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 ‘다루마리’ 운영하는 와타나베 이타루·마리코 부부

세계를 지배하는 시스템 ‘밖’으로 나가다

글 : 임현선 기자  / 사진 : 김선아 

‘작지만 진짜인 일’을 하고 싶어 회사를 그만두고 시골에 빵집을 차린 와타나베 이타루씨. 그의 가치관과 창업 과정을 담은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더숲)는 지난해 6월 출판한 뒤 현재까지 꾸준히 팔리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다. 출판사의 초청으로 아내이자 공동 경영자인 마리코씨와 내한한 와타나베씨 부부는 한국 독자들의 열띤 호응이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서울에서 시골빵집 ‘다루마리’를 찾아오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을 배우고 싶다며 일주일간 가게에 머문 한국인도 있었다.
한국 독자들은 왜 그의 책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을까?

사진제공 : 조선DB
사람·지역·자연을 살리는 빵

“깊이 감사드립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라서 얼떨떨하죠. 여러분의 관심 덕분에 서울도 처음 방문했고요. 즐거운 일이 많이 생겼습니다(웃음). 한국은 음식이 맛있고 굉장히 활기찬 곳이란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루마리에서 만드는 빵에는 달걀・버터・우유・설탕이 들어가지 않는다. 지역에서 재배한 밀과 깨끗한 물, 천연 발효로 얻은 균을 이용해 빵을 만든다. 인근 숲에서 자란 나무를 구매해 화덕에서 빵을 굽는다. 먹을 때 자극적이지 않고 먹고 나서도 속이 더부룩한 경우는 없다. 그런데 그 빵을 먹으려고 도쿄에서도 찾아오고 심지어 한국에서도 온다. 빵 맛을 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천연균 배양 기술을 활용해 몸에 좋은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태 보호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추구하는 그들의 철학을 만나러 간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이타루씨는 “우리는 빵을 매개로 지역 내 농산물을 순환시킨다”며 “‘지역 생산・지역 소비’를 실천함으로써 지역의 먹거리, 생태 환경과 경제를 한꺼번에 풍요롭게 만든다”고 말했다. 지역 농산물과 목재가 수입산보다 훨씬 비싸도 망설이지 않는다. 천연 균으로 몸에 좋은 빵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면서 환경도 보호하는 선순환 시스템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심정으로 지역 내 순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웃음). 빵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계 같은 하드웨어적인 것은 완료했어요. 지역 농가를 품고 임업가들이 숲을 지키도록 백업(지원)하는 소프트웨어적인 체계를 갖추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상호 협력을 이루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일본 돗토리현 지즈 마을의 폐교를 단장해 문을 연 다루마리 빵집 전경.
이타루씨는 7년째 다루마리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세 번 이사했다. 저서 《시골빵집에서…》는 지바현에서 창업해 오카야마현으로 이주한 후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6개월 전 안정적으로 밀을 공급받을 수 있고 나무가 풍부하며 물이 깨끗하기로 유명한 돗토리현으로 이사했다. 폐교 자리를 얻어 카페와 빵집을 열었다. 11월 15일쯤에는 직접 만든 맥주도 주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다루마리에서는 스태프 5명, 아르바이트 3명, 와타나베 부부까지 모두 10명이 일하고 있다. 직원들은 매주 화, 수요일은 쉬고 1년에 한 달은 장기 휴가를 갈 수 있다. 가끔 일을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있다. 이타루씨는 이들에게 본인이 수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연구한 천연균 발효 경험과 빵 제조방식을 전수해주고 있다.

“제가 가진 천연균 발효 기술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에요. 1000년 전부터 조상들이 해온 일이죠. 모두 알려주고 싶은데, 막상 일을 배우러 와서 오래 버티는 친구들이 없어요. 일이 워낙 고단하니까요.”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손해가 크면 사업을 계속할 수 없다. 이타루와 마리코 부부 역시 계속 가게를 유지하려면 일정한 매출이 있어야 한다. 이들은 돈을 벌면 어떻게 쓸까 궁금했다.

빵집 이름 ‘다루마리’는 남편 이타루와 아내 마리코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저희도 해마다 매출 목표를 세우고 목표 달성을 위해 애를 많이 써요(웃음). 그러나 필요 이상의 물질적 보상을 원하지는 않아요. 목표보다 돈을 많이 벌면 재분배와 재투자에 씁니다. 빚을 지지 않고 지속가능한 생산을 할 수 있는 준비에 쓰는 거죠. 해외여행과 사치품을 살 여유는 없습니다. 깨끗한 자연의 선물인 천연균은 우리가 욕심을 내지 못하게 합니다. 무한히 생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거든요.”

이타루와 마리코라는 단어를 조합해 만든 빵집 이름 ‘다루마리’는 두 사람의 굳건한 유대감을 상징한다. 도쿄에서 나고 자란 부부는 첫 직장이었던 유기농산물 회사에서 만났다. 농대를 졸업한 이타루씨는 막연히 농부가 되겠다는 꿈을 꿨고,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마리코씨는 시골에 가게를 내고 싶은 희망이 있었다. 공통 관심사를 확인하면서 가까워진 두 사람은 회사를 그만두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그사이 아이가 생겼다. 가장이 되었지만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내의 적극적인 지지도 큰 힘이 됐다.

“시골살이나 농사를 동경했지만 자본의 논리에 농업이 좌지우지되는 현실 앞에 절망하고 있었어요. 농업을 다시 살리려면 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스템 ‘밖’으로 나가야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제가 생산수단과 특별한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죠. 이때 갑자기 떠오른 것이 제빵사였어요. 작지만 청결한 빵집에서는 아침부터 빵 굽는 냄새가 풍기고, 그 냄새만으로도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그런 일을 할 작정이었어요.”

회사에 사표를 내고 4년 반 동안 그는 네 곳의 빵집을 돌며 제빵 기술을 익혔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빵집 일을 구하기란 예상보다 훨씬 어려웠다. 면접에서 수차례 떨어진 뒤, 휴식 시간 없이 하루 15시간씩 일하는 도쿄 교외의 한 빵집에 취업했다. 힘든 제빵 수련 시기를 거쳐 2008년 마침내 다루마리 빵집을 개업했다.


먹거리에 집착하니 세상이 보였어요

돌가마에서 서너 가지 천연 효모로 만든 10여 종의 빵을 구워내는데, 정오만 지나도 빵이 몇 개 남지 않는다.
1971년 도쿄에서 태어난 이타루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0대 중반까지 이삿짐센터 짐꾼,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생활했다. 그는 스무 살의 자신을 “별 볼일 없는 청춘이었다”고 표현했다. 돈이 궁할 때만 일을 하고 나머지 날들은 자동차로 폭주족 흉내를 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연구하는 비주류 학자였지만 아들은 공부에 전혀 뜻이 없었다. 목표 없이 멋대로 사는 아들을 아버지는 못마땅하게 여겼다. 아들은 ‘희망 없는 인생인데 노력은 해서 뭐하나’ 하는 분노와 좌절의 감정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1994년 이른 봄, 변화가 찾아왔다. 안식년을 맞은 아버지와 헝가리에서 1년을 함께 생활하며 이타루씨는 그 이전과 다른 삶을 경험했다.

당시 헝가리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막 벗어났지만 경제는 국제 시류에 한참 뒤처져 있었다. 경제발전은 늦었지만 식문화는 풍성했다. 그곳에서는 농가뿐 아니라 평범한 가정에서도 와인을 자가양조했다. 첨가물이나 방부제로 만든 음식이 드물던 당시 헝가리의 식문화가 이타루씨의 삶의 방향을 바꿔놓았다.

일본 돗토리현 지즈 마을에 자리한 다루마리 빵집 내부 풍경.
“모든 음식 재료가 가공되지 않고 유통되고 있었어요. 제 몸은 신선하고 소박한 먹거리를 참 좋아했죠. 10대 후반부터 정크식품에 절어 있던 몸이 헝가리에서 산 지 1년 만에 달라졌어요. 귀국 후 예전에 항상 마시던 캔 커피를 갈색 물감이라고 느낄 정도였으니까.”

아버지와 매일 밤 와인을 마시며 대화한 덕분에 부자 사이도 가까워졌다. 그는 귀국 후 의대 진학을 목표로 두 차례 입시에 도전했지만 실패하고 농대에 입학했다. 대학시절부터 막연히 시골 생활을 꿈꿨지만 행동으로 옮긴 뒤 생각은 훨씬 구체적이고 체계화되었다. 이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행복하려면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까지 고민한다.

“저와 아내는 저성장 사회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어요. 몸에 좋은 먹거리에 집착하면 세상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요. 서민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먹지 못하게 하는 이들이 세상을 망가뜨린다고 생각해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대화할 때 행복하지 않나요? 우리가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좋은 먹거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할 이유죠.”
  •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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