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주메뉴

  • cover styory
  • focus
  • lifestyle
  • culture
  • human
  • community
    • 손글씨
    • 1등기업인물
    • 나도한마디
    • 기사제보
  • subscription

작다. 하지만 그들이 남겼거나 남길 족적은 거인의 그것보다 크다

농구·야구판을 점령한 국내외 ‘작은 고추’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미국 프로농구(NBA: 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를 대표하던 ‘득점기계’ 앨런 아이버슨의 별명은 ‘디 앤서(The Answer)’다. 탁월한 득점력으로 언제든 팀 승리의 해답을 준다는 의미다. 신장이 183cm에 불과한 아이버슨은 놀라운 스피드와 테크닉, 드리블을 앞세운 돌파 능력으로 장대 숲 같은 거인들이 지키는 골밑을 헤집어 놓았다. 자신의 작은 신장을 폄하하는 이들에게 아이버슨은 “농구는 신장(身長)이 아니라 심장(心臟)으로 하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2m가 넘는 거인들이 즐비한 NBA 코트에서 170cm 남짓한 난쟁이(?)들이 거인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는 장면은 늘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천재 가드’라 불린 김승현 선수.
토머스와 김승현

아이자이어 토머스(175cm)는 현역 NBA 최단신 선수다. 그는 워싱턴 대학 시절 무척 훌륭한 선수였지만 NBA 입성은 불투명했다. 앨런 아이버슨을 필두로 타이론 보그스(160cm), 스퍼드 웹(167.6cm), 얼 보이킨스(165cm)처럼 180cm가 안 되는 키로 NBA에서 살아남은 예가 아주 없지는 않다. 하지만 높이가 절대적인 농구라는 종목에서 그것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NBA에서는 토머스처럼 작은 키의 테크니션(technician)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하늘이 도와서였을까. 2011년 6월 열린 NBA 신인 드래프트(draft). 30개 구단이 2명씩 총 60명을 뽑는 이 드래프트에서 최하위 순번인 60번 지명권을 쥔 새크라멘토 킹스가 아이자이어 토머스를 뽑았다. 대학 입시로 치면 ‘문 닫고 들어간 셈’(커트라인으로 합격)이다. 새크라멘토에 입단한 토머스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당시 새크라멘토에는 토머스와 같은 포지션(포인트 가드)을 가진 선수가 많았다. ‘코트 위 사령관’이라 불리는 포인트가드는 직접 볼을 소유하면서 적재적소에 패스를 뿌려주는 게 주 임무다. 평균 20점이 넘는 득점력까지 가지면 S급 포인트 가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매일같이 새벽에 코트에 나가 저녁에 돌아오는 것이 일상이었을 정도로 연습벌레였던 토머스는 경쟁에서 승리, 팀 내 주전 포인트 가드로 올라섰다. 성장을 거듭한 토머스는 새크라멘토에서의 마지막 해인 2013~2014시즌에 커리어 하이 20.6득점, 2.9리바운드, 6.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개인 기록은 출중했지만 저조한 팀 성적 탓에 토머스는 피닉스 선즈로 트레이드 됐고, 네 달 뒤 현재의 소속 팀인 보스턴 셀틱스로 다시 한 번 팀을 옮겼다. NBA 대표 명문 구단인 보스턴 셀틱스(NBA 역대 최다인 파이널 17회 우승)는 작은 키를 공간 침투에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토머스의 장점을 높이 평가했다. 토머스는 믿음에 보답했다. 전에 있던 팀에서보다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은 토머스는 종횡무진 활약했다. 2015~2016시즌 팀의 에이스로 거듭난 토머스는 2016~2017시즌에는 경기당 평균 28.9득점(FG 46.3%), 5.9어시스트, 2.7리바운드를 기록, 커리어 최고 시즌을 보냈다. 그는 180cm 미만 선수 기준 단일 시즌 득점 1위에도 등극했다. 이전 1위는 마이클 애덤스(178cm)가 지난 1990~2001시즌 기록했던 26.5득점이다.

NBA현역 최단신인 토머스 선수(가운데). 2016~2017시즌에서 경기당 평균 28.9득점을 올렸다.
‘단신 선수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라는 질문을 받으면 토머스는 이렇게 대답을 한다. “편견에 굴복하지 마세요. 대담한 심장을 갖고 부딪치면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도 토머스와 같은 선수가 있었다. 바로 ‘천재 가드’라 불린 김승현(178cm)이다. 2001년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당시 대구 오리온스(현재는 고양 오리온스)에 입단한 그에게는 의문부호가 따랐다. 180cm가 채 되지 않는 작은 신장으로 두 명의 외국인 선수가 존재하는 프로에서 활약을 보여줄지 의문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2라운드에나 지명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김승현은 1라운드에서 뽑혔다. 그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김진 전 감독(당시 오리온스 감독)이 모험을 선택한 까닭이다. 김 전 감독의 모험은 대성공이었다. 신인으로서 리그를 씹어먹던 김승현은 오리온스 역사상 첫 통합우승의 주역이 되었고, 신인 최초의 정규리그 MVP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5개 기록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김승현은 당시 KBL(Korean Basketball League)을 대표하던 센터 서장훈과 경합을 벌여 1표 차로 MVP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신인상은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이후 김승현은 팀을 6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그의 현란한 패스워크와 창의적인 플레이는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었다. 2003~2004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어시스트왕에 오르는 등 통산 네 차례나 어시스트 1위 타이틀을 차지했다. 2004~2005시즌엔 국내 프로농구 역사상 유일하게 두 자릿수 어시스트(평균 10.5개)를 기록했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김승현의 발목을 잡은 것은 고질적인 허리 부상이다. 결국 그는 2014년 은퇴했다. 김승현은 프로농구 통산 12시즌 507경기에 출전해 평균 10.6득점, 3.1리바운드, 6.9 어시스트, 2.0가로채기를 기록했다.


알투베와 김선빈

165㎝ 현역 메이저리거 중 최단신인 호세 알투베(가운데).
2016년에는 리그 타격왕에 올랐다.
농구만큼은 아니지만, 야구에서도 키는 중요하다. 키가 작은 투수가 키가 큰 투수와 같은 구속을 내기 위해서는 근육 수축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그럴수록 부상 위험성은 높아진다(또한 전통적인 스카우트들은 키가 작은 투수의 공이 타석에서 더 잘 보인다고 주장한다). 키가 작은 타자 역시 불리하다. 키가 작은 타자(근육량이 적은 타자)가 키가 큰 타자와 같은 수준의 파워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생을 건 것 같은’ 스윙을 해야 한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 신장이 188cm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역 최단신 메이저리거인 호세 알투베(165cm)는 키가 작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선수다. 2011년 빅리그에 데뷔한 알투베는 키가 작은 선수로 먼저 이름을 알렸지만, 지금은 실력으로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그는 2014년(225개), 2015년(200개), 2016년(216개)까지 3년 연속 리그 안타부문 1위를 차지했고 2014년(타율 0.341)과 2016년(0.338)에는 리그 타격왕에 올랐다. 특히 그는 2014년 220개의 안타를 달성함으로써 메이저리그 역사상 2루수 단일 시즌 최다안타에 등극하는 동시에 타율, 최다안타, 도루 3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 타격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 세 부문에서 모두 리그 1위를 차지한 타자는 2001년 스즈키 이치로와 알투베 두 명뿐이다.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현역 최고의 2루수’로 알투베를 꼽았다. ESPN은 2017년 현역 2루수 순위를 1위부터 10위까지 선정해 발표했는데, 알투베가 1위였다. ESPN은 “알투베는 명예의 전당으로 향하는 궤도에 탑승했다”고 했다.

알투베와 같은 키의 김선빈 선수.
2017시즌에서 김 선수는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도 알투베 같은 선수가 있다. 바로 기아 타이거스의 주전 유격수인 김선빈이다. 그의 키는 알투베와 같은 165cm다. 2016년까지 국내 프로야구 최단신 선수였다. 올해 김성윤(163cm)이 삼성에 입단하면서 최단신 타이틀을 넘겨줬다. 하지만 김성윤은 아직 1군 무대에 서지 못했다. 김선빈은 키는 작았지만 어릴 때부터 야구를 잘했다. 2006년 대통령배에서 국내 유일의 군 단위팀 화순고를 4강에 올려놓을 정도였다. 프로선수를 연상케 하는 핸들링과 송구, 누상에 나가면 2루와 3루를 제집 드나들듯 훔치는 빠른 발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아마추어 시절 ‘야구 천재’로 불렸던 그이지만 왜소한 체구 탓에 장래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2008년 프로에 입문(2차 6번 지명)했지만 계약금은 3000만원으로 ‘헐값’이었다. 그는 자신에 대한 높지 않은 평가를 뒤집기 위해 지옥 훈련을 소화하면서 타격과 수비훈련에 매달렸다. 매 시즌 발전을 거듭해온 김선빈은 올 2017시즌 공수(攻守)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타율은 3할을 넘기고 있으며, 유격수 수비 역시 안정적이다. 모든 감독은 내야 수비를 가장 잘하는 선수에게 유격수를 맡긴다. 키는 이제 김선빈에게 더는 고민이 아니다. “야구에서 키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올 시즌 반드시 타율 3할과 30도루를 성공해서 키 작은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 2017년 07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단메뉴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김창기
편집인 : 김창기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성동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