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청년 농부 길익균

농촌을 흥하게 하는 문화 귀농인

글 : 시정민 TOPCLASS 기자  / 사진 : 장은주 

길익균 씨는 2011년 10월 충청남도 홍성에 귀농한 청년 농부다. 흔히 귀농이라고 하면 농사를 떠올리는데 길익균 씨는 마을의 소식과 활동을 SNS에 올리고, 이웃 농부들의 노고가 인정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SNS를 활용한 직거래 네트워크를 마련하는 등 마을 살림을 도맡아왔다. 지금은 한솔기마을 농어촌인성학교의 사무장으로 청소년을 위한 인성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 길익균
귀농 투어 갔다 홍성에 정착

그는 서울 토박이였다. 대학에서 금형 설계를 전공한 공학도였던 그는 도시에서의 빡빡한 생활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경복궁이나 고궁에 가 쉬고 오는 게 좋았다.

“가슴이 답답하다가도 이상하게 고궁이나 한옥에 가면 마음이 편해졌어요. 자연스레 한옥에 관심을 갖게 돼 졸업 후 청도에 있는 한옥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어요. 2년 동안 전국을 돌며 한옥을 지었죠.”

한옥을 지으며 귀농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무렵 부친이 암 선고를 받았다. 투병 중 부친은 농촌에서 살고 싶다는 얘길 했지만 짧은 투병 생활 끝에 생을 마쳤다. 그렇게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과 자신의 꿈을 담아 귀농을 결심했다.

그는 귀농을 위해 귀농귀촌운동본부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고 다양한 지역의 귀촌 세미나에 참여했다.

“홍성 거북이마을 귀농 투어에 참여했을 때 마을 위원장님과 얘기를 나누게 됐어요. 마을 사업을 진행할 때 문서 작업이 기본인데 농촌에서는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젊은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더군요. 귀농을 계획했을 때 농사지을 생각은 안 했던 게 경험도 없고 초기 자금을 비롯한 기반이 전혀 없었어요. 제가 가진 능력으로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때 마침 마을 관련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홍보하는 일을 제안받게 된 거죠.”


홍성 거북이마을에 귀농한 그는 마을의 블로그 작업과 홍보를 담당하게 됐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의 관리도 맡았다.

“지역의 소식을 SNS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이 마을이 움직이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었어요. 지역 농민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태풍 때문에 낙과한 복숭아, 사과, 토마토 등을 잼으로 만들어 팔기도 했어요. 어르신들이 못 하는 부분을 채워나가는 역할을 한 거죠. 틈틈이 충남넷 홈피에서 도민 리포터로 활동하며 지역 농민을 만나 유대를 쌓았어요.”

적극적인 홍보 활동으로 거북이마을은 각종 매체에서 화제가 됐고, 관광객도 크게 늘었다. 2012년, 2013년 각각 농촌마을 핵심리더 대통령상과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문화 귀농인의 일상

의자 만들기 프로젝트, ‘꿈꾸는 공작단’의 활동 모습.
그는 자신을 문화 귀농인이라고 칭했다.

“생소한 개념일 수 있는데 자기 스스로 놀 거리를 만드는 거예요. 모임을 만들어볼 수도 있고요,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개념이에요. 저는 목공을 좋아해 마을 주민들과 함께 평상, 나무 그네, 농산물 판매대를 만드는 목공 수업을 하고 있어요. 또 충남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문화 기획자 양성 과정 수료 후 목공을 테마로 ‘꿈꾸는 의자 만들기’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죠.”

2015년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지역 내 소외 계층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꿈꾸는 의자를 실제로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본인이 앉고 싶은 의자를 직접 디자인하면 목공을 취미로 하고자 하는 지역 사람들이 모여 의자를 만들어주었어요. 아이디어는 기상천외했어요. 로켓이 발사되고 등받이에는 방사능을 설치해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 의자, 기차 의자, 문어 모양의 스마트폰 충전 의자 등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캐드로 옮겨 일일이 설계도를 만들었어요. 최대한 디자인을 살리려다 보니 기본 틀을 제작하는데 한 달이 걸렸죠.”

불이 나오는 의자엔 불꽃놀이 화약을 장착했고, 핸드폰 충전 의자엔 USB 포트를 설치해 충전이 가능하도록 했다. 아이들이 직접 페인트칠을 하고 의자가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보고 기뻐하는 모습에 그는 더 기뻤다고 한다. 이렇게 만든 의자들로 전시회를 열어 얻은 수익금을 난치병을 앓고 있는 지역 어린이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충남문화재단이 주최하는 문화이모작 사업으로도 선정됐다.

트랙터 마차를 타고 한솔기마을을 체험하는 아이들.
그는 이곳에서 아내인 정순여 씨도 만났다. 귀농에 관심 있는 청춘남녀가 모인 ‘청춘 귀농버스’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정순여 씨가 거북이마을에 방문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됐다. 결혼 후 홍성에 안착한 정순여 씨는 마포FM의 편성PD, 남이섬에서의 체험 공방 운영 경험을 살려 길 씨와 함께 지역 내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다.

정순여 씨는 목공예, 그림, 글쓰기 등 창작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지역 사람들이 모여 만든 생활 창작 집단 ‘끌’의 메인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엔 이들과 함께 재활용품을 이용한 미술 정크아트를 주제로 청소년들의 환경 교육을 지도하며 만든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요즘은 ‘시청자 참여 미디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멤버는 지역 주민 한 명, 정순여 씨, 길익균 씨다. 각각 글쓰기, 기획 및 내래이션, 영상을 담당해 그들이 만든 뉴스를 지역 방송에 올리는 것이다. 지금은 충남에 살고 있는 청년들이란 주제로 기획회의에 한창이다.

“문화 활동이란 건 특별한 게 아니에요. 하고 싶은 걸 하면 돼요. 막연할 것 같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 답은 나와요. 생각한 걸 직접 구현해내는 그 과정이 즐겁죠. 그래서 근간은 재밌어야 해요. 내가 즐길 수 있어야 지치지 않고 열정을 쏟을 수 있으니까요.”


자급자족할 수 있는 삶

목공 수업으로 진행한 ‘마을 평상 만들기’.
처음 귀촌을 결심했을 때 가족, 친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러나 그가 농촌에서 자신의 재능을 살려 마을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인식이 변했다고 한다.

“경제적인 성과를 얻는 것보다 가치를 추구하며 행복하게 사는 삶에 만족합니다. 적게 벌지만 이곳에선 쓸 일도 없어요(웃음).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고, 다양한 마을의 프로젝트를 시도하며 느끼고 배우는 그 과정이 좋아요. 지역 사람들과 함께 공동 작업을 할 때도 행복하죠.”

그는 큰 농사가 아니라도 집 앞의 작은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고 수확하는 감동이 크다고 한다. 그의 바람 중 하나는 식재료를 스스로 재배해 먹고 태양광 시설도 스스로 만들어 쓰는, 자급자족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농어촌인성학교를 활성화하는 것도 목표예요. 지난해 12월부터 식사와 숙박 시설을 갖춘 농어촌인성학교를 운영하게 됐어요. 청소년들의 인성 교육을 테마로 다도, 천연 염색, 딸기 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곳에서 쓰는 음식 재료는 로컬 푸드를 이용해 지역의 살림에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농촌 마을이 새롭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희망이 있다는 것을 이곳에서 보여주고 싶습니다.”
  • 2016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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