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의 신’ 진종오

한국인 최초 올림픽 3연속 금메달 도전

글 : 민학수 조선일보 기자  / 사진 : 조선DB 

진종오는 지난 3차례 올림픽에서 5개의 메달(금 3·은 2)을 목에 걸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50m 권총 은메달을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50m 권총 금메달·남자 10m 공기권총 은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10m 공기권총 금메달을 땄다. 이번에 금메달 하나를 추가하면 세계 사격의 독보적인 레전드가 된다. 진종오는 한국 선수 최초로 3연속 금메달 도전자이기도 하다.

사진제공 : KT
‘사격의 신(神)’이라 불리는 서른일곱 살 진종오는 강원도 강촌의 부모님 댁에 있었다. 지난 어린이날 극심한 정체를 뚫고 부모님 뵈러 찾아간 길이었다. 전화 연결이 된 그는 “대표팀 선발전 끝나고 3개월 만에 부모님을 만나뵈니 정말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하시고 어떤 성적이 나오더라도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부모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는 치열한 경쟁에서 받는 상처와 세상의 부담스러운 기대와 시선에서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얻는 듯했다.

그는 “이제까지 치른 세 차례 올림픽보다 리우올림픽이 가장 부담스럽다”며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게 잠시 쉬고 싶다”고 했다. 그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은 올림픽이 무엇인지 개념도 모른 채 나갔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이래서 운동을 하는구나 하는 맛과 깨침을 얻었고, 2012년 런던올림픽은 욕심을 부렸던 대회라고 자평했다. 그런데 산전수전 다 겪은 그가 네 번째로 나가는 올림픽이 가장 부담스럽다고 하는 것이다.

스포츠 기자를 하면서 여러 종목의 많은 우승 후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같은 의례적인 다짐으로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진종오는 속마음을 많이 내비쳤다. 그가 인터뷰를 하는 공간이 대회 중이거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상태가 아니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어쨌든 진종오는 연약하게 보일 수 있는 말들도 꾸미지 않고 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이 선수가 오랫동안 세계 정상을 지킬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를 알 수 있을 듯했다.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으면 구하고자 하는 답도 모습을 감추는 법이다.


세계 사격 역사상 최다 금메달 기록

2016 리우올림픽 테스트 이벤트 사격 50m 권총에서 은메달을 딴 진종오(맨 왼쪽).
진종오에게 오는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올림픽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기록적인 면을 따져보았다. 진종오는 지난 세 차례 올림픽에서 5개의 메달(금 3·은 2)을 목에 걸었다. 처음 나간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50m 권총 은메달을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50m 권총 금메달·남자 10m 공기권총 은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10m 공기권총 금메달을 땄다. 세계 사격 역사상 최다 금메달 기록은 진종오와 랄프 슈만(독일), 킴 로드(미국) 등이 금메달 3개로 공동 1위이다. 금메달 하나를 추가하면 세계 사격의 독보적인 레전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진종오는 종목을 불문하고 한국 선수 최초의 3연속 금메달에도 도전한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도 진종오는 두 종목 모두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사격은 마지막 한 발에서도 메달 색깔이 갈리는 종목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제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뒀어도 올림픽 무대에서 쏜 결정적인 한 발에 운명이 엇갈린다. 실제로 진종오는 세 차례 올림픽에서 마지막 한 발에 울고 웃었다. 런던 올림픽에서 진종오는 사격이 어떤 종목이냐는 질문에, “사격은 한 발입니다”라고 했다. “지금 쏘는 한 발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것이 사격”이라는 것이다.

진종오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50m 권총 결선에서 1위를 달리다 7번째 발에서 전자총 조작 실수로 6.9점을 쏘는 바람에 은메달에 그쳤다. 통한의 한 발이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50m 권총 결선에서도 마지막 발에 8.2점을 쏴 하마터면 금메달을 내줄 뻔했다. 하지만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마지막 발에 자신의 최고점인 10.8점(10.9점이 만점)을 쏘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진종오는 “마지막 발을 쏘기 전에 아테네와 베이징올림픽 때와 같은 아쉬움은 남기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짐한다고 그대로 이루어지면 세상에 어려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는 실패의 쓴맛을 보며 자신을 갈고 닦았다.


리우올림픽의 최대 변수는 ‘모기’

진종오는 사격의 달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두 마리 이상의 사자나 호랑이가 총을 든 진종오와 싸우면 누가 이기나’라는 주제로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는 “주종목인 50m 거리에 있고 총을 쥐고 있다면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 무엇이든 이길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브라질에서 치르는 올림픽이기 때문에 모기가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리우에서 열린 테스트 이벤트 대회 중에도 모기에게 계속 물렸다고 한다. “올림픽 때도 모기가 제일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격의 달인이 된 비법을 듣고 싶었다. 진종오는 “사람들이 어떤 일을 오래하지 못하는 것은 싫증이 나서일 거예요. 사격은 제가 하고 싶어서 선택했고, 제가 좋아서 하는 것이지 일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라고 했다. 재능 있는 자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한다. 공자(孔子)도 《논어(論語)》에서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子曰,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고 했다. 진종오는 사격을 하는 동안 평정심을 지킬 수 있는 마음, 집중력, 끈기를 좋은 사격 선수의 3대 필수 자질로 꼽았다. 40발, 60발을 쏘면서도 모든 것을 한 발에 담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진종오는 “제가 금메달을 따고 싶어서 사격을 했던 것은 아니고 좋아하다보니 사격을 선택했고, 그러다보니 국가대표가 돼서 올림픽에 나갈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격의 신’ 같은 거창한 별명에는 손을 내젓는다. 그는 사격과 함께하면서 대학 시절 1.5였던 시력이 0.6까지 떨어졌다. 즐긴다고는 해도 노력, 노력, 또 노력을 하며 달려왔다.

사격은 그에게 직업이 된 취미나 다름없다. 그는 어려서 몸이 약하고 운동을 싫어했다고 한다. 대신 장난감 총과 모형 조립을 유난히 좋아했다. 이런 진종오를 눈여겨본 부모의 지인이 사격을 권유한 것이 시작이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인 강원사대부고 1학년 때 진짜 총을 잡았다. 운동은 싫어했지만 총이라면 뭐든 좋아했던 진종오의 사격 실력은 눈부실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2002년 국가대표가 된 뒤로 각종 국제대회에서 곧바로 두각을 나타냈다.

진종오 선수가 경기 때 신는 역도화.
그는 사격장에서 역도화를 신고 총을 쏜다. 2010년 미국 대표팀 훈련지를 방문했을 때 한 선수가 역도화를 착용한 것을 본 뒤부터는 경기 때 역도화를 신는다. 그는 “역도화가 좌우로 밸런스를 잡는 데 최적화돼 있고, 오랜 시간 신기에도 편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진종오가 하면 사격의 ‘문화’가 되는 것이다.

진종오는 이야기를 하다 “한숨 돌리고 싶다. 나도 솔직히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등의 말을 자주 했다. 국가대표 경력 15년에 이미 세계 사격의 최고 스타이지만 그에게는 늘 세상이 던지는 목표가 있었다. ‘은메달을 따자 금메달을 따야 한다고 하고, 금메달을 따면 2연패를 해야 한다고 하고, 2연패를 하니 이제 3연패가 눈앞에 있다’고 한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이라지만 천리마도 물 마시고 한숨 돌려야 더 잘 달린다. 그는 최근 반년간 마음에 드는 성적을 자주 내지 못했다. 국가대표 선발전도 혹독하게 치렀다. 그 과정에서 조금은 여유를 잃은 듯했다.

그래서 긍정적인 질문을 단답식으로 던져보았다. 제일 행복했을 때는? “가족과 함께 있을 때” , 선수로서 제일 행복했을 때는? “금메달 따고 한국에 도착했을 때”, 언제까지 지금 실력을 보일 자신이 있나? “금·은·동 중 어떤 걸 따도 좋다고 하면 언제까지고 자신 있다.” 그는 이번 리우올림픽을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은퇴도 언제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제일 흥미로웠던 대답은 메달 색깔만 가리지 않으면 언제든 3등 이내에 들 자신이 있다는 말이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금 수준의 실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한 발에서 모든 것이 갈리기 때문에 금메달은 장담할 수 없는 것이라는 뜻으로 들렸다.

진종오는 “마음을 추스를 시간적 여유를 갖고 싶다”며 “올림픽이 열리면 기록을 의식하지 않고 지금의 한 발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했다. 그게 진종오가 가장 잘하는 것이다.
  • 2016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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