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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부적응 아이들’의 수호천사

김지선 노원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글 : 임현선 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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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건물, 다세대 연립, 임대아파트가 밀집한 노원구 상계 3,4동은 1960~70년대 서울 도심의 재개발로 밀려난 철거민들이 정착한 곳이다. 달동네로 이어지는 가파른 언덕에 대한성공회가 운영하는 사회봉사기관인 ‘노원 나눔의 집’이 있다. ‘가난한 이웃과 함께, 가난한 이웃 스스로, 지역 안에서 공동체를 만든다’는 목표로 활동해온 이 기관이 지난 9월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주민들의 주거 안정과 자활을 돕는 ‘노원 나눔의 집’이 가장 공들여온 분야는 빈곤층 청소년 지원 사업이다. 20년간 나눔의 집 활동가로 일하며 청소년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지선(53)씨를 만났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청소년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김씨는 현재 노원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과 ‘위기 청소년’ 위탁형 대안학교인 나우학교의 교장을 맡고 있다.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2012년 개교한 나우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의 위탁을 받아 학교 부적응, 가정위기, 가출, 비행 등의 문제로 일반 학교에 다닐 수 없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기관이다. 대부분 자퇴나 퇴학을 목전에 둔 아이들이다. 김지선 센터장에 따르면 2011년 학업을 중단한 아이들은 노원구에만 2000여 명에 이른다. 10만 명 가운데 1200명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고 있다고 했다. 나우학교는 학교 부적응 아이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나온 대안이었다. 일반 학교에서 교사나 또래와 관계를 잘 맺지 못하거나 규칙을 잘 지키지 못하는 학생들을 교육한다. 위탁 학생은 대안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졸업장은 원래 다녔던 학교에서 받는다. 현재 중학교 과정 20명, 고등학교 과정 20명의 학생이 수업을 받고 있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도덕은 필수과목이지만 나머지 과목은 수공예, 제과제빵, 바리스타 과정 등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고 졸업 후 직업 선택에 도움이 될 과목을 선정해 가르치고 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규율을 지키기 매우 힘들어해요. 일상 훈련이 안 되어 등교도 늦고 아직 문제 행동이 많이 나타나기도 해요. 그럼에도 나우학교는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지역이 함께 돌보는 교육을 꾸준히 해 나가려고 해요. 학업 중단은 아이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굉장히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학업을 중단하지 않도록 도와야죠.”

지난 4년간 나우학교에는 120명의 청소년이 거쳐 갔다. 1기생 중 몇 명은 대학생이 되었다. 최근 입학생 중에는 저소득층만 있는 건 아니다. 전체 학생 가운데 60%는 저소득층, 40%는 일반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다.

“해마다 일반 가정 자녀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다니던 학교에서 교사와 갈등을 겪은 아이들이 대부분이죠. 부모의 욕심 때문에 아이가 어긋나는 경우가 많아요. 전교 10등인데,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리 학교에 온 아이도 있어요. 어릴 때부터 너무 많은 학원을 전전하다가 공부에 흥미를 잃은 아이도 있죠.”

김 센터장은 나우학교 학생들을 언급하면서 “400명 같은 40명”이란 표현을 여러 번 했다. 한 아이 한 아이마다 쏟아야 할 정성이 크다는 뜻이다. 공교육 기관인 학교에서 등을 떠민 아이들만 모여 있으니 오죽할까 싶은데, 그들에 대한 애정이 넘쳤다.

“어떤 문제를 일으킨다 해도 아이들은 누구나 한 가지씩 재주가 있어요. 아이들을 잘 관찰해서 그들이 잘하는 것을 발견해 이끌어주는 게 매우 중요하죠. 교육자가 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소년은 미래 사회의 희망


김지선 센터장은 1997년 12월 구제금융 사태로 일어난 경제 위기와 가정 해체의 결과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줬는지 오랜 기간 지켜봤다.

“사회적으로 경제 위기가 올 때마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이들은 빈곤 가정의 아이들입니다. 경제적 결핍은 가정 해체의 원인이 되고 부모가 떠난 뒤 남겨진 아이들은 위기 상황에 놓이죠. 정서적으로 문제가 생기고 영양 상태도 나빠집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니 성적도 떨어지고 학업 중단으로 이어집니다. 학업 중단은 좋은 일자리를 얻기 어려움을 뜻합니다. 빈곤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거죠.”

나눔의 집에서 일하면서 김 센터장이 만난 ‘위기의 아이들’은 1000여 명에 이른다. 가출, 약물중독, 비행 등의 문제로 학교에 다닐 수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 뒤에는 알코올중독, 가정폭력 등 문제가 있는 부모가 있어요. 그렇지만 그 부모들 역시 사회적으로 보살핌이 필요한 이들이에요. 나눔의 집이 학부모를 위한 공부방, 인문학 강좌, 다양한 문화행사를 끊임없이 개최하는 이유입니다. 한 아이를 잘 키우려면 가족 구성원뿐 아니라 마을 전체가 나서야 해요.”

그는 지금까지 만난 빈곤층 청소년 가운데 희망을 준 몇몇 사례도 소개했다. 부모가 이혼한 뒤 심각한 정서 불안을 겪은 초등학생 김경식(가명)군은 수없이 가출해서 어른들의 속을 끓게 했다.

김 센터장이 데리고 살았던 적도 있었다. 학교도 그만두고 마음을 못 잡던 그 아이가 어느 날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검정고시를 통과해 전문대에 입학했고 졸업 후 직업군인이 되었다. 좋은 짝을 만나 결혼도 했다. 동네 으슥한 곳에 모여 늦은 시간까지 집에 가지 않고 방황했던 이영수(가명)군은 춤을 좋아하던 아이였다.

김 센터장은 춤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모아 춤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도록 지원했다. 이후 이들이 춤 공연을 열 수 있도록 공연 무대를 만들어 주었다. 현재 이들 중 일부는 유명 무용단에 들어가 춤꾼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밖에 성인이 되어 나눔의 집에서 운영하는 공부방, 청소년 단체 등에서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도움을 받고 자란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어 다시 동네로 돌아와 어린 후배들을 돕는 선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가정 문제로 상처 입은 아이들을 치유하려면 우선 그들의 욕구를 있는 그대로 다 받아주어야 해요. 자신이 대우를 잘 받았다고 생각하면 남을 도울 마음도 가져요. 충분히 주고 진심으로 다가갔을 때 변화가 왔어요. 늘 어른들이 기다려주지 않는 것이 문제였어요.”


측은지심은 나의 힘


김 센터장은 초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막연히 어른이 되면 고아원을 운영하자고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 어려운 사람, 특히 아이들을 도우면서 살고 싶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다. 인기 과외 선생으로 인정도 받았고 학원을 차려 돈도 많이 벌었지만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이 나눔의 집으로 그를 이끌었다.

“나눔의 집에 실무자로 들어오니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았어요. 이곳은 늘 가난한 사람들이 넘쳤어요. 당장 먹을 게 없는 사람들, 갈 곳이 없는 사람들과 아이들이 있었죠. 내 도움의 손길 하나로 이들의 끼니가 해결되고, 아이들이 처한 환경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봤어요. 입사 초기 한 5년간은 이른 아침에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면서 주말도 쉬지 않고 일했어요. 보람도 컸죠.”

그가 최근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해마다 빈부 격차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빈곤의 대물림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요. 부모가 가난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자식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거예요. 요즘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요. ‘가난은 어쩔 수 없지만,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자’고요. 서로 고립되지 않고 협력해서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고 말이죠. 가난하지만 이곳엔 정이 있어요. 정을 자양분 삼아 희망이 자랍니다.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죠.”
  •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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