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인명사전 중 2곳에 이름 올린 박기홍 소령

군인, 교육자, 연구자로서 한 점 부끄럼 없기를

글 : 임현선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문무를 겸비한 육군 정예 장교 양성’을 목표로 하는 육군3사관학교는 군사학 외에도 정보화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기본 소양과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일반학 전공을 개설하고 있다. 이곳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박기홍(41) 소령은 군인, 교육자, 연구자라는 세 가지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특히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연구자로서의 활동이 눈에 띈다. 해외에서 먼저 그의 능력을 알아보았다. 그는 지난해 9월 《Asian Women》에 쓴 논문의 성과를 인정받아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가 발행하는 2016년 ‘21세기 탁월한 지식인 2000’에 등재되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에는 케임브리지 인명사전과 함께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후’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근 2년 사이 잇달아 권위 있는 세계 인명사전에 오른 그를 만나기 위해 경북 영천에 있는 육군3사관학교를 찾았다.
사회 취약계층 문제에 관심 깊은 학자

덥고 습기 찬 날씨였지만 박기홍 소령은 제복을 입고 있었다. 직업이 군인임을 느끼게 하는 옷차림이었다. 양 어깨에는 소령 계급장을, 오른쪽 가슴에는 사관학교 교수임을 나타내는 휘장을 달고 있었다. 칼과 펜이 엇갈린 모양의 휘장에 눈길이 멈췄다. 어떠한 적과도 싸워 이기는 용맹함과 뛰어난 지략, 지식을 가르치는 사관학교 교수의 정체성이 드러난 디자인이었다. 명함에는 ‘경제학과 학과장’이라고 쓰여 있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55기)인 그는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미국 애리조나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 귀국 후 육군3사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면서 한 해 3~4편씩 논문을 쓰고 국제 저널에 발표하고 있다. 최근 해외 저명 학술지에서 연구 성과를 인정받으면서 그 열매를 조금씩 맺고 있다. 그는 논문을 영어로 쓰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학자는 자신의 연구가 사회와 국가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하며 더 많은 이들에게 논문이 읽히고 영향을 미치려면 영어로 논문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믿는다.

경제학자로서 그가 특별히 관심을 두는 주제는 여성, 장애인, 사회 초년생(청년) 등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인 사회적 소수자 문제다. 그의 이름을 영국 케임브리지 인명사전에 등재시킨 논문 〈대졸 청년 여성의 학력 과잉이 일자리 이동에 미치는 영향〉도 이런 맥락에서 작성됐다. 그는 이 논문에서 “자신의 학력이 직장에서 요구하는 학력보다 높다고 생각하는 대졸 청년 여성들은 현 직장에서 자신의 학력 수준에 적합한 직장으로 이직하는 경향이 매우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많은 대졸 청년 여성이 배운 만큼 초기 노동시장에서 대접받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학자들의 연구는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성, 장애인 등 취약계층 문제에 관심을 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죠. 교육은 개인적 차원 혹은 국가나 사회적 차원에서 일종의 투자입니다. 투자한 만큼 대가를 얻지 못한다면 비효율이 크게 발생하는 거죠. 따라서 정부는 고학력 여성들에게 구직 초기 단계에서부터 소위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를 주기 위해 많은 정책적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번 연구는 우리가 막연히 느끼고 있었던 내용을 실증분석을 통해 확인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다음 연구에서는 구체적인 해결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보완해 발표할 계획입니다.”

박 소령은 이전에도 〈장애인 성별 임금격차에 관한 연구〉 〈의무 복무가 전역 후 청년층 임금에 미치는 영향〉 〈영어와 기술 불일치 : 한국의 사례〉 등의 논문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연구는 멀게만 느껴졌던 군인 사회와 일반인 사회의 간격을 조금씩 좁히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 안보의 미래’ 사관생도를 가르치는 기쁨


‘호국간성의 요람’을 목표로 1968년 개교한 육군3사관학교는 육군 최고의 교육기관이다. 지금까지 약 15만 명의 정예장교를 배출했다. 박기홍 소령은 사관학교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을 ‘세상을 조망하는 넓은 시각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관학교 교육 시스템은 우수합니다. 스스로를 단련하고 세상을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주거든요. 일반 대학생들이 국가를 고민하고 지도자의 역할을 고민할 기회는 드물죠. 순수한 젊은 시절에 이런 대의적 가치를 고민했던 경험은 후일 반드시 값진 결과로 나타날 겁니다. 20대 초반을 사관생도로 보낸 저의 경험이기도 하죠.”

미래의 국가 안보를 책임질 사관생도들을 가르치는 일은 박 소령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보람이다. 그는 경제학원론 등 순수 전공 과목은 물론 국방경제론 등 군사학 관련 과목도 가르치고 있다. 박 소령이 중점을 두는 생도 교육 목표는 두 가지다. 리더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인 ‘합리적인 의사결정 능력 배양’과 국방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 군 운영 능력 배양’이다. 아울러 군 밖의 사회 구성원을 만나 대화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지식과 상식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박 소령에게 육군사관학교를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물었다. “당시엔 뭘 하든 해당 분야의 최고가 되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군 최고의 교육기관인 사관학교로 진학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죠. 특히 일반 대학은 나이와 관계없이 언제든 노력하면 입학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사관학교는 나중에 원해도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니 꼭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그가 입학할 당시 육군사관학교 교과과정은 1·2학년 때는 폭넓은 기초교양 과목을 접하고 3·4학년이 되어 군이 요구하는 다양한 전문 분야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전공학과를 선택하는 시스템이었다. 전공으로 관리학(경영·경제학)을 선택했다.

“저는 경제학 분야를 연구하는 것이 정말 좋아요.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학문입니다. 경제학자는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철학자예요.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경제 문제를 연구합니다. 또한 철학자처럼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그는 사관학교 교수의 길을 택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교수 이외에 기억에 남는 군 시절은 중대장으로 임무 수행했던 시기라고 했다.

“군은 우리 장병들이 강한 신체를 단련하고 유지함은 물론이고 리더십을 배우고 조직생활을 경험하는 곳입니다. 이런 점에서 군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공 교육기관인 셈이죠. 많은 청년이 군에서 사실상 첫 사회생활을 합니다. 군 생활을 경험함으로써 책임감, 팀워크, 조직에 대한 충성심 등 조직의 생리를 이해하고 조직구성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자세와 마음가짐을 배우고 사회성을 익히게 되죠. 따라서 장병들은 군 복무를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도장으로 여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적극적으로 찾는다면 진짜 배울 게 많을 거예요.”

자신이 가르치는 사관생도와 중대장 시절 지휘했던 장병들을 떠올리며 박 소령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후배 세대를 향한 애정이 표정에 담겨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매일 30kg 이상의 군장을 매고 행진하는 듯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우선 군인으로서 국가정책과 안보에 헌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교수로서 사관생도들을 잘 가르쳐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고, 학자로서 전공 분야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죠.”

군인 사회 바깥에 있는 필자에게 박 소령의 고충은 고맙게 들렸다. 자신이 현재 서 있는 자리에서, 스스로 높게 설정한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려는 진심이 보였기 때문이다.
  • 2016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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