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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팀워크가 승부를 가른다,
프로야구 마인드컨트롤의 비밀

사진제공 : KBO
불쾌지수가 치솟는 8월은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든 계절이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던지고, 치고, 뛰고, 구르는 이들이 있다. 프로야구 선수들이다. 야구는 멘탈 게임(mental game)이다. 마인드가 무너지면 마운드(투수가 공을 던질 때 서는 곳)도 무너진다. 야구는 감독, 코치, 선수들이 모두 같은 유니폼을 입는 유일한 스포츠, 스타가 아닌 팀워크가 경기를 만든다.

한국에서는 1981년 프로야구가 발족했고, 1982년 시합을 시작했다.

지역을 연고로 한 팬덤은 야구를 국민 스포츠로 만들었다.

야구에 인생을 반추해 “9회말 투아웃에도 승부는 달라진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이 나오기도 했다.

〈topclass〉는 10개 구단 트레이닝 코치와 홍보팀에 ‘프로야구 선수들의 마인드컨트롤’법을 들었다. 구단 사정상 응답하지 못한 SK, 한화, LG, 넥센을 제외한 6개 구단은 야구장 밖 선수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감정조절장애가 전염병처럼 번지는 이 계절에 이들의 조언이 청량한 예방주사가 되어주길 희망한다.




삼성은 명실공히 야구의 전통 구단이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33년 동안 한 번도 연고지나 팀 이름, 구단주가 바뀌지 않았다. 삼성은 그동안 8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는데,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류중일 감독은 “2010년대를 삼성의 시대로 만들겠다”고 했다. 7월 2일 현재, 2015년 프로야구 구단순위는 삼성이 43승 30패로 1위다.

이승엽의 존재는 삼성의 기둥이다
삼성 라이온즈, 김현규 트레이너

김현규 트레이너는 2004년부터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했다. 선수들의 훈련, 재활, 심리상담 등을 돕고 있다. 그는 삼성이 명문구단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비결로 ‘교육’을 들었다. 선수들은 1년에 한 번씩 연수과정에 참여하는데, 이때 ‘우리가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승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개인이 아니라 팀으로서의 승리를 꿈꾸는 내면적인 변화가 생긴다. 연수가 이론교육이라면 실전교육은 선배들이 담당한다. 특히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배움이 되는 선수가 있다는 것이 삼성의 자랑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이승엽이다. 그는 지난 6월 3일 400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의 소망은 ‘아름다운 은퇴’, 지금도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다.

“지금도 훈련에 제일 먼저 나오는 선수예요. 이승엽 선수가 한국 나이로 마흔입니다. 오후 3시에 훈련이면 낮 12시 30분부터 나와서 몸을 풉니다. 성격 자체가 겸손해서, 홈런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볼 때는 ‘이 정도면 됐지’ 하는 한계가 스스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선배가 위에 든든히 버티고 있다는 게 삼성의 전통이자 저력입니다.”






두산 베어스의 전신인 OB베어스는 대한민국 최초 프로야구 팀이자, 한국시리즈 첫 해 우승팀이기도 하다. 당시 OB를 이끈 박철순 선수는 ‘불사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불사조 두산의 저력은 ‘선수 육성 시스템’에서 나온다. 매년 걸출한 선수를 배출하고 있는 두산은 이름값 높은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기보다 유망주를 발굴해 육성하는 방식으로 프로야구 전체의 질을 끌어올렸다. 덕분에 2008~2010년에는 3년 연속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개막 후 3개월이 흐른 현재 두산은 삼성 라이온즈, NC 다이노스와 함께 선두권 싸움을 하고 있다.

스포츠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두산 베어스, 홍보팀 박준호 대리

두산 베어스 홍보팀 박준호 대리는 선수들이 가진 귀여운 징크스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잘하는 선수든, 그렇지 못한 선수든 서로 북돋아주는 행동을 많이 합니다. 전날 안타를 많이 친 선수가 나오면, 그 선수가 한 행동을 계속 따라 하는 거죠. 심지어 그 선수의 팔뚝이나 손목 테이핑을 그대로 따라 하기도 합니다(웃음). 팀 전체로는 냉면을 먹으면 이기는 경기가 많아서 냉면류를 자주 즐기곤 해요.”

두산에서 가장 안타를 많이 친 선수는 홍성흔이다. 그는 이번 시즌에서 개인 통산 2000호 안타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건, 개인의 좋은 기록이 반드시 팀의 승리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딸이자 아역배우인 홍화리양이 시구한 날은 더욱 긴장이 된다. 홍성흔 선수는 인터뷰에서 그런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스포츠는 무조건 이겨야 해요. 지면 좋은 기록도 묻히니까요. 그래서 패배의 기억은 빨리 잊고 승리한 기억만 떠올리려고 한다. 그래도 딸이 시구를 했는데 지면 어쩌나 하는 부담이 큽니다. 너무 신경 쓰여서 딸에게 ‘아빠 있을 땐 이제 시구하지 말자’고 하기도 해요(웃음).”






NC 다이노스는 2013년부터 프로야구 1군에 참가한 프로야구 아홉 번째 구단이다.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판이 커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팀 수가 늘어나야 어린 선수들이 등판할 기회를 얻는다. NC는 올해부터 신생팀 특혜가 사라져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선수를 3명밖에 보유할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과 1, 2위를 다투며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NC 홍보팀 박중언 과장은 이 비결로 ‘자발적으로 훈련하는 선수들의 마인드’를 꼽았다.

아기 공룡이 크는 법
NC 다이노스, 홍보팀 박중언 과장

“우리 구단은 다른 팀보다 어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훈련량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자진해서 훈련량을 늘립니다. 정해진 훈련 시간 외에도 선수들이 항상 훈련장을 찾아오기 때문에 코치들과 부대낄 시간도 더 많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아버지처럼 의지할 선배 선수들이 든든히 버티고 있는 것 역시 NC의 강점이다. 이제 겨우 세 살인 아기공룡이 가을 야구를 넘볼 수 있게 된 이유는 이호준·손민한 등 불혹의 선수들이 ‘아부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이호준 선수를 ‘호부지’라고 부릅니다. 그는 세월을 거스르는 것처럼 제 역할을 다해주고 있어요. 선배들이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선전하는 모습이 후배들에게는 더없는 귀감이 됩니다.”

이들에게도 귀여운 징크스는 있다. 승리한 날의 식단을 경기 전에 똑같이 챙겨 먹는다든지, 그라운드의 선을 밟지 않고 경기장에 들어간다든지 하는 식이다. 선수들의 모자 안에는 남몰래 적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있다. 이 이름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다. 아기여도 공룡은 공룡이다. NC의 활약이 프로야구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KIA 타이거즈는 총 열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거머쥔 명문 구단이다. 1981년 창단 이래 지속적으로 스타 선수들을 배출하며 뜨거운 지지를 받아왔다. 작년 10월 부임한 김기태 감독은 5년간의 부진을 뚫기 위해 훈련에 놀이를 도입하는 등 분위기 쇄신에 앞장섰다. 2015 리그 반환점을 넘긴 선수들은 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와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무능하면 열정도 민폐다!’
KIA 타이거즈, 장세홍 트레이닝 코치

올해로 19년째 선수들과 함께해온 장세홍 코치는 누구보다 ‘마인드컨트롤’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그는 선수들이 스스로 일어서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단에서는 선수들에게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결국 프로선수이기 때문에 스스로 극복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김기태 감독님이 부임하시면서 집중 훈련을 하는 동안 선수들과 코치진은 매일 각자의 좌우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날의 시간표 밑에 좌우명을 적어놓고 공유했는데요. 동료의식을 쌓을 수 있었고, 팀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가져왔습니다. 신인 김명찬 선수의 좌우명이 인상적이었어요. ‘무능하면 열정도 민폐다’! 저희끼리는 빵 터진 기억이 있네요(웃음).”

남도음식이 가득한 광주가 홈구장인 덕분에 선수들이 찾는 맛집은 다양하다. 체력 유지가 중요한 요즘은 장어가 최고 인기라고 했다. 뜨거운 여름날, 끈끈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야구 명가는 다시 비상 중이다. 호랑이 구단이 ‘5할 본능’을 유지할지, 상위권을 향해 치고 나갈지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6월 위닝 시리즈(3연전 경기에서 이기는 것)를 하나도 거두지 못했다.
KT 위즈에 이어 리그 하위권에 머물고 있어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그러나 속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영원한 부산 갈매기 롯데 자이언츠는 반격을 준비 중이다. 팬들의 응원도 일편단심 뜨겁다.


Mentally, Emotionally, Physically
롯데 자이언츠, 윤영진 트레이닝 코치

작년 입단한 윤영진 트레이닝 코치에게 야구는 ‘멘탈 게임’이다. 그는 당일의 결과보다는 다음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애리조나 캠프 때는 명상을 통한 심리훈련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염종석 투수코치와 상의 후 심리 트레이닝을 실시했어요. 주로 어린 투수들을 상대로 진행했는데, 결과가 좋았습니다. 공을 던질 때의 긴장감이 줄었고, 선수들 마음가짐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장거리 달리기 훈련이 기억에 남아요. 힘들었을 텐데 선수들이 ‘내가 왜 뛰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목표의식이 생긴 거죠.”

요즘 같은 여름날에는 휴식이 중요하다고 했다. 운동과 휴식 모두 확실하게 취해야 선수들이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제가 늘 강조하는 게 Mentally(정신적으로), Emotionally(감정적으로), Physically(신체적으로)거든요. 이 세 부분이 조화를 이뤘을 때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고 봐요.”

선임 선수들에는 고마움을 전했다.

“송승준·임재철·김성배·김승회·심수창 등의 선임 선수들은 젊은 선수보다 더 파이팅이 넘쳐요. 또 항상 모범을 보여주니 후임 선수들도 신뢰하며 잘 따라줍니다.”






2013년, KT 위즈가 열 번째 팀으로 창단하면서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전열이 갖춰졌다. 창단 후 어린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KT는 신생팀답게 이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손발을 맞추고 팀워크를 다잡고 있는 권태윤 수석 트레이닝 코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눈 마주치며 엄지 척, 우리 구단의 마법
KT 위즈, 권태윤 수석 트레이닝 코치

권태윤 코치가 선수들의 기를 올려주는 방법은 유난하지 않다. 경기나 훈련을 지켜보다가 선수가 좋은 기량을 보이면 눈을 마주치고 엄지손가락을 슬쩍 들어준다.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마인드컨트롤하는 게 중요해요. 어떻게 관리하는 게 좋을지 조언할 때도 꼭 먼저 칭찬해줘요.”

코치의 깊은 속을 알아서인지 선수들이 잔소리를 자처하기도 한다. 박경수 선수의 경우에는 KT로 이적하기 전부터 권 코치와는 막역한 사이다. 스스로 부진하다고 생각되면 코치를 찾아온다. 속된 말로 “야지 좀 주세요”라며 오는 것인데, 일본말로 야유하다, 놀리다는 뜻이다.

“박경수 선수는 워낙 서로 잘 알아요. 실수하면 제가 잔소리를 좀 하는 편인데, 그런 날은 또 안타가 나와요. 그러다 보니 선수도 저한테 찾아와서 ‘야지 달라’고 하는 거죠(웃음).”

열 번째 구단의 창단은 프로야구 팬들의 오랜 염원이었다. 첫 시즌부터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건 무리겠지만, 젊은 피 KT가 날로 성장하는 모습은 야구 전체에 활기를 주고 있다. KT 위즈가 부리는 마법이다.

  • 2015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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