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쇼팽’ 피아니스트 조성진

한국 클래식 음악계 ‘산소호흡기’

전원이 기립했다. 박수가 이어졌다.
이미 앙코르곡 폴로네즈 6번 〈영웅〉의 연주가 끝난 뒤었다. 연주를 마친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객석의 모든 방향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2월 2일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제17회 폴란드 쇼팽 피아노 국제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 현장, 조성진에 대한 관객의 열기는 좀체 식지 않았다.

사진제공 : 크레디아
공연 전 기자 간담회에서 만난 조성진은 콩쿠르 우승 후 첫 내한 공연을 앞두고 긴장한 기색이었다. “본래 무대 울렁증이 있는데, 마이크 울렁증은 더하다”며 웃었다. 피아노 앞이 아닌, 연신 플래시를 터뜨려대는 카메라 앞에서 스물두 살의 피아니스트는 길을 잃은 얼굴이었다. 회견장에 동석한 쇼팽협회장 아르투르 슈클레네르가 조성진의 콩쿠르 우승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했다. 그는 “조성진은 쇼팽의 곡을 해석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무조건 빨리 치는 것이 테크닉이 아닌데, 조성진은 건반을 장악한다”고 했다. 쇼팽은 피아니스트에게 동경의 대상이자 넘어야 할 산이다.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안톤 루빈슈타인은 쇼팽을 “피아노의 시인, 피아노의 마음, 피아노의 영혼”이라고 했다. 이 천재 작곡가는 서른아홉 해라는 짧은 생을 정교하고 세밀한 피아노곡을 작곡하는 데 썼다. 1927년에 시작돼 1955년부터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쇼팽 국제 콩쿠르는 피아니스트에게 꿈의 무대다. 2005년 한국의 임동혁, 임동민 형제가 2위 없는 공동 3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2015년 조성진이 이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예선부터 본선 1~3차, 결선에 이르기까지 ‘감정 기복 없이 매 라운드 압도적인 기량과 진화한 해석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레이블이라 불리는 도이치 그라모폰은 콩쿠르 실황 음반을 제작했다. 그의 음반은 2015년 가온앨범 결산 차트 50위 중 35위에 올랐다. 50위권에 있는 유일한 비아이돌 음반이었다.


과장을 모르는 천재

조성진과 쇼팽의 인연은 각별하다. 그는 열한 살이던 2005년 금호 영재 콘서트로 데뷔한 후 2008년 모스크바 청소년 쇼팽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음악계가 주목하는 신예가 됐다.

그 후 7년 만에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한국 클래식 음악계는 조성진 전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그의 연주회 티켓은 50분 만에 동이 났다. 연주회가 끝난 뒤에 그를 보려는 팬들로 예술의 전당이 북적였다. 조성진 팬덤 현상, 혹자는 “피겨에 김연아가 있다면, 피아노에 조성진이 있다”고 했다. 뇌사 상태에 빠진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산소호흡기’가 되어주었다는 평이다. 세상은 바뀌었는데 정작 본인은 바뀌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콩쿠르가 제 인생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물어보세요. 저의 연주로 많은 분들이 클래식을 좋아하게 되셨다는 게 기쁘면서도 한편 믿기지 않습니다. 연주회가 많아지긴 했지만 저에게 큰 변화가 생긴 건 아니에요. 제 인생의 목표는 ‘귀한 연주를 하는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고, 콩쿠르는 그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인생의 목표가 콩쿠르 우승이라면, 너무 슬프지 않나요?”

그가 생각하는 귀한 연주는 “작곡자가 그 곡을 만들었을 때의 노력과 고뇌를 헤아리는” 것이다. 한 곡 한 곡을 연주할 때마다 그 마음가짐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무엇이 성공일까를 생각해봤어요. 연주로 돈을 많이 버는 게 성공인지, 많은 사람이 알아주는 연주자가 되는 게 성공인지…. 저는 꿈이 엄청 커요. 그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조성진은 올 1월 솔레아 매니지먼트와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의 네임 밸류나 규모보다 사람이 중요했다”는 그는 함께하는 매니저와 마음이 잘 맞아 결정했다고 한다. 콩쿠르 우승 후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도 줄줄이 이어진다. 그는 지휘자 에사 페카 살로넨이 이끄는 영국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이끄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미하일 플레트네프의 자취로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 정명훈이 지휘하는 일본 도쿄 필하모닉 등과 협연한다. 조성진은 간담회에서 “정명훈 선생님과 2009년 협연 이후 여덟 개의 협주곡을 같이했다”며 “많은 것을 배웠기에 음악가로서 존경한다. 다시 한 번 협연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또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리사이틀 홀,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아, 런던 국제 피아노 시리즈, 도쿄 산토리 홀, 프라하 스프링 페스티벌, 클라비어 페스티벌 루르, 카네기 홀 메인 홀 등에서 리사이틀 데뷔도 예정돼 있다. 도이치 그라모폰과는 5년간 다섯 개의 CD 음반을 내기로 했다. 도이치 그라모폰의 우테 페스케 부사장은 “조성진의 쇼팽이 인종과 문화를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했다”고 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귀한 연주’, 2500석의 관객이 모두 일어나 그에게 환희의 박수를 보내는 걸 보니 그의 꿈이 아주 멀지는 않아 보인다.
  • 2016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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