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연경진 아트컴퍼니길 대표

‘배부른 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어요

글 : 시정민 기자  / 사진 : 김선아 

아트컴퍼니길은 예술가들이 경제적 어려움 없이 마음 편히 예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예술 협동조합이다. 프로젝트 방식으로 연극, 이벤트 공연 등을 만들 경우 예술인에게 돌아가는 수입은 상당히 적다. 대다수 예술인들이 예술활동으로 얻는 수입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비예술활동 수입으로 충당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경제적 문제로 포기하기도 한다. 아트컴퍼니길은 예술인도 예술활동으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됐다. ‘문화예술활동으로 향기 나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 목표인 아트컴퍼니길의 연경진 대표는 예술가들의 안정적인 예술활동 지원과 함께 지역사회의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다.

사진제공 : 아트컴퍼니길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의 한 골목길에 위치한 아트컴퍼니길 연습실. 연습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 춤추는 모습은 지나가는 직장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연습실 주변을 맴돌던 40~50대 직장인과 종종 마주했던 연경진 대표는 “많은 직장인이 그들의 어릴 때 꿈이 연극배우로 무대에 서는 것이었다면서 일반인도 이런 활동을 경험해볼 수 있는지 물어왔다”고 한다.

그는 40~50대 직장인 및 일반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연극, 체험 등의 예술활동을 떠올리다 동작구에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극단에서 하던 활동을 지역 주민들이 있는 곳으로 확대해 ‘직접 찾아가는 공연’을 기획했다. 그는 지역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더 쉽고 친근하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희극 낭독 공연을 열었다. 배우들이 대본을 낭독하는 공연으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 동네 곳곳의 카페에서 공연을 열었다.


지역의 삶 속에 스며드는 공연


“주민들이 직접 배역을 맡아 배우들과 함께 하는 참여형 공연을 만들었어요. 주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예술활동으로도 사회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지역문화를 활성화하고 자연스레 지역의 삶 속에 스며드는 공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는 낭독공연을 발전시켜 지난 4월 ‘방구석 예술인 대방출’이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활동의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동작구 내 청년 예술가들을 모집해 함께했다. 노량진 학원가 부근의 취업 준비생, 입시생을 참여 대상으로 했다. 그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영화, 미술, 인디뮤지션, 공예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했다.

“방구석에서밖에 작업할 수 없었던 청년 예술가들에게 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아티스트들끼리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도록 했어요. 취업 준비생, 입시생들에겐 스트레스 타파 체험을 만들어 주었죠. 이들이 느낄 스트레스를 취업, 공부, 연애 등으로 나눠 밀가루 반죽을 만들었어요. 각자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는 반죽을 뭉쳐 던지는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아티스트들과 함께 기획하니 취업 준비생, 입시생을 위한 맞춤 공연을 할 수 있어 반응이 더 좋았죠.”

희극 낭독공연에 참여한 지역 주민들.
아트컴퍼니길은 지난 6월부터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거리 예술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방구석 예술인 대방출 프로젝트와 같은 형식으로 구내 지하철 역사, 공원, 거리 등에서 어쿠스틱 밴드, 클래식 밴드, 마술, 마임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11월까지 총 100회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지역 내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동시에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동작구와 함께 동작구 전통시장 다섯 곳에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시장축제’를 열었다. 그는 전통시장 상인들을 만나 그들의 고충과 개선하고 싶은 사항 등을 바탕으로 각 전통시장 특성에 맞는 ‘맞춤 시장 축제’를 열었다. 좁은 골목길에 오래된 상점 건물로 빼곡한 상도시장은 시장 부근에 큰 마트가 생겨 매출에 지장을 받고 있었다. 그는 상도시장의 오래된 느낌을 살려 ‘골목길의 귀환’이라는 타이틀로 복고 거리를 만들어 시장축제를 열었다. 유난히 정육점이 많은 남성역 골목시장에서는 시장 거리 중간에 바비큐 거리를 만들었다. 시장 한편에 노래자랑 무대를 마련해 시장 상인, 동네 주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아트컴퍼니길은 현재 지자체와 함께하는 축제기획 등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그는 “지금은 아트컴퍼니길에서 기획하는 공연 수익만으로는 운영이 어렵지만 앞으로는 자체 제작 공연으로 수익을 내고 싶다”고 했다.


극단에서 문화예술 협동조합으로

퍼포먼스와 타악을 접목한 연극 〈인형의 별〉.
배우가 꿈이었던 그는 16세의 어린 나이부터 드라마 단역, 방송,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활동하면서 문제점으로 느낀 건 배우가 연기를 하면서 돈을 받지 않는 게 당연시되는 것이었어요. 이런 문제를 언젠가는 바꿔보고 싶었어요.”

‘방구석 예술인 대방출’에 참여한 아티스트들과 입시생.
배우로 일하던 그는 예술인들이 경제적인 걱정 없이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 2008년 극단을 만들었다. 극단 창단 후 창작 뮤지컬, 퍼포먼스, 기업행사 이벤트 등의 공연을 만들었다. 그와 작업하는 아티스트에게는 소액이라도 약속한 금액은 반드시 지불했고, 아티스트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러나 높은 대관료와 제작비 등으로 운영은 갈수록 어려워졌고, 결국 2013년 극단을 접기로 했다.

“그동안 함께 일했던 여러 배우 및 후배들에게 제안이 왔어요. 함께 무엇이라도 해보자고요.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저는 〈인형의 별〉이라는 작품의 연출과 극본을 맡고, 배우들과 함께 세트 소품, 무대, 의상 등을 제작하며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2015년 동작구 거리시장 축제 중 복고 콘셉트의 상도시장 현장.
소설 《어린왕자》에서 모티브를 얻은 〈인형의 별〉은 내 곁에 있는 존재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내용으로 퍼포먼스, 타악 등의 장르를 접목했다. 초등학생부터 어른까지 볼 수 있는 어른동화 형식으로 제작했다. 이 작품은 2014년 김천연극제에서 동상을 수상하고,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신나는 예술 여행’이라는 사업에 선정돼 지난해 말까지 초등학교 전국 투어 공연을 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작품 〈인형의 별〉을 계기로 그는 후배 4명과 함께 2015년 1월 문화예술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협동조합은 참여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운영하는 형태입니다. 특히 공연예술은 함께 하는 이들이 같은 꿈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특성이 협동조합의 운영 방식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일반적으로 협동조합을 만들고 사업을 시작하는 형태가 많아요. 그런데 저희는 8년 동안 극단을 꾸려오다 협동조합으로 변경하면서 멤버들이 공동 운영에 대한 개념을 다르게 이해해 혼란을 겪었어요. 1주일에 한 번씩 멤버들과 협동조합 운영에 대한 불만과 개선 사항 등을 얘기하며 극복했죠. 모든 논의는 만장일치로 결정합니다.”


현재 연경진 대표는 함께 작업하는 배우, 연출, 작가 등 아티스트들이 예술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여러 기업과 함께 예술인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예술가들이 경제적인 걱정을 덜고 예술활동에 집중한다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올해는 대관료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껏 공연도 하고 지역의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위해서도 쓰일 수 있는 ‘아트컴퍼니길 극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 2016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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