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희망재단 황철주 이사장

“청년에게 희망을! 청년에게 일자리를!”

글 : 임현선 TOPCLASS 기자  / 사진 : 장은주 

청년들의 취업과 일자리 창출을 지원할 목적으로 탄생한 청년희망펀드 모금액이 기부가 시작된 뒤 2개월 만에 900억원을 넘었다. 2015년 11월 25일 기준, 모금에 동참한 사람은 9만여 명에 달했다. 청년희망펀드는 제1호 기부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공익신탁*방식의 펀드이다. 청년희망펀드를 운용하기 위해 2015년 10월 19일 출범한 청년희망재단 황철주(56) 이사장을 만나 향후 활동 계획을 들었다. 황 이사장은 반도체 장비 및 태양전지 등을 생산하는 주성엔지니어링의 창업자이며 벤처기업협회장을 지냈다. 2010년 사재 20억원을 출연해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만들어 청년 창업지원과 멘토링 등 다양한 공익적 사회활동을 해왔다.
‘글로벌 보부상’ 5000명 육성 프로젝트

황철주 이사장은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작은 노트와 볼펜을 꺼냈다. 메모 습관이 몸에 밴 모습이었다. 그의 입에서는 낮고 조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최근 청년희망펀드에 쏟아진 높은 관심을 보면서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전국민적으로 퍼진 금 모으기 운동이 떠올랐습니다. 청년들의 귀중함, 소중함을 대한민국 국민이 함께 느끼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이런 열기 자체가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재단은 국민의 열망을 받아서 국가가 돌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들여다보고 해결방안을 마련해 청년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소임을 수행하겠습니다.”

황철주 이사장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는 해외시장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엄청난 차이를 만든 요인도 해외시장 개척 여부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의 인구는 전 세계의 0.7%, 영토는 세계에서 0.07%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물리적 조건 자체가 국내가 아닌 해외시장에서 승부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보부상 5000명 육성 프로젝트’를 청년희망재단의 주요 사업으로 내세운 이유다.

이 프로젝트는 취업이 어려운 인문, 사회, 예체능 계열 전공자들을 무역 전사로 키운다는 내용이다.


“청년들이 해외에서 질 좋은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1명당 1년에 10억원어치를 팔면 국내에 5명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합니다. 무역 전사 5000명이 활동하면 2만5000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제품도 수출하고 일자리도 생기는 겁니다.”

황 이사장이 말하는 해외시장은 미국, 유럽 같은 선진국이 아니다. 북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동 지역 등 개발도상국들이다. 그는 “쉽고 편안한 곳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 성장하는 시장으로 가야 기회가 있다. 리스크가 없는 곳에서는 성장도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사람이 만든 변화를 좇지 말고 내가 변화를 만들어야 해요. 아직도 다른 사람이 변화를 만들어주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나도 성장하고 다른 사람도 도와줘야죠. 성공의 최종 목표는 공유라고 생각해요.”

청년희망재단은 ‘글로벌 보부상 육성 프로젝트’ 외에도 일자리 원스톱 정보센터 구축, 분야별 멘토링 및 특강, 일자리·창업 능력개발사업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해외 사업을 주관하는 무역협회, 중소기업청 등과 협력하여 무역 인력을 교육하고 멘토링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교육생들에게 최상의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가난을 딛고 성공한 1세대 벤처 기업인


황철주 이사장의 고향은 경북 고령이다. 그는 2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끼니를 걱정할 만큼 가난했지만 부모님과 형제들은 한없는 사랑으로 가난의 허기를 채워주었다.

덕분에 황 이사장은 정서적으로 충만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취업했으나 고졸자와 대졸자의 임금 격차가 크다는 것을 알고 전문대학에 들어갔다. 전문대를 졸업한 후에도 직장 안에서 임금 차별은 여전했다. 4년제 대학 전자공학과에 편입해 학사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제가 경험한 세상은 공평하지 않았어요. 불공평을 극복하기 위해 저는 공부를 택했죠. 세상이 공평하다면 어려운 길을 안 가도 되겠죠(웃음). 역설적이지만 불공평함이 공평함을 만드는 동력인 것 같아요. 젊은 시절 저는 변화가 없으면 가난한 사람이 되어야 하고, 꼴찌를 면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가난한 삶이 싫어서 변화를 추구한 거죠.”

대학교 졸업 후 그는 유럽 반도체 장비회사에 입사해 엔지니어로 일했다. 1990년대 초반 회사는 한국에서 철수를 결정하고 국내 사업을 종료했다. 갑자기 실업자가 된 황 이사장은 이때 처음 창업으로 눈을 돌렸다.

“젊은 시절엔 창업에 관심이 없었어요. 훌륭한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목표만 있었죠. 회사가 없어지고 나서야 제가 혼자 뭔가를 해야 할 때임을 깨달았어요. 세계 최초의 기술로 해외시장을 대상으로 영업하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죠.”

황 이사장이 설립한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장비 분야를 시작으로 디스플레이 장비, 태양전지 장비, LED와 OLED 시장으로 진출하며 8개의 세계 최초 제품과 기술을 개발했다.

보유한 특허만 2000여 개에 이른다. 2010년에는 히든챔피언, 2011년에는 월드클래스 300기업, 대한민국기술대상 금탑산업훈장 등을 수상하며 내실 있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2015년 11월 20일 황철주 이사장이 ‘새로운 성장’을 주제로 창업 경험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창업 당시 5명이었던 직원은 2015년 현재 400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대다수가 연구 개발(R&D) 인력이다.

“창조를 바탕으로 한 창업은 성장력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창업은 실패합니다. 모방을 통한 창업은 한계가 있습니다. 저에게 창조는 끊임없는 연구 개발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아낌없이 R&D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벤처 절정기였던 2000년대에 황 이사장은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주식을 보유한 가장 성공한 벤처 기업인의 상징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성공의 달콤함은 잠시, 2001년 위기가 찾아왔다. 가장 큰 고객이었던 업체로부터 거래 정지를 당한 것이다.

“매출액의 상당액을 차지했기 때문에 타격이 컸어요. 하루아침에 물량이 반으로 줄었죠. 혼란스러웠어요. 더 큰 어려움은 내부 조직원들의 동요였습니다. 회사를 팔아야 하나, 해외로 옮겨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위기일 때 회사를 팔면 헐값에 넘기게 돼요. 당시 우리 회사를 노리는 기업이 많았어요. 거의 공짜로 회사를 팔 수는 없었습니다. 직원들을 모아놓고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하자고 제안했어요. 내부 조직원들의 힘을 모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황 이사장은 한국에서 가장 큰 태극기를 구매해 회사 벽에 걸었다. 그도, 직원들도 매일 태극기를 보면서 마음을 모았다고 전했다.

“세계 경쟁은 정말 어렵습니다. 경영인은 항상 위기감을 느낍니다. 잘될 때도 위기고, 안될 때도 위기입니다. 잘될 때는 도취감이 미래의 위기를 만들고, 안될 때는 오히려 위기감이 미래를 준비할 에너지를 부여하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있습니다. 성공과 위기, 행복과 불행은 어떻게 생각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좌우되더군요. 결국 사회와 세상의 문제보다는 내 생각이 중요합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갑니다. 분명한 건 창조는 위기일 때 빛을 발한다는 겁니다. 그 위기를 청년들이 기꺼이 받아들이길 바라죠. 저희가 용기를 내는 청년들과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공익신탁 : 재산을 공익 목적에 사용하기 위한 신탁. 복지사업·의료시설·교육시설에 대한 증여가 목적이므로 자선신탁(慈善信託)이라고도 한다.
  • 2016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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