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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녀 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시킨 숨은 주역

사진작가 와이진

“2011년 여름, 다이빙을 하려고 제주의 우도를 찾았을 때입니다. 파도가 험해 바다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섬이나 한 바퀴 돌자’는 생각으로 걷고 있을 때였죠. 까만색 고무 잠수복을 입은 사람들이 사납게 물결치는 거친 바다로 뛰어들고 있었습니다. ‘아니 저분들은 누구야? 우리는 안전장비를 갖추고도 들어가지 못하는 바다에 어떻게 들어가?’ 놀라서 바라봤죠. 두려워하는 기색 하나 없이 오렌지색 테왁을 들고 웃으면서 거침없이 바다에 몸을 던지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습니다. 영화 〈아마겟돈〉의 한 장면 같았죠.”
사진작가 와이진(본명 김윤진)은 해녀들의 모습을 보고 단숨에 빠져들었다.

사진제공 : 와이진
바닷속에서 만난 멋지고 당당한 해녀들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으로 사진이 대중화되는 시대에 사진작가로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 살짝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였어요. 머릿속을 좀 비우자고 떠난 여행에서 만난 해녀들이 저로 하여금 다시 카메라를 들게 했습니다. 내 카메라는 챙겨 가지도 않았던 여행이라 친구 카메라를 뺏어서 그 모습을 담았죠. 그리고 ‘이분들의 모습을 수중에서 촬영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뭍으로 나왔을 때 모습을 촬영한 사진들은 있지만, 수중사진은 귀하거든요. ‘이런 여성, 이런 엄마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와이진은 한국 여성 최초로 내셔널지오그래픽 다이버 자격증을 딴 사진작가로, 그의 수중사진이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에 실리며 외국에까지 명성을 떨치고 있던 터였다. 그때부터 그는 틈만 나면 제주도로 내려가 해녀들을 만나고,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와이진은 한국 여성 최초로 내셔널지오그래픽 다이버 자격증을 딴 사진작가다.
“제가 왜 이 일을 하려는지 그분들의 이해를 얻기까지 정말 힘들었습니다. ‘조그만 애가 저 무거운 것을 들고 와서 뭘 하려는지’ 도통 이해하지 못하셨죠. 저도 그분들의 억센 사투리를 이해하지 못해 ‘왜 저렇게 화를 내시지?’ 생각했어요. ‘뭐 할라고 따라 나와’라는 말이 사실은 저를 걱정해서 하시는 말인 줄 알아듣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차가운 바다에서 다섯 시간씩 물질한 후 50~60kg에 달하는 소라를 메고 나오던 해녀 어머니가 자신을 더 걱정해 울컥할 때가 많다고 한다.

“바위가 미끄러워 뭍으로 나올 때 조심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어머니 눈에는 다이빙 장비와 공기탱크, 라이트 달린 카메라를 짊어진 제가 더 힘들어 보이나 봐요. 그 무거운 짐을 진 채 제 탱크를 잡아주시죠. 서로 염려하고 도와주려는 마음이 전해져 뭉클해집니다.”

와이진은 2011년부터 제주도의 우도, 성산포, 서귀포, 마라도 등지를 돌며 제주 해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해녀들이 사진 찍히기를 싫어하는 게 처음에는 일에 방해가 되어서인 줄 알았다. 자신의 모습을 부끄럽게 여겨서라는 사실을 알고 그는 정말 많이 울었다고 한다.

“해녀는 용감하고 씩씩하게 파도와 싸우면서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강인한 여성의 상징이잖아요? 그런데 집 밖에서 옷을 갈아입는다고 해녀를 천시해온 역사 때문에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셨어요. ‘어머니, 왜 내가 사진 찍는 것 싫어해? 내 사진 봐봐. 이렇게 멋있게 나오는데’라면서 사진을 보여드리면 ‘내가 이렇게 멋있는지 몰랐네’라고 좋아하시죠. ‘어머니, 진짜 멋있는 여자예요. 자부심을 가지세요’라고 말하면 ‘그런 이야기 처음 듣는다’면서 우시는 분도 있어요. 청년실업자가 수두룩한 시대에 해녀는 칠순팔순까지 일하면서 서울의 커리어 우먼과 비슷한 수입을 올리잖아요? 마라도에서 만난 93세 해녀 할머니는 뭍에서는 몸이 불편해 보였는데 물에 들어가니 제가 따라갈 수 없더라고요. 정말 행복하게 해녀 일을 즐기는 분들이세요.”


제주도의 우도, 성산포, 서귀포, 마라도, 도두 등지를 돌며 해녀를 촬영한 그는 해녀들의 독특한 문화에도 감명을 받았다.

“한 해녀가 아이를 낳아 물에 들어가지 못하면 다른 해녀들이 십시일반 수확물을 모아서 가져다줍니다. 바다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구역을 옮겨가면서 물질을 하는 것도 해녀들만의 규칙입니다. ‘우리 모두의 바다’라는 의식이 철저하죠. 7cm 이하의 소라와 전복은 잡지 않는 게 원칙이라서 새끼 소라와 전복은 먼 바다에 뿌려줘요. ‘더 커서 오라’고 하면서요. 이렇게 미래를 내다보면서 자연을 지키려는 문화, 공동체적인 문화를 계승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제주의 해녀 문화가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요즘 제주 여기저기에 해녀학교가 생겨났지만, 해녀 되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물의 흐름과 바람을 읽을 줄 아는 능력, 오랜 시간을 거쳐 내려온 해녀들의 문화와 가치관은 장인정신처럼 나이 든 해녀가 젊은 해녀에게 전승하고 몸으로 익혀나가야 합니다. 해녀 어머니들이 ‘오늘 바람을 보니 내일 어디에서 어떻게 파도가 치겠네’라고 하시면 정말 틀림없어요. 그런 감각은 쉽게 길러지는 게 아니죠.”


그는 우리 해녀를 세계에 알리는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2013년 4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ADEX(Asia Dive Expo)에 참가한 게 시작이었다.

“역사가 오랜 해양문화 박람회여서 각국 관광청들이 참가해 홍보전을 벌이지만 한국 부스는 없었어요. ‘너희는 3면이 바다가 아니냐? 한국 바다를 알고 싶다’고 저에게 메인 무대를 두 번 내주겠다고 했습니다. 수중사진작가로서 저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동해, 서해, 남해와 제주 바다를 차례로 보여주었죠. 제주 바다에 대해 발표할 때쯤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질문을 받을 때 누군가 ‘네가 지금 말한 시 우먼(sea woman)은 해녀가 아니라 아마 아냐?’라고 물었어요. 일본 해녀인 아마는 정부가 나서서 적극 홍보한 덕분에 아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순간 화가 나서 ‘일본의 아마와 한국의 해녀는 문화가 완전히 달라. 다음에 자세히 설명해줄게’라고 말했죠. 그리고 다음 행사 때부터는 해녀를 정확하고 심층적으로 소개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후 그는 싱가포르, 베이징, 말레이시아, 홍콩, 미국 등 전 세계 해양박람회에 참가해 해녀를 알리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는 아예 제주 해녀들을 모시고 참가해 세계인이 해녀와 직접 만날 수 있게 했다.

“얼마나 멋있고 박수 받아 마땅한 존재인지 해녀들이 직접 무대에 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라도 최연소 해녀인 재연 언니(김재연)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해녀들의 비행기 값과 체류 비용은 제가 모두 감당했습니다. 은행 빚으로 고민할 때 한 화장품 회사가 아무 조건 없이 비용을 대줘 2016년 4월과 9월 싱가포르와 베이징에서 열린 ADEX 참가 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부스도 마련하고요.”


세계 여성 최초 수심 101m 잠수 기록 보유자

와이진은 자신을 해녀들의 삶을 전달하는 메신저라고 생각한다.
그는 최근 안경 브랜드 SNRD와 함께 ‘해녀 안경’을 출시하고, 바리톤 가수 정경과 함께 포토북 앨범 《제주해녀-바다를 담은 소녀》를 내놓으면서 다방면으로 해녀 알리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안경다리에 해녀가 물질하는 사진이 들어간 안경, 그의 해녀 사진 40여 점이 실린 앨범이다. 올해 3월에는 해녀 사진집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름난 스타일리스트에서 영화와 드라마 포스터, 유명 연예인의 화보, 광고사진 등을 촬영하는 사진작가로, 다시 수중사진작가이자 다이버, 수중동굴탐험가로 변신을 거듭해온 그. 2015년에는 여성으로는 세계 최초로 수심 101m 잠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직 가보고 싶은 곳도 많고 해보고 싶은 일도 많다”는 그는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한다. 올해는 수중 촬영을 가르치는 서울예대 제자들과 함께 상어 관련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예정이다. 멸종위기에 있는 상어를 보호하기 위한 세계적인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해녀 촬영도 계속되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연출을 통해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 게 상업 사진작가로서 그동안 제가 해온 일이지만, 해녀들을 촬영할 때는 거의 연출을 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그분들의 삶을 전달하는 메신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4년 넘게 촬영해왔지만 아직 담고 싶은 장면이 많아요. 해녀들이 일할 때 돌고래가 많이 찾아온다 하는데, 아직 저는 본 적이 없거든요. 해녀 어머니들도 ‘보고 싶다. 언제 오냐?’며 자주 전화를 주십니다.”
  • 2017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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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강지원   ( 2017-01-01 ) 찬성 : 10 반대 : 10
이런 개념있는 분들께 지원해주세요.
  정유라 같은 무개념 애한테 지원한 분들.
  정신똑바로 차리세요.
 참....
   명가지존   ( 2016-12-26 ) 찬성 : 9 반대 : 9
정말 감동입니다. 최곱니다
   Ydal   ( 2016-12-26 ) 찬성 : 19 반대 : 15
멋있고 존경스럽네요. 제주해녀는 제주여성의 강인함을 대표하는 여성들이죠. 이번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는데 와이진씨의 열정이 등재되는데 한 몫 하신 것 같네요! 그 열정 얻어갑니다.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되네요!
   해녀짱   ( 2016-12-26 ) 찬성 : 15 반대 : 5
리틀빅히어로보고 알았는데 넘나 멋지네요^^
   은영   ( 2016-12-26 ) 찬성 : 17 반대 : 9
오늘 처음 알게 되었어요~
 멋지십니다^^
 응원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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