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10월 유럽에서 첫 음반 발매, 퓨전 국악 밴드 블랙스트링

국악과 재즈의 유쾌한 만남

글 : 이재인 인턴 기자(고려대 4학년)  / 사진 : 김선아 

한국의 전통음악인 국악과 미국 흑인의 민속음악에 뿌리를 둔 재즈가 만나 새로운 음악이 탄생했다. 즉흥 음악 앙상블 ‘블랙스트링’은 국악에 기반을 둔 독창적인 선율로 유럽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시아 그룹 최초로 해외 메이저 재즈 레이블인 ACT와 계약해 첫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고 10월 20일부터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월드뮤직엑스포(WOMEX)의 공식 쇼케이스 무대에서 그들의 음악을 더 널리 알릴 예정이다.
블랙스트링은 2011년 한국과 영국의 문화 교류 프로그램인 ‘UK 커넥션’ 프로젝트에서 처음 결성됐다. 한국과 영국의 뮤지션이 함께 연주회를 열고 앨범 발매까지 하는 것이 목표였다. 당시 블랙스트링의 멤버는 거문고 명인 허윤정, 기타리스트 오정수, 대금 연주자 이아람으로 3명이었다. 이들은 영국의 재즈 클라리넷 연주가 아룬 고시(Arun Ghosh), 재즈 색소포니스트 팀 가랜드(Tim Garland), 피아니스트 길라임 심콕(Gwilym Simcock), 퍼커션 아사프 서키스(Asaf Sirkis)와 영국에서 협연했다.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으나 아쉽게 앨범 발매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일회적인 프로젝트로 만났다가 헤어지기에는 멤버들 간에 호흡이 정말 좋았어요. 다시 뭉쳐서 한국의 정서가 담긴 새로운 음악을 해보고 싶었죠. 아쟁, 장구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룰 줄 아는 (황)민왕이가 새로 들어와 4인조 밴드로 지금까지 왔어요.”(이아람)


독창적인 연주로 주목받는 즉흥음악 앙상블

블랙스트링(Black String)은 ‘검다’가 어원 중 하나인 거문고를 뜻한다. 그룹명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거문고는 이 밴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은 리더 겸 프로듀서로 블랙스트링에 맞는 모든 음악을 만들며 주축을 이루고 있다.

거문고는 전통성이 강해 개량이 힘든 악기다. 허윤정은 그런 전통을 지키면서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연주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국내외에서 총 30여 회 이상 개인 독주회를 열어 거문고 연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많은 해외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며 국악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힘썼다.

아무리 좋은 리더가 있어도 멤버들 간의 호흡이 좋지 않은 밴드는 오래가기 어렵다. 블랙스트링의 멤버들은 최선의 결과물을 위해 각자의 음악적인 견해를 존중한다. 독주자로 각자의 영역에서 인정받고 있는 그들이 밴드 음악을 대하는 자세는 “복무”다. ‘복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임무에 집중해 몸 바쳐 이바지함’이다.

“좋은 음악을 위해 철저히 자신을 내어놓는다는 뜻에서 ‘복무’라는 단어를 써요. 혼자 연주할 때와 다르게 나의 소리가 작아져도 함께 내는 소리가 훌륭하면 만족을 느껴요. 그래서 누가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일단 받아들인 후에 실제로 연주해보고 결정해요. 모두 자신이 돋보이는 게 아니라 함께 조화로울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낼 것이라고 믿으니 의심하지 않아요.”(허윤정)

블랙스트링 멤버들의 팀을 위한 배려는 하루아침에 길러진 것이 아니다. 오정수는 밴드 ‘욘’에서, 이아람은 한국음악 앙상블 ‘바람곶’에서, 황민왕은 창작 공연 집단 ‘The 광대’에서 팀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소통이 잘되는 게 블랙스트링의 큰 장점이에요. 저는 어린 연주자들에게 팀 활동을 놓지 말라고 항상 조언해요. 자신의 음악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교류를 통해 남들의 음악도 수용하면서 열린 마음을 갖게 되기 때문이죠.” (허윤정)

4명의 멤버는 블랙스트링 결성 이전부터 모두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다른 장르의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20대 초반에 호기심이 많아 장르 구분 없이 최대한 많은 음악을 들었어요. 내가 대금으로 저 피아노곡을, 저 기타곡을 연주해보면 어떨까 자주 상상했어요. 국악기가 가진 한계성을 역이용해 새로운 뭔가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아람)

“언제부턴가 내가 해온 음악이 사회와 좀 동떨어진 건 아닌지, 나의 정체성을 잘 담고 있는 건지 고민하게 됐어요. 기타 연주는 변함없이 좋지만 우리 음악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국악을 들으며 국악 연주자들과 작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블랙스트링을 통해서 부족한 부분이 채워진 것 같아 좋아요.” (오정수)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니 새롭고 독창적인 음악에 도전하는 것이 가능했다. 국악과 접목할 수 있는 장르로 그들은 재즈를 선택했다. 우리 전통음악은 작곡가가 따로 없이 연주자가 곧 창작자인 경우가 많다. 이는 연주자의 기분이나 공연 장소의 분위기에 따라 같은 음악도 다르게 연주되는 재즈와 비슷한 점이다.


6월 해외 메이저 재즈 레이블인 ACT와 계약

유럽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블랙스트링 공연(사진제공 : 허브뮤직).
거문고, 대금, 아쟁이 내는 전통음악의 소리에 기타의 경쾌한 선율을 얹으니 동·서양인 모두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음악이 탄생했다. 블랙스트링은 지난 6월 해외 메이저 재즈 레이블인 ACT와 계약을 하며 이를 증명했다. ACT는 ECM과 함께 유럽 재즈 레이블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ACT와 음반 계약을 맺은 아시아 그룹은 블랙스트링이 최초다. 올해 5월 독일 브레멘에서 개최된 재즈 마켓인 ‘재즈어헤드(Jazzahead!)’를 방문한 지기 로흐 ACT 회장이 데모 음반을 듣고 연락을 해왔다. 보통 음반 녹음에서 발매까지 1년 이상 걸리는 해외 레이블의 관례에도 불구하고 블랙스트링은 6월 계약과 동시에 올해 10월 4일 유럽에서 앨범 발매가 결정됐다.

“저희가 10월 20일에 스페인에서 열리는 음악박람회 WOMEX에서 공연을 해요. 그 시기에 맞춰서 앨범을 내자고 제안하셨어요.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유럽에서 앨범을 낼 수 있게 됐죠.” (이아람)

9월 중 국내에서 먼저 공개될 그들의 데뷔 앨범 제목은 ‘마스크 댄스(Mask Dance)’다. 앨범 타이틀 곡 제목이기도 하다. 마스크 댄스는 처용무(處容舞)를 영어로 옮긴 단어다. 잡귀를 물리치기 위해 처용의 가면을 쓰고 추는 춤이다. 허윤정은 4년 전에 이 곡을 만들었다.

“제가 처용 설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처용은 무용, 음악, 이야기 등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해요. 굉장히 전통이 오래된 이야기지만 알록달록한 처용의 가면을 보면 이국적이고 초현실적인 느낌이 있어요. 블랙스트링이 추구하는 음악 색깔과도 잘 맞아요.” (허윤정)

국악과 접목을 시도한 첫 장르는 재즈지만 앞으로 블랙스트링은 록이나 일렉트로닉 등 다른 장르와도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할 계획이다. 블랙스트링은 외국에서 “경계 없이 현대적인 음악을 하는 한국 밴드(contemporary borderless music from Korea)”로 스스로를 소개한다.

“국악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건 맞지만 접목 대상을 재즈로만 국한하고 싶지는 않아요. 사실 음악에서 장르를 구분하는 게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어요. 특정 장르에 소속된 음악이 아닌 블랙스트링만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고 싶어요.” (오정수)

“저희 데뷔 앨범에 들어 있는 일곱 곡의 느낌이 모두 달라요. 그런데 국악이 중심이 되니 통일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어요. 색깔이 없는 게 아니라 다채롭다는 말을 듣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이아람)
  • 2016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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