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이상민 파주도시농부학교 기획팀장

도시에서 생태 농사짓는 법

글 : 유슬기 TOPCLASS 기자  / 사진 : 장은주 

처음에는 집 앞 공터, 아파트 옥상 등에 한 평 남짓한 땅을 일구던 이들이 ‘좀 더 제대로’ 대지를 경작하기 위해 학교의 문을 두드린다. ‘농사 무식자’ 도시인들에게 ‘무(無)농약·무(無)비료· 무(無)비닐’, 삼무(三無) 농법으로 생태농사를 가르치는 파주도시농부학교를 다녀왔다.

사진제공 : 파주환경연합
일찍이 도시 생활을 접고 1960년 남프랑스에서 농사를 시작한 ‘생명농업의 선구자’ 피에르 라비는 이렇게 말했다. “대지와 교류할 줄 아는 사람들은 어떤 어려운 일이든 잘 극복해나간다.” 25년간 잡지 《파리마치》의 기자로 일하던 그는 인터뷰해야 할 가장 존경스러운 대상은 자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그와 같은 깨달음을 얻은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물·흙·공기와 멀어진 삶 속에서 정수된 물을 마시고, 흙 대신 아스팔트를 걸으며, 자동차 배기가스를 숨 쉬듯 마시는 이들이 이 회색 도시를 녹색 대지로 바꾸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파주에서 어른들을 위한 도시농부학교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어린농부학교도 꾸리고 있는 이상민 팀장은 도시에서 농부 되는 게 어렵지 않다고 했다.

“처음에는 어린이 출판사에서 일했어요. 도요새출판사에서 환경과 관련한 책을 만들었고요. 한동안은 업무와 겸해서 파주환경연합 운영위원으로 참여했어요. 생태적인 감수성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이쪽 일로 넘어오게 됐습니다. 실제로 환경연합 활동을 함께 한 분들 중에는 귀농한 분들도 있어요.”

내 손으로 지어 내 속으로 들어가는 작물을 기르다 보면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 느낌을 알면 다시 회색 도시인으로 돌아가기 힘들다.


무농약·무비료·무비닐로 농사짓기


“농부학교를 운영하다 보면 소통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이 느껴져요. 작은 농사지만 함께하면서 서로 공감대가 생기고 정서적인 교류가 이뤄지죠. 거기에 농사짓는 재미가 있어요. 자기가 기른 작물을 이웃에게 나누어줄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이죠. 어린농부학교가 인기 있는 이유가 작물을 재배하고 함께 먹기 때문이에요. 놀고 먹고 기르는 3박자가 함께 진행됩니다.”

도시농부학교가 성공리에 안착하면서 2012년부터 ‘어린농부학교’도 문을 열었다. 텃밭에서 농작물을 기르고 들꽃을 돌보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어른 농부’를 보며 ‘아이들에게도 자연을 돌려주자’는 뜻을 모으게 됐다. 어른이든 아이든 커리큘럼은 동일하다. 텃밭에서 감자, 완두콩, 당근, 고구마, 땅콩, 오이, 고추, 파프리카, 콩, 옥수수 등 제철 농작물을 기르는 ‘텃밭 활동’, 유기농으로 기른 농작물과 들풀, 꽃, 열매를 모아 조리해서 나누어 먹는 ‘미각 체험’, 텃밭 마당과 숲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갖는 ‘자연 놀이’다.

“3월부터 25종 정도의 작물을 심고 길러요. 열 가지 정도의 요리를 함께 만들어 먹고요. 11월에는 ‘김장 잔치’를 열어요. 배춧국도 끓이고 수육도 한 솥 삶아요. 온 가족이 함께 와서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거죠. 사실 농부학교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무궁무진해요. 텃밭 영화제나 요리 모임, 독서 모임도 가능하고요.”

농부학교에 오면 사람들이 변한다. 일단 스마트폰을 찾지 않는다. 허리를 구부리고 호미질을 하는 동안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다. 산만하던 사람이 차분해지고, 채소 근처에도 가지 않던 아이들이 ‘내 텃밭 채소’는 애지중지한다.

“농사를 지어보는 경험이 굉장히 소중해요. 기른 채소랑 사서 먹는 채소는 맛이나 식감이 달라요. 기른 채소는 포만감을 주는데, 사서 먹는 채소는 헛헛함이 있어요. 농사지어 본 분들은 아실 거예요. 애들도 여기 오면 다 잘 먹어요. 평소에 채소 잘 안 먹던 아이들도 자기가 직접 기른 채소는 잘 먹어요. 같이 땀 흘리고 같이 먹으니까 입맛이 도는 것도 있고요.”


스마트폰을 찾지 않는 아이들


이상민 팀장이 농부학교를 운영하며 느끼는 점은 도시인들에게는 ‘마음속에 쌓인 답답함’이 있다는 것이다. 땀 흘린 만큼 정직하게 열매를 맺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함도 함께 풀린다.

“아이들이 의외로 이 공간을 좋아해요. 굉장히 산만해서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은 아이가 좋아지는 경우도 있어요. 주변 친구들에게 끊임없이 흙을 뿌리던 아이도 수업에 참여하면서 달라졌어요. 부모님들도 느끼세요. 아이가 농부학교에 다녀가면 많이 차분해진대요. 수업을 하다 보면 아이들 마음속에 답답함이 응어리져 있는 게 느껴져요. 여기 와서 그걸 풀고 가는 거죠.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 동안 함께하는데 스마트폰 찾는 아이가 한 명도 없어요.”

그는 도시에서는 여가 시간에 스마트폰이나 게임 외에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집착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만약에 뛰어 놀 수 있는 흙과 마음껏 내달려도 되는 숲, 아무 때나 따 먹어도 되는 먹거리가 풍성하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지 모른다. 어떻게 농사짓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작물들처럼.

“저희는 농사지을 때 풀을 뿌리까지 뽑지 않고 생장점을 남겨둬요. 뿌리가 땅에 남아 있으면 땅에 공기와 물이 통하게 해주거든요. 뿌리가 뻗어 있으면 그 주변으로 효소와 미생물들이 살아 있어요. 거기에 농약을 뿌리면 미생물이 죽어요. 그러면 나쁜 흙이 되죠. 척박해지고요. 식물이 살 수가 없게 되면 비료를 주게 돼요. 비료로 키운 작물은 웃자랍니다. 튼실하지가 않고 영양소도 충분하지 않답니다.”

파주어린농부학교의 활동 모습, 모든 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잡초를 없애려고 농약을 뿌리지 않고, 빨리 자라게 하려고 비료나 비닐을 쓰지 않고 키운 작물은 그 자체로 튼실하다. 무엇보다 그런 인공의 물질을 쓰지 않으면 땅의 생명력이 복구된다.

“여기 심학산 땅도 엄청 척박했어요. 삽이 안 들어갈 정도였는데, 숲에서 나온 부엽토로 퇴비를 만들고 미생물의 힘을 빌려 농사를 짓다 보니까 땅이 좋아졌어요. 사람이 자기가 먹을 만큼, 이웃과 나눌 만큼 농사를 지으면 자연은 그 이상을 돌려줘요. 그런데 과욕을 부리면 땅이 다시 나빠지죠.”

이상민 팀장의 부모님은 전라북도 고창에서 논농사를 짓는다. 농부의 아들로 커온 시간은 그에게 풍요로운 유년기를 선물했다. 동시에 농가의 현실에 대해서도 눈뜨게 했다. ‘3무 농법’으로 농사를 짓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 그는 역설적으로 도시농업의 활성화가 그 대안이 되리라 믿는다.

“생태적인 농업은 오히려 도시농업이라 가능할 수 있어요. 조금씩 기르니까요. 땅이 살아나는 게 느껴져요. 흙을 만졌을 때 촉촉해야 좋은 땅이에요. 축축하거나 메마르면 건강한 땅이 아니죠. 도시 사람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찾고 소비하게 되면 농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해요. 생태적인 농법이 대안이 될 수 있는 거죠.”

◆ 2016 파주어린농부학교

모집 기간 : 11월 11일~2월 15일, 추가 모집 2월 15일~모집 인원 마감까지

모집 대상 : 6~13세 어린이(열두 명씩 1모둠, 총 8모둠)

교육 기간 : 매월 1회, 3월 입학식 및 시농제, 11월 가을걷이 한마당 및 김장 잔치

활동 시간 : 오전 10시~오후 1시

교육 장소 : 심학산 텃밭 배움터

활동 문의 : 031-944-2306(파주생태문화교육원)
  • 2016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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