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돌풍 〈인천상륙작전〉 이정재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드리고 싶어요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6·25전쟁 중이던 1950년 9월 15일 유엔군이 맥아더의 지휘 아래 인천에 상륙해 전세를 뒤집은 군사작전을 스펙터클하게 그렸다.

사진제공 : 조선일보 일본어판, CJ엔터테인먼트
지난 7월 26일 영화 개봉을 하루 앞두고 만난 이정재는 인터뷰에서 “데뷔 때나 지금이나 출연 작품의 개봉 전날에는 항상 떨린다. 손익분기점은 꼭 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의 바람은 이번에도 통했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그의 전작 〈암살〉처럼, 〈인천상륙작전〉은 개봉 2주 만에 손익분기점인 470만 명을 훌쩍 넘어 8월 14일 현재 620만여 명(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이 극장을 찾았다. 영화 〈테이큰〉으로 유명한 할리우드의 간판 스타 리암 니슨이 맥아더 장군으로 출연하며 주목을 받았던 터라 나름 흥행에 대한 기대가 컸다.


알려지지 않은 영웅들의 이야기


“이 영화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전쟁영화는 기본적으로 돈이 많이 들어요. 쓸 수 있는 예산이 많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그만큼 효율적으로 사용했고 최선을 다했으니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이정재는 이 작품에서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를 연기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이정재는 무엇보다 리암 니슨과의 첫 만남을 기대했다고 했다. 원래는 영화 속에서 맥아더와 장학수가 만나는 설정은 빠져 있었다. 그러나 이정재는 “영화적으로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혔다”면서 “극중 맥아더와 장학수의 만남을 성사시킨 건 30퍼센트가 내 뜻이었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인천상륙작전〉의 기획 의도가 단순히 애국심을 고취하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실제 있었던 이야기에 영화적인 요소를 가미하다 보면 그 의미가 퇴색되기 마련”이라며 “의미뿐 아니라 영화의 재미, 즉 상업적인 측면도 높게 고려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의 제작을 맡은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는 6년 전 이재한 감독과 전작 〈포화 속으로〉를 통해 같은 경험을 했다. 실화인 어린 학도병들의 이야기가 다른 전쟁영화 보다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줄 거라고 여겼지만, 오히려 “너무 애국심을 강요하는 게 아니냐”는 냉담한 반응으로 당황스러웠단다. 이정재는 “그런 경험을 한 제작진이 전쟁영화를 다시 만들게 되면 감동은 물론 재미까지 자신 있게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어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인천상륙작전에 가담한 해군과 켈로부대, 그리고 인천 시민들이 한 데 뭉쳐 첩보작전을 전개하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과거 전쟁을 소재로 다룬 작품들보다 더욱 세련되고 매끄럽게 완성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최근 이정재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관상〉과 〈암살〉에 이어 〈인천상륙작전〉 그리고 현재 촬영 중인 〈대립군〉까지 시대극의 연속이다.

“시대극이 가지고 있는 극적인 요소를 좋아해요. 차기작 〈대립군〉에서는 리더인데, 실제 촬영장에서도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껴요.” 영화 〈대립군〉은 광해군이 임진왜란 당시 도망간 선조를 대신해 세자로 책봉된 뒤 분조를 이끌고 고군분투했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립군은 조선시대 지체 높은 양반이나 부유층의 군역을 대신해주는 민초들을 부르던 말이다. 이정재는 대립군의 리더이자 민초의 상징인 토우 역을 맡아 광해 역의 여진구와 호흡을 맞춘다.


채워지지 않는 연기에 대한 갈증


영화인에게 할리우드 진출은 꿈이다. 이정재에게 할리우드를 비롯해 해외 영화계 진출 계획을 물었다.

“앞으로 그럴 기회가 있을까요? 할리우드 진출은 쉽지 않을 거예요. 10여 년 전부터 홍콩이나 중국에서의 러브콜은 꾸준히 들어왔지만 최근에야 제가 출연한 중국 영화가 현지에서 개봉했어요. 해외 진출 요건 중 가장 중요한 건 제작 스케줄인데, 스케줄 맞추기가 쉽지 않아요. 중국 작품도 여러 이유로 지체되다가 이번에 성사됐어요. 새로운 환경에서 일해보는 것을 늘 동경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배우로 데뷔한 지 24년째인 그에게 연출이나 제작 욕심은 없을까?

“함께 배우 매니지먼트 회사를 차린 정우성씨는 데뷔 당시부터 ‘영화’라는 장르가 좋아서 연기를 시작했어요. 그는 〈비트〉 출연 당시부터 연출을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와는 달리 저는 연기 외에 다른 생각을 전혀 안 해봤어요. 지금 회사도 연기자 영입에만 몰두하는 비즈니스가 강한 성격이 아니고요. 시간을 천천히 두고 기성보다는 신인 배우 발굴에 주력할 거예요. 제 경험치에 맞는 조언이 필요하다면 곁에서 돕는 게 제 역할이죠.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금처럼 배우에 충실하고 싶어요. 연기를 조금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은 〈인천상륙작전〉에서 맥아더 장군 역으로 출연했다.
그는 연기에 대한 갈증을 여러 기회로 표현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근 작품들이 선과 악을 두고 고민을 많이 한 캐릭터였어요. 〈인천상륙작전〉에서는 한 방향으로 힘을 쏟는 인물을 연기했어요. 제 나름대로 다른 색깔을 보여주려는 욕심이 큽니다. 취지와 프로젝트가 좋으면 독립영화도 출연하고 싶은데, 막상 현실에서는 ‘이정재가 이런 거 하겠어?’라고 생각하는지 제안이 없어요. 다만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요. 개인적으로 쿡방(요리 방송)을 좋아하지만 말주변도 없고, 그와 관련해서 저를 드러내고 싶지는 않아요.”

그는 수많은 출연작 중에서 데뷔작인 〈젊은 남자〉를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꼽았다. “아무래도 데뷔작이니까 기억에 오래 남아요. 당시 배창호 감독님은 신인인 저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주시며 현장에서 자상하게 리허설을 해주셨어요. 그 작품은 꼭 리메이크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에게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에 관해 물으니 특별히 꼭 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는 건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새로운 장르의 역할보다는 이미 해봤던 것이라도 어떻게 하면 더 새롭게 캐릭터를 구축할까 하는 고민이 더 큽니다. 작품을 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배우란 직업의 장점이죠. 요즘 〈대립군〉 덕에 액션스쿨에서 즐겁게 조선 검술을 배우고 있습니다(웃음).”

우리 나이로 올해 마흔다섯. 늘 뭔가를 배우고 과정을 즐기는 이정재는 지금도 소년 같은 해맑은 미소를 간직하고 있었다.
  • 2016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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