프에게 특별지도를 받고, 빵이 잘 안 될까봐 잠을 제대로 못 잔다고 토로하는 걸 보면 이서진의 무심함은 치밀함의 다른 말인지도 모른다. 경계를 넘나들며 균형을 잡는 게 쉽지 않건만 이서진은 〈삼시세끼〉에서 매번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각 가정에 마당과 정원을 선물하고, 한 끼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면서, 너무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깨달음까지 안겨주는 〈삼시세끼〉, 이서진과 어우러지면서 매력을 발산하는 중이다.
  • 201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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