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청춘 멘토’ 데니스 홍 UCLA 교수

꿈을 향한 여정이라면 실패도 즐겁다

글 : 김미량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정말로 저의 멘토가 되어주시는군요. 덕분에 생기가 납니다 / 교수님, 오늘 힘들었어요, 에너지 좀 주세요 / 심쿵, 완전 멋져요(엄지 척)…”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의 페이스북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팔로워 2만1700명. 그는 연구실과 비행기 안, 식당, 도로 위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시각각 느끼고 깨닫는 소소한 생각들을 SNS 친구들과 부지런히 공유한다. 이유가 뭘까?

“강연이 끝나면 많은 사람이 제게 묻습니다. 로봇에 대한 질문도 있지만, 진로와 삶에 대한 고민도 많아요. 저도 답을 모르는…. 그래서 그 질문들을 모아 생각을 정리해 SNS에 올리죠. 많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그는 세계적인 스타다. 지난 2009년 미국 《파퓰러 사이언스(Popular Science)》지는 그를 ‘과학을 뒤흔드는 젊은 천재 10인’에 선정했고, 2011년 워싱턴포스트는 ‘로봇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극찬했다.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브라이언’과 미국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찰리’를 개발했으며, 수년간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다윈’의 원천기술을 인터넷에 공개함으로써 과학기술의 ‘공유’와 ‘상생’을 실천했다. 2004년 그가 설립한 로멜라(RoMeLa) 연구소는 세계 로봇연구의 메카로 성장했다. 그리고 현재 그에게는 한국의 ‘청춘 멘토’라는 또 하나의 수식어가 생겼다. 그의 꿈과 성공, 도전의 스토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에게 홍 교수는 진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사람들은 제 성공을 보지만, 이면의 수많은 실패는 보려 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실패를 합니다. 하지만 꿈이 있다면 실패는 그저 과정일 뿐이죠. 언제나 성공할 수는 없지만, 언제나 배울 수는 있습니다.”


성공? 내게는 새로운 시작점일 뿐

“상상해보세요. 영화 〈스타워즈〉에서 봤던 것처럼 로봇과 사람이 일상에서 만나 소통하고, 내가 좋아하는 팝스타의 공연에서 멋진 춤을 추는 로봇 백댄서를 볼 수 있다면 정말 신나지 않을까요?”

로봇에 대한 얘기를 하는 홍 교수의 얼굴은 시종일관 아이를 닮은 순수한 미소로 가득했다. 홍 교수는 현재 디즈니사가 계획 중인 ‘스타워즈랜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는 ‘놀이기구 디자이너’의 꿈에 로봇공학자로서 도전하게 되다니, 꿈의 테마파크 스타워즈랜드에서 ‘데니스 홍’표 로봇과 첨단로봇기술을 선보일 생각에 그는 벌써부터 신이 난다.

홍 교수는 지난해 버지니아텍(Virginia Tech)을 떠나 UCLA로 향했다. UCLA는 ‘세계 최고의 로봇학 대학’ 을 선포하며 홍 교수를 수장으로 선택했다. “로봇 연구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처음부터 구축하는 일은 무척 어렵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기에 그는 기꺼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는 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시련을 가져왔다.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마음을 크게 다쳤고, 결국 그는 11년 동안 개발한 모든 로봇과 성과들을 버지니아텍에 남겨둬야 했다. 말 그대로 “태어나서 처음 겪는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스스로 ‘멘탈 갑’을 자처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밝은 웃음 뒤로 남몰래 암흑의 터널을 걸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순간 그를 꼭 붙잡은 것은 역시 ‘로봇’ 이었다. 로멜라 연구소를 다시 세우고, 로봇도 다시 만들자는 다짐은 새로운 용기로 다가왔다. 우선 연구소를 안정화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거침없이 달린 1년여 시간, 로멜라 연구소는 얼마 전부터 하루 10여 개의 특허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구글과 디즈니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연구소를 찾고 있다. 성공적인 안착이다. 그리고 2016년, 그는 세상에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의료용 로봇’ 개발에 도전한다.

40대 중반에 이룬 명성, 시련을 넘어 다시 일어선 그에게 성공이란 어떤 의미일까?

“성공이요? 글쎄요. 목표를 이뤘을 때 그것을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목표에 도달한 순간,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거든요. 그래서 저는 항상 시작점에 서 있습니다.”


실패를 분석하면 가야 할 길이 보인다


일곱 살 때 영화 〈스타워즈〉를 보고 ‘로봇공학자’를 꿈꿨다. 시간이 흘러도 꿈은 변하지 않았고, 재능도 있었다.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2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마음껏 로봇을 공부했고, 버지니아텍의 교수가 되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운이 참 좋았다.

하지만 교수가 된 후 그는 늘 새로운 난제들과 직접 부딪쳤고, 극복하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창문도 없는 지하 방에 달랑 책상 두 개를 놓은 연구실이 전부였던 새내기 교수시절, 연구비 확보 경쟁에서 그는 언제나 패자였다.

“정말 열심히 제안서를 썼는데, 자꾸 떨어지는 거예요. 연구 주제도 바꿔보고, 밤새 공부해 새로 쓰고, 또 쓰고…. 하지만 2년 반 동안 단 한 번도 선택받지 못했어요.”

돈이 없어 하고 싶은 연구를 못한다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느껴졌고, 부모님께도 죄송했다. 결국 교수실에 앉아 한참 동안 눈물을 흘리던 그때, 그는 ‘좌절’의 의미를 처음으로 절절하게 이해했다.

하지만 기회는 찾아왔다. 당시 미국 과학재단에 있던 여준구 박사(현 KIST 로봇·미디어연구소장)의 제안으로 다른 연구자들의 제안서를 심사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고, 비로소 자신의 제안서가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를 냉정하게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자기 분야에 대한 고집을 버리고 변화를 시도했다. 놀랍게도 이후 그의 연구제안서는 백발백중이었고, 기록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로봇을 만드는 과정과 삶은 비슷해요. 크고 작은 실패의 반복이죠. 중요한 것은 실패를 냉정하게 분석하는 겁니다. 해결 가능성이 있다면 정말 열심히, 끈기 있게 도전하세요. 그러나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현명하게 판단하세요. 무조건 도전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그는 ‘실패를 통해 얻는 배움의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조언은 늘 조심스럽다. 실패에 너그럽지 않은 우리의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실패하면 끝’인 사회에서는 모두가 안전한 길만 선택하게 된다. 청춘도, 중장년층도 누구나 실패를 딛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모두가 바라는 그런 변화를 홍 교수 역시 간절히 기다리는 중이다.


누구든지 꿈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

언젠가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수백 명의 청중이 그의 손을 잡기 위해 몰려들어 안전요원의 도움을 받아 겨우 강연장을 빠져나온 후, 호텔로 돌아와 손을 씻기 위해 화장실에 들렀다. 잠시 후 천천히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본 순간, 낯선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어깨에 잔뜩 힘을 준 거만한 눈빛의 남자, 그는 바로 홍 교수 자신이었다.

“거리에서 알아보고, 악수와 사인을 청하고, 제 한마디 말에 환호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저도 모르게 성공의 허상에 취했던 겁니다. 충격이었어요.”

로봇을 연구하는 이유는 유명세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사람을 위한 따뜻한 기술’로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는 ‘꿈’ 때문이었다. 초심을 잃을까 겁이 났다. 그날 이후 그는 ‘성공’이라는 단어를 경계하며 틈틈이 자신을 점검한다.

“무엇이든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세우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걸림돌이나 디딤돌이나 다 똑같은 돌이다. 어떻게 사용하느냐만 다를 뿐…” 등, 그의 SNS에 수백 개의 ‘좋아요’와 공유를 기록하는 어록들은 자신을 향한 또 다른 방식의 담금질이기도 하다.

성공에 대한 정의는 저마다 다르다. 홍 교수에게 성공의 중요한 조건은 ‘행복’이며, 때문에 그는 다시 꿈을 말한다.

“인간은 좋아하고, 잘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할 때 행복합니다. 이것이 바로 꿈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기는 쉽지 않아요. 이땐 잘하면서 가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세요. 그리고 취미와 봉사를 통해 나머지 조건의 균형을 맞춰보세요. 하지만 그 중심에는 반드시 꿈이 있어야 합니다.”

거창할 필요도 없다. 나이도 상관없다. 팍팍한 현실에서 꿈을 잊었다면 다시 기억을 되살리기 바란다. 이것이 바로 “매일 행복한” 과학자 데니스 홍의 성공 처방전이다.
  • 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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