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 출신 억만장자 유리 밀너

외계인 찾기에 1172억원 기부

유리 밀너가 7월 20일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에 1억 달러를 기부한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Getty Images
‘저 바다 너머에도 사람이 살고 있을까.’ 신대륙 발견은 그 옛날 누군가 마음에 품었던 작은 의문에서 비롯됐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면서 무역이 발전하고 지식이 늘어났다.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우리가 누리는 인류 문명이 완성됐다.

이제 인류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누군가 ‘저 하늘 너머에도 사람이 살고 있을까’ 하고 묻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러시아 출신의 억만장자인 유리 밀너(Milner·53)다. 그는 지난 7월 20일 영국 런던의 왕립학회에서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TI)’ 프로젝트에 10년간 1억 달러(1172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세티(SETI)는 전파망원경으로 외계인이 보낸 전파신호를 추적하는 프로젝트다. 지능을 갖춘 생명체라면 규칙적인 전파를 발송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 프로젝트는 조디 포스터 주연의 SF영화 〈콘택트〉의 배경으로 대중에게도 잘 알려졌다.

밀너는 앞으로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 주의 그린 뱅크 우주망원경 등 전 세계 세 군데 전파망원경으로 외계인의 신호를 추적하는 연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UC버클리의 앤드루 시미언 박사는 “연구비가 부족해 연간 24~36시간 정도만 망원경을 가동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 그 시간이 수천 시간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혁명과 같은 일”이라고 밝혔다. 세티 프로젝트는 1992년 미 항공우주국(NASA) 지원으로 시작됐지만 이듬해 지원을 중단해 자금난에 시달렸다. 지금은 UC버클리가 주관하는 민간 프로젝트다.

과학계는 환호했다. 밀너는 이날 외계인 추적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한 공개서한도 발표했는데,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와 세티 연구소의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 등 세계적인 학자들이 이 서한에 지지 서명을 했다. 드레이크 박사는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을 설명하는 ‘드레이크 방정식’을 창안한 과학자다. 호킹 박사는 이날 “무한한 우주에는 반드시 다른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며 “(외계인만큼) 더 큰 질문은 없다. 이제 그 답을 찾아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밀너가 과학연구에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이미 기초물리학과 생명과학・수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낸 과학자를 시상하는 ‘과학혁신상(Breakthrough Prize)’를 제정해 매년 수상자들에게 노벨상의 두 배나 되는 상금을 수여하고 있다. 스티븐 호킹 박사도 이 상을 받았다.

그가 잇따라 과학연구에 거액을 기부한 것은 자신이 과학에 깊은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밀너는 모스크바대를 나와 옛소련 과학아카데미 산하 연구소에서 일한 물리학자 출신이다. 이름도 인류 최초로 우주로 나간 옛소련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외계인 추적 연구에 대한 관심은 내가 태어나던 1961년부터 시작됐다”고 농담을 한 것도 그 때문이다.

밀너는 소련 붕괴 무렵인 1990년 미국으로 이주해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이후 ‘디지털 스카이 테크놀러지스(Digital Sky Technologies, DST)를 세워 벤처 투자자로 변신했다. DST는 페이스북・트위터・그루폰・샤오미 등 세계적인 IT벤처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뒀다. 2010년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밀너를 ‘세계 50대 기업인’으로 뽑았다. 2012년 블룸버그 마켓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50명’에도 들어갔다. 이듬해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도 ‘지구에서 가장 힘있는 인물 500명’에 밀너를 포함시켰다.

세티 연구진은 앞으로 지구에 가까운 수백만 개의 별과 수백 개의 은하에서 외계인의 신호를 찾을 예정이다. 밀너는 “조사대상이 새롭지는 않지만 과거보다 연구가 100~1000배는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밀너는 이날 100만 달러의 상금을 내걸고 외계인에게 인류가 어떤 존재인지 알리는 메시지도 공모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인도 밀너의 꿈에 동참할 수 있다. 우주에서 온 전파 신호를 분석하려면 엄청난 컴퓨터 작업이 필요하다. UC 버클리는 1999년부터 일반인이 이 작업에 동참할 수 있는 ‘세티앳홈(SETI@Hom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세티엣홈에서 프로그램을 내려받으면 PC가 다른 작업을 하지 않을 때 전파 신호 분석작업에 참여할 수 있다. 밀너는 “어쩌면 세티엣홈에 참여한 일반인이 전문가보다 먼저 외계인이 보낸 신호를 찾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적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밀너의 발표가 있은 지 사흘 뒤인 지난 7월 24일 나사(NASA)는 “지구로부터 1400광년(光年) 떨어진 백조자리에서 지구와 거의 흡사한 행성 ‘케플러-452b’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1400광년이면 1경3244조km가 된다. 나사(NASA)는 “새로운 지구인 ‘지구 2.0’을 찾는 데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평가했다. 행성 ‘케플러-452b’에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 쌍둥이’ 발견 소식은 수많은 사람이 밀너와 같은 꿈을 꾸게 하는 계기로는 충분했다. 과연 저 먼 우주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 2015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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