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고 싶다

글 : 임현선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세상을 밝게 맑게 바르게 보고 이 사회에 보탬이 될 목적으로 살면 할 일은 태산처럼 많다.”
고 아산 정주영(1915〜2001) 현대그룹 회장이 남긴 말이다. 정 회장의 창업 정신, 도전 정신을 나눔을 통해 구현할 목표로 설립한 아산나눔재단은 올해 창립 5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11월 아산나눔재단의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돼, 취임 5개월을 맞은 이경숙(73) 이사장은 의욕이 넘쳐 보였다. 이 이사장은 국내 여성 정치학 박사 3호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1976년 숙명여대 교수로 임용된 뒤, 2008년 은퇴할 때까지 한 대학에 적을 두었다. 1994〜2008년 숙명여대 총장으로 재직했으며 2009〜2013년 한국장학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
모두가 잠재력을 발휘하는 사회

이경숙 이사장을 만난 곳은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 있는 아산나눔재단 사무실이었다. 일흔이 넘은 나이였지만 그의 표정, 몸짓, 목소리에서는 젊은이 같은 활력이 넘쳤다. 현재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커 보였다. 그는 “청년 세대에게 그동안 내가 쌓은 경험, 지식, 지혜가 있다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고 싶다”며 “아산나눔재단에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게 되어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산나눔재단은 ‘젊은이들과 어려운 이웃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할 기회와 배움의 장을 열어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는 것’을 재단의 임무로 여긴다. 이에 따라 재단의 사업 방향은 크게 청년 창업 지원과 사회 혁신을 통한 취약계층 지원 두 가지로 정리된다.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창업지원센터 ‘마루 180’ 운영은 대표적인 청년 창업 지원 사업이다. 아산나눔재단은 지난 4년간 정주영창업경진대회를 통해 모두 37개 팀을 발굴해 창업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76%에 이르는 팀들이 자기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교육용 앱 바로 풀기를 개발·운영하는 ‘바풀’, 웹 드라마 제작사 ‘모모’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개관 2주년이 된 창업지원센터 마루 180은 창업가를 위한 사무공간과 교육, 네트워크 등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며 매달 1만여 명이 방문하는 창업 생태계의 허브로 자리 잡았다. 특히 마루 180은 구글 캠퍼스의 파트너로서 캠퍼스 서울에 입주하는 스타트업을 선발하고 업무 공간도 관리한다. 스타트업 입주 경쟁률은 평균 17대 1에 이를 정도로 해마다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이곳을 거쳐 갔거나 이용하고 있는 스타트업은 86곳에 달한다. 입주 이후 스타트업의 평균 직원 수는 2배 늘었고 평균 투자금은 10~11배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 내부의 성과 못지않게 외부의 평가도 좋다. 아산나눔재단 청년창업팀은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기술진흥협회가 주최한 ‘2015 대한민국 창조경제 대상(공헌부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재단은 2013년부터 이스라엘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창업 대회 ‘스타트 텔아비브’에 한국 팀 참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창업가들이 해외에 나갈 때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는 구글, 에어비앤비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정식으로 업무 협약을 맺고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지원을 확대할 생각입니다.”

이 이사장은 올해는 입주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원생까지 대상으로 하는 기업가 정신 교육에 더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한편 아산나눔재단은 사회 혁신을 통한 취약계층 지원 사업의 하나로 비영리기관 실무자들에게 경영능력, 리더십 등을 교육하고 해외 유수 비영리기관에서 근무할 기회를 주고 있다. 단체 차원에서는 저소득・왕따・탈북 청소년 등을 지원하는 비영리기관을 선발해 기관당 연간 2억원씩 최대 3년까지 후원하는 파트너십 온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이경숙 이사장이 말하는 아산 정주영의 창업가 정신 ‘5C’

할 수 있다는 정신 Can-do spirit
창의력 Creativity
신뢰 Credibility
도전정신 Challenge spirit
헌신·봉사 Commitment


배려와 정성이 사람을 바꾼다


이경숙 이사장은 1990년대 중반 숙명여대 교수 시절부터 ‘나눔과 섬김의 리더십’이 21세기 사회의 주요 가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사회가 어수선한 이유는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해서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권위주의적으로 군림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동기 부여를 하여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자신이 타인에게서 받은 것을 나누고 베풀 줄 아는 리더십입니다. 배려와 정성이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남에게 봉사하고 섬기는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이 이사장이 나눔, 섬김, 베풂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둔 계기는 그 자신이 젊은 시절 누군가로부터 받았던 배려, 나눔, 도움의 경험에서 나왔다. 그는 수석으로 숙명여대에 입학해 대학원까지 6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만약 지원을 받지 못했다면 그는 대학 생활을 마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숙명여대에서 정말 많은 혜택을 받았어요. 늘 ‘나는 빚진 자’라는 의식이 있었죠. 나중에 모교에 꼭 은혜를 갚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이 이사장은 서른두 살에 교수가 되었다. 서른여덟 살에 “국내에서 드문 여성 정치학 박사란 이유”로 비례대표로 발탁되어 국회의원이 되었다. 국회에서 국가 운영의 주요 업무 프로세스를 익히고 인맥을 쌓았으나 정치인보다는 교육자가 적성에 맞았다. 학교로 돌아온 뒤 1994년 총장이 되어 14년간 학교의 발전을 이끌었다. 총장 재임 시절, 그는 ‘제2의 창학’을 선언하며 학교 발전기금 1000억원 모금 등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여 ‘CEO형 총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학자로 출발했지만,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발휘해 학교의 외적 규모를 키우고 내실을 다졌다. 퇴임 후에는 한국장학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아 “돈이 없어서 학업을 포기하는 일은 없게 하겠다”는 각오로 일했다.

“총장 시절, 학생들이 제게 이메일을 자유롭게 보냈어요. 등록금 때문에 학업 유지가 어렵다고 하는 학생의 메일을 받으면 마음이 무거웠죠. 이런 문제는 제 역할과 능력 밖의 일이었으니까요. 한국장학재단에서 일할 때는 의지와 능력이 있으면 공부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었어요. 학자금 이자부터 낮춰야 했어요.” 그가 처음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에 취임했을 때 학자금 대출 이자는 7.8%에 달했다. 4년 뒤 임기를 만료할 때 학자금 대출 이자는 2%대로 떨어져 있었다.

이 이사장이 지금까지 살아온 이력을 돌아보면 양지바른 길만 보이는 듯하다.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묻자 “총장 재직 시절”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총장이 되었을 때 정말 막막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명예직으로 생각할 수 있었지만, 제게는 시련과 역경의 시절이었어요. 학교는 재정 적자가 심한 상태였고 학교 주변은 공원 용지로 묶여서 활용할 수 없었죠. 가난하고 힘들면 구성원들의 불신 풍토가 강해요. 패배주의적인 학교 분위기를 바꾸고 비전을 세우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학교 발전기금 조성 과정에서 구성원들로부터 비난도 많이 들었고 두 번이나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지나고 보니 시련이 저를 성숙시킨 것 같아요. 지금은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면 감사 기도를 하게 되고,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신께서) 또 나를 단련시키는구나 생각해요.”

그는 총장 시절부터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교회에 가서 새벽 기도를 한다. 그의 매일 기도에는 우리 사회 청년들에 대한 소망도 담겨 있다. 청년들이 좀 더 희망적인 여건을 갖게 되도록, 기성세대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다. 나눔과 헌신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실천해온 리더십 전문가 이경숙 이사장이 이끄는 아산나눔재단의 향후 활동에 거는 기대가 크다.
  • 2016년 05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07

201907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07

event
event 신청하기
영월에서 한달살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