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손흥민

그는 어떻게 400억의 사나이가 되었나

사진 : 조선DB
8월 마지막 주, 한국축구는 영국발 뉴스에 열광했다. 독일 무대를 호령하던 ‘손세이셔널’ 손흥민(23)이 토트넘으로 이적한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허리케인’ 해리 케인의 파트너를 찾던 토트넘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특급 골잡이로 떠오른 손흥민을 주목했다. 놀라운 것은 그의 몸값이었다. 토트넘이 손흥민을 영입하며 지불한 이적료는 무려 3000만유로(약 403억원)였다. 먼 나라 이야기 같던 천문학적인 돈이 한국축구에도 등장한 것이다.

400억원이 얼마나 큰돈인지 감이 오지 않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기록을 정리해보겠다. 손흥민의 몸값은 수많은 선수들이 팀을 옮겼던 올여름 유럽축구 전체 이적 중 16위에 해당한다.

올여름에만 무려 8억7000만파운드(약 1조5730억원)를 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내에서도 9위에 해당하는 몸값이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월드컵, 유럽선수권대회를 모두 거머쥐었던 페드로(첼시),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의 더글라스 코스타,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만 20골을 넣었던 카를로스 바카(AC밀란)의 이적료와 비슷하다. 런던의 명문구단 토트넘 역사상 세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2001년 일본의 나카타 히데토시가 이탈리아 AS로마에서 파르마로 이적하면서 기록한 2600만 유로(346억원)를 넘어 아시아 축구사마저 새로 쓴 손흥민은 어떻게 400억원의 사나이가 됐을까.


한국축구의 돌연변이

일찍이 손흥민 같은 선수는 한국 축구사에 없었다. 그는 한국선수지만 유럽선수의 마인드를 가졌다. 맨유에서 활약하며 유럽무대에서 이름을 날린 박지성과는 패러다임 자체가 다르다. 박지성은 개인보다는 팀을 앞세운 이타적 플레이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았다. 하지만 손흥민은 다르다. 동료들에게 내주기보다는 혼자서 해결하려는 타입이다. 문전을 향한 움직임에도 거침이 없고, 슈팅 과정에서도 머뭇거림이 없다. 우리가 유럽축구에서 보던 유럽 공격수들의 모습 그대로다. 손흥민은 개인 능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희생을 강요하던 한국축구에 등장한 ‘돌연변이’다.

손흥민의 이 같은 스타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성장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손흥민은 여타 한국선수들과 달리 중학교 3학년까지 학원축구와 인연을 갖지 않았다. 아버지의 개인 교습을 받으며 성장했다. 육민관중학교에서 발군의 모습을 보이며 동북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1학년때 바로 함부르크 유소년팀에 입단했다. 손흥민은 한국축구만의 고유한 습성이 몸에 배지 않았다. 오히려 함부르크의 유스팀을 거치며 유럽식 훈련과 방식에 익숙하다. 유소년팀에서부터 성장해 성인팀에 데뷔한 손흥민은 외국인 선수가 아닌 독일이 길러낸 선수로 분류된다. 손흥민의 플레이가 유럽식에 가까운 이유다.

한국형 공격수는 유럽에서 실패를 거듭했다. 박주영(서울)은 프랑스 리그1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잉글랜드・스페인 등 빅리그에서는 그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잉글랜드와 독일에서 실패한 이동국(전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유럽 스타일로 무장한 손흥민은 분데스리가에서 세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성공신화를 썼다. 혹자는 그에게 개인적이라는 평을 내리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개인 플레이가 EPL 진출의 기회를 열어줬다는 점이다.

손흥민이 밝힌 그의 축구인생 최종 꿈은 ‘맨유’다. 맨유는 박지성이 뛰었던 EPL 최고의 명문팀이다. 손흥민은 공공연히 EPL 진출에 대한 열망을 보였다. 때마침 토트넘에서 엄청난 제안을 건넸다. 사실 토트넘이 손흥민에 러브콜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손흥민은 익숙한 독일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레버쿠젠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공격수로 자리 잡은 손흥민은 유럽챔피언스리그를 경험하며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맨유행을 위해서는 일단 EPL에서 자신을 테스트할 필요가 있었다. 손흥민은 그 중간 거점으로 토트넘을 택했다.

주변 여건을 살펴보면 손흥민의 선택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일단 토트넘은 손흥민이 주전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에 유리한 클럽이다. 토트넘의 측면 자원으로는 나세르 샤들리, 에릭 라멜라, 앤드로스 타운젠드 등이 있지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선호하는 역동성과 득점력을 갖춘 선수가 전무하다. 손흥민은 포체티노 감독이 원하는 ‘인사이드 포워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여기에 토트넘이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과 인프라를 지닌 만큼 활약 여하에 따라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토트넘은 케인이 집중 견제를 받으며 득점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토트넘 팬들은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손흥민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문제는 적응과 성과다. EPL은 아시아 선수들에게 호락호락한 무대가 아니다. 분데스리가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불리던 가가와 신지조차 실패를 맛본 곳이 EPL이다. 물론 지공에 능하던 가가와에 비해 손흥민은 빠른 스피드와 돌파력, 슈팅력까지 지녔다. 공수 전환 속도가 빠르고, 지공보다 속공 유형의 공격을 즐기는 EPL에 최적화된 스타일이다. 하루빨리 EPL에 녹아들 필요가 있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한다면 그만큼 그의 꿈에 다가서게 된다. 손흥민은 지금 박지성과 가가와 사이의 갈림길에 서 있다.
  • 201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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