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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한국 클래식계 간판스타 길러낸 스승”

제11회 대원음악상 대상 수상,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글 : 임현선 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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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 교육자, 지휘자 등 세 영역에서 국내 클래식 음악의 발전을 이끌어온 김대진(55)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교수가 3월 6일 제11회 대원음악상 대상을 받았다. 대원문화재단은 “김 교수는 차세대 한국 클래식계 간판스타들을 육성했고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등 세계 주요 음악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 음악계의 위상을 높였다”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대원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인 및 문화예술단체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한 재단법인으로 2006년부터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김 교수는 미국 줄리아드 음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94년 귀국해 한예종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10년째 수원시립교향악단(수원시향)의 상임 지휘자를 겸직하고 있다.
스타 피아니스트 손열음, 김선욱 지도

멀리 남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김대진 교수의 연구실은 통유리를 통해 밖이 환히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있었다. 수상식 다음 날 김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다.

“지금도 제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나 싶어요. 기존 수상자 중에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이 많았어요. 피아노를 연주하고 지휘도 하지만, 스스로 저를 규정하는 가장 큰 부분은 선생이에요. 저처럼 로컬 뮤지션(local musician)에게 대상을 준 경우는 처음이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요.”

그의 지적처럼 역대 대원음악상 대상 수상자들은 피아니스트 백건우,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강동석, 지휘자 정명훈, 소프라노 조수미 등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한국인 연주자의 위상을 높인 이들이었다. 그러나 겸손의 말로 들렸다. 그는 22년간 한예종 교수로 재직하며 손열음, 김선욱, 문지영 등 빼어난 피아니스트들을 길러냈다. 2008년부터 수원시향의 상임 지휘자를 맡아 이끌면서 수원시향의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았다.

2015년 한국인 최초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에 오른 문지영은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국내파’란 점에서 화제가 됐다. 한국은 세계인이 인정하는 뛰어난 뮤지션을 배출하는 나라로 주목받았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 ‘한국의 음악 영재’를 취재하기 위해 김 교수를 찾아오기도 했다.

“재능은 타고나는 거예요. 평범한 사람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천재를 따라갈 수 없죠. 운이 좋아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제자들을 만났어요. 저는 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잘 발휘하도록 다듬은 거고요. 영재교육의 비결을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되도록 어릴 때 영재성을 알아보고 교육해야 한다는 것밖에 해줄 말이 없어요. 최근 10여 년간 해외 콩쿠르에서 상을 받는 한국인이 늘면서 우리나라는 음악 선진국으로 인식되고 있어요. 교육자로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생각이 많죠.”

세계 클래식계에서 한국 뮤지션의 활약은 눈부시다. 요즘은 ‘누가 어느 콩쿠르에서 입상했다’는 소식이 더 이상 특별한 뉴스도 아니다.

“콩쿠르는 일종의 관문이에요. 본격적으로 연주자의 길로 들어섰음을 알리는 거죠. 1960~1970년대에는 해외 콩쿠르에서 우승한 한국인에게 많은 기회가 열렸어요. 유명 기획사들이 계약을 하자고 제안했고 연주자는 음반을 내고 연주 일정을 소화했어요.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기획사 관계자들이 한국 뮤지션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생겼어요. 계약도 잘 이뤄지지 않죠. 이는 한국인 연주자들이 해외 주요 무대에서 계속 활동할 기회가 줄고 있음을 뜻합니다.”

김 교수는 콩쿠르에서 우승한 한국인 연주자가 해외에서 활동하려면 대형 기획사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했다. 아쉽지만 국내에는 이런 역할을 할 기획사가 없다.

“세계 클래식 음악계는 한국이 음악 선진국에 걸맞은 역할을 하길 원합니다. 콩쿠르 운영 전반에 도움이 되어달라는 거죠. 한국이 자국민의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콩쿠르에서 입상한 외국인 뮤지션을 초청해 연주 기회도 주고 자주 교류하자는 건데, 개인 차원에서 진행하긴 어렵습니다. 국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수 있는 일이죠.”

이제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주요 과제는 ‘콩쿠르 입선’보다 경쟁을 통과한 재주 많은 뮤지션들이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국내 클래식 연주, 교육, 지휘 분야 선구자


김대진 교수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스물세 살 때 클리블랜드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피아니스트로 유명해졌지만, 연주자가 아닌 교육자의 길을 선택했다.

“어릴 때부터 스승님들을 보면서 저도 가르치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한예종의 초대 총장이셨던 이강숙 선생님이 저에게 ‘한국의 줄리아드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해서 이곳에 둥지를 틀었죠. 상임 지휘자가 되려고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운명처럼 연결되는 일이 있잖아요. 지휘가 제겐 그랬어요.”

그가 귀국한 1990년대 중반은 ‘국내 음악가의 공연 티켓을 예매한다는 개념이 없었다’고 한다. 해외 유명 뮤지션이나 오케스트라가 와야 사람들은 티켓을 예매하고 공연장을 찾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주변에 공연한다고 알리면 ‘어 그래, 초대권 보내봐’란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국내 연주자들의 공연을 폄하하는 이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1998년 외환위기 사태로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해외 연주자들의 공연이 대부분 취소됐어요. 국내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음악가들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웠죠. 위기가 곧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후 한국 클래식 음악계는 크게 발전했다. 공연장을 찾아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일반인도 늘었고 한국인 연주자의 활동도 활발해졌다. 연주자들의 역량이 커지면서 국내 교향악단의 연주 수준도 높아졌다. 이 과정에 김 교수도 기여했다. 2008년 수원시향의 상임 지휘자로 취임한 김 교수는 수원이라는 지역에 한정되어 활동하던 수원시향을 수준 높은 연주력을 갖춘 실력 있는 교향악단으로 변화시켰다. 그는 2015년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 연주에 이어 지난해 10월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를 시작했다. 말러는 시벨리우스, 브루크너와 함께 교향곡의 3대 거인으로 꼽힌다. 말러의 교향곡은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해석이 요구되는 난해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수원시향 단원이 96명인데, 10년 정도 호흡을 맞추다 보니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이해도가 높아요. 드디어 말러 교향곡 전곡에 도전할 시기가 되었구나 생각했어요.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게 되면 교향악단의 음악적 수준, 실력이 굉장히 좋아져요. 음악인으로서 느끼는 자부심도 높아지죠.”

수원시향은 4월 정기 연주회에서 말러 교향곡 제4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수원시향에서 단원들과 곡을 연습한다. 이후 학교에 돌아와 학생들을 지도한다. 정해진 퇴근 시간은 없다. 스스로 ‘일 중독자’라고 고백할 정도로 늦은 시각까지 일에 몰두한다. 지난해 10월에는 피아노 독주회도 열었다.


라이브 연주는 한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

“어릴 때부터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40대까지 저는 무서운 선생이었어요. 저부터 주입식 교육에 익숙했던 건데, 획일적인 교육으로 개성을 잃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반성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어떻게 하면 제자들이 자신의 개성을 깨닫고 즐겁게 연주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제자들이 스스로 장단점을 파악해 자기만의 색깔, 개성을 지키도록 이끌어주고 싶어요.”

그는 청년들이 음악회장에 와서 연주를 감상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라이브 현장에 있으면 연주를 듣는 그 순간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알게 돼요. 연주는 한 생명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에요. 세상에 똑같은 연주는 없어요. 그 연주는 그 순간밖에 존재하지 않아요. 순간의 감격을 한번 경험하면 한 순간 한 순간의 중요함을 깨닫죠. 연주라는 생명이 탄생하는 그 순간, 증인이 되길 권합니다.”

4월 4일 김 교수의 지휘로 열리는 수원시향 정기 연주회의 티켓이 얼마인지 궁금했다. R석은 2만원, S석은 1만원, A석은 5000원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비용 부담 없이 수준 높은 클래식 연주를 감상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 2017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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