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젊은 작가상’ 대상 〈너무 한낮의 연애〉 김금희 작가

스무 살 시절의 사랑을 기억하시나요?

글 : 시정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김금희 작가는 〈너무 한낮의 연애〉라는 단편소설로 신예 작가답지 않게 예사롭지 않은 감성과 디테일한 요소를 잘 살렸다는 평을 받으며 2016 ‘젊은 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등단 10년 이하의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 소설 중 7편을 선정해 시상한다. 김금희 작가는 2015 〈조중균의 세계〉, 2016 〈너무 한낮의 연애〉로 연속 수상했다. 지난해 단편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이틀》로 신동엽 문학상을 받은 그는 5월 말 《너무 한낮의 연애》라는 두 번째 소설집을 출간했다.
김금희 작가는 어릴 때부터 동화책, 전집 등을 반복해 읽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초등학생 때 글을 쓰는 기쁨, 신나는 기대를 안고 나갔던 백일장의 아련한 추억이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다. 대학에서는 국문학을 전공하고 소설 동아리에서 꾸준히 글을 썼다. 그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작가, 임용고시, 취업, 대학원 중 취업을 택했다. 청소년 매거진 편집기자 그리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책 만드는 일도 재밌었어요. 그러나 마음 한편엔 언제나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있었죠. 3년 차 때 충동적으로 사표를 내고 글을 쓰기로 결심했어요.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몇 달 동안 준비한 소설로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고 작가로 등단했다.

“직장생활을 할 땐 언제나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누르는 일이 괴로웠지만 인생의 선택 중 가장 잘한 것이 취업이었던 것 같아요. 직장생활의 경험, 그때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이 지금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자양분이 되고 있거든요. 출판사가 배경이 된 〈조중균의 세계〉라는 소설도 제 경험이 바탕이 됐어요.”


16년 만에 다시 만난 남과 여


2016년 젊은 작가상 대상 수상작인 〈너무 한낮의 연애〉는 대학생 때 짧은 사랑을 나눴던 필용과 양희가 16년 만에 우연히 다시 만나면서 시작된다. 직장에서 좌천당한 필용과 연극인이 된 양희의 이야기다. 16년이란 시간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서로 머뭇거리다 다가가지 못하는 미묘한 상황을 다룬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사랑의 감정을 순간순간 떠올리는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표현했다. 연애소설이지만 필용이 회사에서 강등되는 내용은 사회적으로 힘든 요즘 세태의 단면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몇 년 전 명절 때 혼자 낮에 카페에 간 적이 있어요. 그땐 똑같은 거리인데도 느낌이 달랐어요. 일단 사람들이 없었고, 카페나 거리엔 피곤한 얼굴을 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어요. 문득 이런 낮에 만나 연애를 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999년을 배경으로 저의 20대 때의 기억, 양희가 필용에게 무심한 듯 구는 지질한 면은 제 경험을 떠올려 썼어요(웃음). 주위에 일어날 법한 소재의 연애소설이에요. 발표 후 필용과 양희의 사랑이 주목받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조금은 독특하지만 예쁜 연애소설로 봐주셔서 감사했죠.”

그가 소설을 쓸 때 주안점을 두는 것은 한 인물의 다양한 면을 균형감 있게 표현하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한 가지 모습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소설이라는 짧은 분량에 인물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지만 되도록 인물의 각을 살려 균형 있게 표현하려고 합니다. 다양한 면을 이끌다 보면 때로는 글에 긴박감이 없어져 재미없는 소설이 될 때도 있지만요(웃음).”


소설은 자신의 역사를 만드는 것


그는 등단 후 5년여 만에 《센티멘털도 하루이틀》이라는 소설집을 출간해 신동엽 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기쁨과 동시에 허탈감을 함께 느꼈다고 한다.

“5년이란 시간 동안 내가 과연 책을 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반대로 긴 시간 동안 소설집을 한 권밖에 쓰지 못한 것에 대한 허탈한 마음도 들었어요.”

등단 후 2년 동안 원고 청탁이 들어오지 않았던 그는 “비록 내 글을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글 쓰는 걸 놓지 않았다”고 한다.

“신인 작가의 경우 지면을 얻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러나 아무도 제 글을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등단은 했지만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건 아닐까’ ‘다시 취업을 해야 하나’란 생각도 했죠. 그러나 작가는 글을 쓰지 않으면 작가가 아니라는 마음으로 매일 글을 썼어요. 글을 쓰고 버리는 걸 반복하는 그 시간이 괴롭고 때로는 화가 나기도 했죠.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쓰며 버텨온 시간이 지금은 자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는 등단 후 꾸준히 소설을 쓰고 있지만 작업을 시작하기 전 빈 종이 앞에선 여전히 두려움이 앞선다고 한다. 그때마다 지난 2년 동안 경험한 시간들을 떠올리며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10편의 소설을 묶은 단편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이틀》로 신동엽 문학상을 받았다. 그 이후 그에게 원고 청탁이 쏟아졌다. 지난해부터 경인일보에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자유 주제로 쓰는 건데 쉽지 않더라고요. 마감 땐 휴대폰을 늘 꺼두고 작업에 몰입하기 때문에 어떤 날은 만나는 사람이 카페 주인, 세탁소 아저씨뿐일 때도 있죠(웃음). 이런 단조로운 생활 속에서 에세이 소재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더 활동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하기도 하고요(웃음).”

그에게 ‘소설을 쓴다는 것’은 ‘자기 역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내면을 스스로 인화하는 과정이자 타인과 공유하고 싶다는 의미라고 한다.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은 무언가 소통하고 싶고 얘기하고 싶은 게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글을 쓰면 모든 게 다 나오게 되죠. 글을 쓸 때 갖는 에너지가 자신의 내면을 휘젓기 때문에 자연스레 소설 속 내용, 인물 등을 통해 표출되니까요.”

그는 소설가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에세이 혹은 소설을 쓰며 자신만의 역사를 되짚어보기를 바랐다.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좋은 작품, 좋은 에너지

좋은 작품을 읽을 때 그는 좋은 에너지를 얻는다고 한다.

“한국 소설을 좋아해요.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윤성희 작가의 책을 읽어요. 가벼운 무게감이 있어요. 이야기는 가볍게 흘러가지만 내면엔 깊은 인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어요. 속도감이 있어 읽고 나면 묵직하게 뭔가 전달받은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다양하고 좋은 책을 접할 때마다 더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는 것 같아요.”

그동안 단편소설만 써온 그는 하반기부터 장편 소설을 쓸 계획이다.

“단편소설은 원고지 80~100장 분량의 한정된 양으로 내용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늘 원고 매수에 강박이 있었어요.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장편을 써보려고 합니다. 지난해까지 ‘난 작가니까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멀리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욕심인 것 같더라고요. 앞으로는 다른 이들과 같은 시선 혹은 한 발자국 뒤에서 그들의 삶과 생각을 조명하고 그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 2016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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