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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3000억원 출연해 과학재단 설립

국내 주식 부자 2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과학 사랑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소명을 이루는 삶을 늘 꿈꿔왔습니다. 기초과학의 발전을 위해 창의적인 연구를 지원하는 ‘서경배과학재단’ 설립을 통해 그 꿈에 한 걸음 다가가고자 합니다.”

지난 9월 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사재 3000억원을 출연해 과학재단을 설립하는 계획을 밝히는 기자 간담회를 오랜 시간 마음속에 간직했던 꿈 이야기로 시작했다.

그는 “생명과학 분야의 기초연구를 개척하려는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국내외 한국인 신진 연구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며 “아모레퍼시픽그룹 우선주 등 3000억원 상당의 주식을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국내 주식 부자 서열 2위인 서 회장은 그동안 기부는 많이 했지만 재단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재단이 향후 50~100년 유지되기 위해서는 출연금 3000억원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1조원 수준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생명과학 분야 과학자에 과제당 25억원 지원

그는 이날 ‘혁신적 과학자의 위대한 발견을 지원해 인류에 공헌한다’는 서경배과학재단의 목표를 힘주어 이야기했다. 이를 위해 생명과학 분야의 국내외 한국인 신진 연구자를 매년 공개 모집을 통해 3~5명 선발해 과제당 5년 기준으로 최대 25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올 11월 과제를 공고하고, 내년 6월쯤 지원자를 선발할 계획이다.

1963년생인 서 회장은 태평양화학을 창업한 고(故) 서성환 회장의 2남 4녀 중 차남이다. 연세대 경영학과와 코넬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1987년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에 과장으로 입사했다. 1990년대 초반 화장품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증권·패션 계열사와 스포츠 구단 등을 정리하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글로벌 화장품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포브스 아시아(Forbes Asia)》가 선정한 ‘올해의 기업인’에 선정됐다.

그는 평소 “창의적인 혁신으로 경이로움을 자아내는 원대한 기업(Great company), 아시안 뷰티(Asian Beauty)를 향한 세계인의 열망에 부응하는 글로벌 기업(Global company), 고객에게 독보적인 브랜드 가치를 선사하는 브랜드 기업(Brand company)이 되도록 겸손한 도전을 이어가자”고 강조한다.

서 회장은 이날 “과학과 기술에서 우위를 확보해야만 세계 선두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부친의 경영철학도 언급했다. 서성환 선대 회장은 1954년 한국 화장품 업계 최초로 연구실을 개설했고, 매년 연구원들을 유럽과 일본 등으로 파견해 최신 기술을 습득하도록 지원했다.

서 회장은 또 “어릴 적 TV 만화영화 주인공인 ‘아톰’을 보면서 품어왔던 과학에 대한 꿈이 재단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특히 생명공학 기초연구를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려서부터 생물 과목이 재미있어 다른 과목보다 좋아했다”며 “내가 좋아해야 관심을 가지고 끝까지 (지원을) 밀고 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과학을 포기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재단 책임 운영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든 이유에 대해 “백 가지 넘게 이름을 고민했는데, 내 이름을 걸고 운영해야 책임지고 장기적으로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빌 게이츠나 록펠러도 이름을 걸고 재단을 운영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이날 ‘천외유천(天外有天)’이란 사자성어를 소개했다. “‘우리가 보는 하늘 저 너머에 무궁하게 열린 세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 신진 과학자들이 무한한 꿈을 꾸며 특이성과 독창성이 발현된 연구에 몰입해 ‘새로운 하늘’을 열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서 회장은 “돌아보면 참으로 오랜 세월 많은 사람으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며 “이제는 제가 받아온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우리 사회에 크게 돌려드려야 할 때”라고 했다.

서 회장은 “우리 과학재단이 세계적인 과학 결과물을 만들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한국의 과학 분야 첫 노벨상 수상자를 기대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런 생각을 안 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나는 (과학에는) 문외한이고 독창적인 연구를 할 능력은 없지만, (지원을 통해) 영광의 순간에 같은 자리에 있고 싶다”고 말했다. 간담회가 끝나고 그가 건넨 명함에는 ‘서경배과학재단 이사장’ 직함이 찍혀 있었다.
  •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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