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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산업의 기수들

청년들, 세계를 돌아보고 농부가 되다

‘파밍 보이즈’ 유지황, 김하석, 권두현

2013년 12월, 호주행 비행기에 오른 이들의 주머니에는 30만 원밖에 없었다. 돌아올 비행기 표조차 없었다. 30만 원이 떨어지기 전 농장에서 일자리를 구해 농업 세계 일주 경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계획은 처음부터 어긋났다. 일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포도농장은 일거리가 없다고 했다. 호주 서부의 도시 퍼스에서 식자재 배달, 청소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해 4개월 동안 각자 1500만 원씩 모았다. 호주에서 시작해 12개국 35개 농장과 생태공동체를 찾아다닌 이들의 여정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사진제공 : 유지황
유지황, 김하석, 권두현 씨의 이야기다. 이들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영화 〈파밍 보이즈〉로 만들어져 화제를 모았고, 최근 같은 이름의 책으로도 출간되었다. 농업 세계 일주를 기획하고,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여행기를 올린 후 책으로도 펴낸 유지황 씨를 만났다. 유지황 씨와 김하석 씨는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함께 자취 생활도 했다. 농업 관련 일을 하겠다고 먼저 마음먹은 사람은 유지황 씨였다.

“1년 동안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스물세 살 때 처음 가본 외국이 이집트였습니다. 그때 차 밑으로 들어가서 자는 아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 후 동남아에서 배낭여행을 하면서 거리의 가난한 아이들을 수없이 만났습니다. 가난을 해결하려면 먹는 문제와 주거문제, 교육문제 해결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고, 농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청년 농부가 많아지면 농촌 고령화, 청년 실업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농자재 도매상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남 지역의 농촌을 구석구석 누볐지만 청년 농부를 찾기가 어려웠다. 집 근처에서 텃밭을 빌려 농사를 지어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쫓겨나면서 ‘땅도 돈도 없는 청년은 농사도 짓기 어렵다’는 현실을 절감했다. 그러다 일본 농촌을 답사하고 돌아왔다.

“한 항공사가 공모한 ‘대학생 꿈 지원 프로젝트’에 ‘다른 나라의 농촌을 돌아보면서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를 모색하고 싶다’고 지원해 선발되었습니다. 우리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하석이랑 둘이서 통영에서 김포공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면접을 봤죠. 일본에 가보니 20년 전부터 청년을 농촌으로 데려오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었고, 청년 농부를 지원하는 단체도 많았습니다. 농부, 특히 청년 농부들이 어떻게 먹고사는지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2013년 12월, 이들은 그 꿈을 품고 비행기에 올랐다. 출국 1주일 전 만난 권두현 씨는 호주에서 합류했다.

“두현이는 공대에 다니다 부모님 뒤를 이어 농사를 지을 생각으로 경상대 원예학과에 편입했어요. 두현이도 우리와 같은 꿈을 가지고 세계 여행을 할 계획이었다고 해요. 아는 형님의 소개로 만나 셋이 같이 다니자고 했죠.”


이들은 농장들을 찾아다니면서 호주를 일주한 후 동남아로 건너갔다.

“동남아에 가면서 솔직히 ‘배울 게 뭐 많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느꼈습니다. 유기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생태를 지키겠다는 생각이 강했고, 창의성을 발휘해 농업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더러닝팜(The Learning Farm)이 기억에 남아요. 2005년 비행 청소년들에게 농사와 영어, 철학을 가르쳐 자립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곳으로, 지원자가 많아지면서 지금은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와 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가 ‘농부 수는 줄어들지만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은 커져서 20~30년 후에는 우리 농부가 세상의 중심이 될 거야’라고 확신에 차서 말하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2015년 4월 한국에 돌아온 이들은 그해 7월 다시 유럽으로 떠났다. 45일간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의 농촌을 돌아볼 계획이었다. 고도 1000m의 알프스 산속에서 딸기, 라즈베리, 블랙베리 등 각종 베리를 재배해 잼, 시럽,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농장과 사과를 재배해 사이다를 만드는 농장, 염소를 키우면서 염소젖으로 치즈와 요구르트를 만드는 농장 등에서 일을 도왔다. 비용도 아끼고 그곳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 다녔다.

“유럽은 농부들에 대한 지원이 더 탄탄하고 체계적이었어요. 프랑스에서는 농토가 다른 용도로 바뀌지 않도록 시민단체들이 사들여 청년 농부들에게 임대하고 있었습니다. 농민과 소비자가 긴밀한 관계를 맺는 단체인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농부들은 매년 100~150가구를 회원으로 모집해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농사를 시작합니다. 회원들은 일손을 돕거나 농산물을 직접 수확하기 위해 수시로 농장을 찾죠. 자본금이 없는 농부와 건강한 먹거리를 확보하면서 농촌 체험을 하고 싶은 소비자 모두에게 좋은 해결책이라고 생각해요. 자연에서 가져가려고만 하지 말고 돌려주려고 할 때(pay back), 자연도 더 많이 베푼다는 그들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세 사람 모두 손끝이 야물어 어디에 가도 환영받았고, 며칠 지내지 않아도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헤어질 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아쉬웠고, 김하석 씨는 직접 노래를 만들어 선물했다. 그가 우쿨렐레를 치면서 부르는 노래들은 영화 〈파밍 보이즈〉의 테마 음악으로 쓰이면서 영화 분위기를 밝고 경쾌하게 만든다.

“원래 내가 연주하려고 우쿨렐레를 가져갔는데, 하석이가 치면서 노래를 만들기 시작하는 거예요.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자신에게 음악적인 재능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합니다. 요즘은 작사 작곡자로 음원 저작권료까지 받아요.”

권두현, 유지황, 김하석.(왼쪽부터)
영화를 보면 젊음이 내뿜는 활기로 가득하지만, 실상은 농장일과 촬영을 병행한 데다 텐트에서 불편한 잠을 자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감정 표현이 서툰 경상도 남자 세 명이 갖은 고생을 하면서 다니다보니 크게 싸우다 여행을 중단할 뻔한 위기도 여러 번 있었다. 여행 끝자락에 가서야 상처 주지 않으면서 속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먼 길을 돌아 세 사람은 각자 자신의 길을 찾았다. 권두현 씨는 경남 산청 강누마을에서 가업을 이어받아 딸기를 키우는 청년 농부가 되었다. 딸기 하우스 다섯 동을 직접 관리하면서 최고의 매출을 올려 선배 농부인 부모님의 신뢰를 받게 되었다. 그의 궁극적인 꿈은 네덜란드에서 보았던 ‘치유 농장’을 만드는 것이다. 몸이 불편하거나 정신적으로 지친 사람들이 농장 일을 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하는 곳이다. 김하석 씨는 ‘농부들이 키운 소중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고, 생활협동조합 직원이 되었다. 유지황 씨는 이동식 목조주택 사업을 시작했다.

“청년들이 농사를 지으려면 우선 땅과 집이 필요합니다. 전국의 청년 농부들을 만나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가’ 물은 후 20㎡(6평), 26.5㎡(8평)의 경량 목구조 복층 주택을 만들었어요. 옮겨 다닐 수 있고, 지진에 강하고, 단열이 잘되는 작은 집이죠. 이 집을 청년 농부나 전원주택이 필요한 중장년층에게 팔아 자본을 모은 후 청년 농부를 지원하는 단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유지황 씨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우리나라 현실에 답답해하면서 떠났는데, 여행에서 돌아올 때는 ‘한국 사회를 바꿀 거야. 바꿀 수 있어’라는 용기가 생겼습니다”라고 말한다.
  • 2017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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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김형준   ( 2017-09-07 ) 찬성 : 1 반대 : 0
권두현.유지황.김하석님 꼭 연락좀 주세요.
 born4you80@naver.com
 010-5585-1869
 
 청년귀농을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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