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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보석을 캐는 출판사

정은영 남해의 봄날 대표

글 : 임현선 기자  / 사진 : 김종희   / 사진 : 이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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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 우리가 사랑한 빵집》을 출간한 ‘남해의 봄날’은 경남 통영에 있는 작은 출판사다. 전체 직원 수는 정은영 대표를 포함해 모두 4명으로 편집자 3명과 책방지기 1명이 일하고 있다. 아담한 이층집의 1층이 편집부 직원들의 일터이고 2층은 정은영 대표 부부의 주거 공간이다. 출판사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작은 책방(서점)과 게스트하우스가 붙어 있다. 남해의 봄날은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 사람들, 일과 삶의 이야기를 발굴할 목표로 2011년 설립해 지금까지 20권의 책을 냈다. 《성심당, 우리가 사랑한 빵집》은 지역 기업의 긍정적 사례를 책으로 엮기 위해 고민하던 지역 출판사의 노력으로 탄생했다.
“몇 년 전 대전에 출장 갔을 때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대뜸 ‘성심당에 가보셨어요’라고 물었어요. 처음 듣는 이름이라 ‘아니요’라고 했죠. 그러자 기사님이 ‘대전에 오면 성심당에 가야지. 성심당 때문에 대전에 굶는 사람이 없어요. 빵도 엄청 기부하고, 대전의 자랑이에요, 자랑!’ 이러는 거예요. 호기심이 발동했어요.”

정은영 대표는 자료를 조사하면서 성심당이 상생이 사라진 기업 경제 전반에 새로운 대안이 될 만한 회사라는 것과 엄청난 스토리를 가진 빵집이란 걸 알게 됐다. 2013년 성심당에 무턱대고 찾아가 출간을 제의했지만 거절당했다. 성심당은 남해의 봄날이란 통영의 작은 출판사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정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대전에 갈 때마다 성심당을 찾았다. 소득 없이 시간이 흘렀다.

“한 1년 전에 김태훈씨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자신이 성심당 창업 60주년 스토리를 쓴다면서 저희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거예요. 세상이 좁아요. 김태훈씨와 저는 아는 사이예요. 그분이 성심당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하고 있었는지 몰랐어요. 마침 성심당은 저의 제안을 기억하고 있었고, 삼자가 의기투합해서 1년 만에 책을 냈습니다.”

책 발간이 결정되자 모든 일이 수월하게 풀렸다. 정 대표는 성심당으로부터 일체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일했다고 전했다.

“성심당은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란 사훈을 실천하는 회사였어요. 지난 60년 동안 이 회사에 대한 책이 단 한 권도 나오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어요.”

정은영 대표는 2010년 남편을 따라 처음 통영에 왔다. 서울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았고 마흔 살까지 서울 홍대 근처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통영에 오기 전까지 기업의 홍보 콘텐츠 기획, 문구 작성, 웹 사이트를 통일된 이야기로 만들어주는 일을 했어요. 건강이 나빠져서 일을 접고 내려왔어요. 유명 문인과 예술인을 많이 배출한 통영은 살기 좋은 곳이에요. 문화예술 행사도 자주 열리고 시민들이 문학과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어요.”


지역에서 더 잘 보이는 것들


한 1년만 살다가 서울로 돌아가려 했다가 정 대표는 마음을 바꿨다. 지역에서 출판사를 차린 것이다. “이곳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지역의 정서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타지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낼 때와 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정말 달라요. 매해 뭔가 문제가 생기고 이를 해결하면서 사는 기분이에요. 서울에서 살 때와 크게 달라진 건 씀씀이가 작아졌다는 점이죠. 적게 버니까 적게 쓰는 데 익숙해져요.”

지역에서 일하면서 좋은 것은 1년 내내 바쁘게 지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남해의 봄날 직원들은 봄, 여름, 가을은 바쁘게 지내고 겨울은 교대로 3~4주씩 휴가를 떠난다. 단점은 출간 때마다 마케팅을 위해 대형 서점이 많은 서울에 가야 하므로 긴 시간을 고속도로에서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서 출판 일을 하고 있지만 콘텐츠를 보는 눈이 더 깊어지는 것 같아요. 서울의 출판사들은 지역 콘텐츠를 높이 평가하지 않아요. 서울의 몇몇 출판사들이 성심당과 출간 논의를 했다고 들었어요. 잘 안 된 이유는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였다고 해요. 그래서 저희에게 기회가 온 거죠. 앞으로 잘 버텨야죠. 쉽지는 않겠지만 지역 독자들과 밀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난 10월 27일 오후 7시 통영 윤이상기념관에서는 남해의 봄날, 경남도민일보 공동 주최로 ‘함께 책 읽는 밤, 북토크 통영’이란 행사가 열렸다. 음악회, 낭독, 독서 모임 소개에 이어 임영진・김미진 성심당 대표 부부와 《성심당, 우리가 사랑한 빵집》의 저자 김태훈씨가 참석해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김태훈씨는 “성심당의 사례를 통해 (돈이 아닌) 가치를 추구하며 살자,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뭔가 만드는 것도 괜찮다, 같이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밤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까지 통영 시민 150여 명이 눈을 밝히고 이야기를 경청했다. 지역 출판사가 지역의 문화를 살리고 지역 주민의 자부심을 키우는 현장이었다.
  •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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