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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에 1개씩 팔린 기적의 ‘쿠션’ 개발

최경호 아모레퍼시픽 연구임원

여성이 미모를 가꾸는 것은 이제 경쟁력이며 이미지 자산이다. 화장이 현대 여성들에게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수단임에도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번거로운 것이 사실. 아모레퍼시픽의 ‘쿠션(Cushion)’은 이런 고민을 해결하며 단번에 전 세계 여성을 매혹시킨 히트 상품이 되었다. 선크림과 메이크업베이스, 파운데이션 등을 특수 재질의 스펀지로 흡수해 한 번에 도장처럼 찍어 바르는 쿠션이 출시되면서 여성들의 화장법에 일대 혁신이 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모레퍼시픽 쿠션 기술력 중심에 최경호 연구임원이 있다.

사진제공 : 아모레퍼시픽
여성들의 화장 문화를 바꾸다

아모레퍼시픽의 쿠션은 2015년 기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누적 판매량 1억 개를 돌파하며 ‘1초에 1개씩’ 팔린 말 그대로 ‘초대박’ 상품이다. 찍어 바르는 화장품에 왜 열광할까 싶지만 써본 사람만 안다고, 손에 묻어나거나 두껍게 발리지 않고 뭉치지 않는 ‘쿠션’은 편리성 면에서도 여성을 충분히 매료시킬 만하다. 거기에다 메이크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였다는 데서 획기적이다. 화장(化粧) 자체가 아름다움을 부각하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을 수정하거나 보완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화장품의 일대 혁명이 분명하다.

“딱딱한 팩트는 수정 화장의 효과가 별로 없고 액체형 파운데이션은 화장 효과가 좋지만 손에 묻혀야 하고 가지고 다니기가 어렵습니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래서 가지고 다니기도 쉽고 바르기도 편리한 아이디어를 얻고자 노력했어요. 쿠션은 단순히 제품 자체의 성공을 넘어 실제로 여성들의 화장 문화를 바꾸는 의미 있는 성과를 냈기에 더 큰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최경호 연구임원은 1996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해 20년간 화장품만을 연구개발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당시에는 남자가 화장품을 개발한다는 것은 생소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아름다움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신념에서 그의 적성이 빛을 발했다. 화장품 연구개발이 매력적인 일이었지만 성공하기까지는 수많은 재기의 과정이 있었다. 소재를 찾아 세운상가를 누비기도 하고, 재고로 쌓일까 반신반의하는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태국 방콕 설화수 매장(위)과 미국 뉴욕 SEPHORA 매장에서 고객이 쿠션을 사용해보고 있다.
“수많은 제품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05년에 출시한 ‘모이스춰 케익 파운데이션’입니다. 이 제품은 지금의 쿠션을 개발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어요. 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지는 못했지만 ‘에멀션 케이크’라는 새로운 유형을 개발하며 제품 내 수분의 수축을 최소화하는 고도의 기술을 성공하게 한 셈이죠.”

쿠션의 개발 기회는 그야말로 운명처럼 우연히 찾아왔다. 많은 여성이 자외선 차단제는 온종일 계속 덧발라야 한다는 점을 해결하고자 새로운 제형을 고민하던 때였다. 제형이 끈적이면서 손에 묻어날 뿐만 아니라 이미 곱게 화장한 얼굴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안타까움에서 기인했다. 최 실장은 어느 날 지인의 돌잔치에 갔다가 주차 도장에서 영감을 받았다. 여기서 액체가 흘러내리지 않고 균일하게 티켓에 찍히는 스탬프의 원리를 응용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얻은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점도를 지닌 내용물과 이 내용물을 안정적으로 머금을 수 있는 재질의 스펀지 등 끊임없이 기술적인 연구를 거듭해 지금의 쿠션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원리는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제품의 구성 하나하나를 완성해 제품화에 이른 과정은 험난했어요. 제형이 가벼우면 사용할 때 기분 좋은 느낌을 전달할 수 있지만 자칫하면 흐르기 쉬워서 최적의 경도와 점도를 찾아내야 했고, 물과 기름을 안정화하는 것이나 스펀지에 제형을 흡수시켜 흘러내리지 않게 하는 것 등 모든 단계가 도전이었죠.”


포브스, 100대 혁신기업에 아모레퍼시픽 선정


최경호 연구임원은 밤낮 없는 연구와 연구원들과의 논의 끝에 80만 개의 포어(Pore·구멍)가 있는 우레탄 폼(스펀지)이 적합한 스펀지임을 알아냈고 이를 다시 콤팩트 타입의 용기에 담아 제품으로 완성했다. 화장품을 덧바른 뒤 손을 씻어야 하는 불편함과 튜브형 용기에서 제형이 새는 일은 쿠션의 개발과 함께 사라졌다. 제형이 흘러내리지 않고 손에 직접 바를 필요도 없어 휴대와 사용이 간편해졌다. 초도 물량은 기계가 아닌 100% 손으로 만들었는데 홈쇼핑 판매에서 관심을 받으며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사실 쿠션 제품이 출시 초기부터 크게 주목받은 건 아니에요. 고객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제품의 우수성을 인식시키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죠. 제품 개발이 완료된 후에도 스펀지에 담긴 로션 제형을 보고 허가 기관에서도 ‘이게 뭐냐’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제품을 사용해보면 제품의 강점을 인식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있었죠.”

쿠션은 TV 광고 대신 제품의 경험률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선크림, 메이크업베이스, 파운데이션 등 여러 기초 메이크업 제품을 한 용기에 담은 올인원(All in one) 제품의 쿠션은 그 간편함으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나갔고, 출시 1년 만에 38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혁신적인 기술로 전 세계 177건의 특허출원과 26건의 특허등록도 마쳤다.


“첫 1세대 쿠션이 탄생한 이래 현재의 4세대 쿠션까지 쿠션의 기술을 진화시켜 온 것처럼, 아모레퍼시픽은 앞으로도 쿠션의 핵심 기술을 지속해서 발전시켜 고객들이 더욱 쉽고 편리하며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음 세대 쿠션을 개발하는 데 매진할 겁니다. 더불어 현재 쿠션 기술을 적용한 아이라이너, 블러셔 등을 출시하며 쿠션 타입 메이크업 제품의 장점을 활용한 다양한 유형의 제품 출시를 점차 확대하고 있고요. 제형이 변하면 그것에 맞게 화장 도구도 변해야 하므로 기존의 퍼프에서 더 진화한 도구를 찾아내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08년 3월 아이오페 에어쿠션 출시 이후 현재까지 아모레퍼시픽 그룹 내 15개 브랜드에서 관련 제품이 출시됐다. 국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이 모방 제품을 출시했고, 대한민국 화장품업계의 혁신 제품으로 해외에 소개되는 등 반응이 뜨겁다. 또 2015년 미국의 유력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100대 혁신기업 중 하나로 아모레퍼시픽의 이름을 올리며, 아모레퍼시픽이 쿠션 카테고리를 창출하며 세계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연구원들은 꼭 화장품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논문을 읽어요. 늘 의문을 가지면서 현재 일과의 연결고리를 생각하죠. 그러다 보면 새로운 것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날로 새롭고 또 날로 새로워지다)’의 자세로, 당연한 것은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연구자가 항상 도전의식을 견지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생각해요.”
  • 2017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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