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맘’ 열풍 일으킨
에이미 추아 예일대 법학대학원 교수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깨닫는 데 30년이 걸렸어요”

올해 쉰두 살 에이미 추아의 목소리엔 열정과 자신감이 넘쳤다. 자그마한 몸집에서 솟구치는 기백이 그를 보기 위해 서울 롯데호텔 그랜드볼룸에 모여든 청중을 사로잡았다. 미국 전역에 이른바 ‘타이거 마더’ 열풍을 일으킨 예일대 법학대학원 교수. 엄격한 교육이냐, 아동학대냐 논란을 불러일으킨 에이미 추아는 전공인 법학보다 교육을 주제로 한 강연을 위해 전 세계를 누비고 있었다. TV조선이 주최한 ‘글로벌 리더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 그의 인기는 한국에서도 대단했다. 호랑이 엄마식 교육으로 두 딸을 하버드대와 예일대에 보냈기 때문이다. 저서인 《타이거 마더》는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였다. 강연이 끝난 뒤 에이미 추아와 따로 만났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날씬한 몸매는 운동을 통해 다져진 듯 건강해 보였다.

사진 : 조선DB
하버드대학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은 에이미 추아는 《타이거 마더》 이전에 《불타는 세계》, 《제국의 미래》의 저자로 이름을 알린 석학이다. 2003년 펴낸 《불타는 세계》가 미국 주도의 세계화를 경고한 논쟁작이라면, 2007년 출간한 《제국의 미래》는 로마·페르시아·대영제국 등 역사상 존재했던 초강대국들의 흥망성쇠를 분석해 얻은 결론을 토대로 쓴 책이다. “9·11 사태 이후 제국의 권위가 흔들리기 시작한 미국이 살길은 제국의 길을 포기하고 관용적인 강대국으로 복귀하는 것”이라는 게 요지. 특히 군사력 사용을 우려한 추아는 “다른 나라의 정권을 변화시키고 미국식 제도를 강제하는 일에 세계 최고의 군사력을 쓰고,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세계의 패권을 지키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떠벌리고 다니는 것은 미국의 입지를 위태롭게 할 뿐”이라고 경고해 화제를 모았다.

유명세는 자신의 전공분야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타이거 마더》(2011) 때문에 치렀다. 그는 “논란이 많은 사람이 되기까지 내게도 역경이 많았다”며 싱긋 웃었다. “전통 유교집안의 권위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부모를 공경하라, 선생님 말씀엔 무조건 순종해라, 말대꾸하지 마라, 부모를 자랑스럽게 하라고 어릴 때부터 배웠지요. 의미있고 소중한 가치관이지만 자기만의 독자적 사고, 혁신과 창의력를 기르는 데는 걸림돌이 되는 교육방식이었습니다.”

에이미 추아의 아버지는 1960년대 미국 MIT로 유학한 중국인이다. 집안 어르신들은 가업을 이어받으라고 권유했지만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그는 부모의 명을 어기고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도망쳐 MIT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얼마나 가난했는지 난방비를 못 내 그 추운 겨울날 보스톤 셋방에서 담요를 뒤집어쓰고 살았지요.” 카오스 이론을 연구해 주목받은 버클리대학 교수인 아버지는 지금도 장발을 하고 다닐 만큼 개성 강한 남자라고 했다.

“어머니는 중국 전통음식만 드셨지만 아버지는 멕시코, 스페인 음식까지 두루 즐기셨어요. 딸들을 낚시터나 스키장에 데려가셨고, 특히 맏딸인 저를 아들처럼 여겨서 나무 베는 법도 가르쳐주셨죠. 제가 여섯 살 때 아버지가 안식년을 맞으셨는데 석 달은 런던에서 살며 영어로 가르치는 학교에 우리를 보냈고, 그다음 석 달은 뮌헨에서 독일어로 가르치는 학교에, 나머지 석 달은 스위스에서 프랑스어로 가르치는 학교에 보내 공부를 시키셨답니다.”

추아는 또래의 미국 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생활을 했다고 털어놨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은 쇼핑몰로 놀러 다니는데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 수학문제부터 풀고 피아노 연습을 한 뒤 집안일을 도와야 했어요. 집에서는 중국어만 사용했지요. 영어 단어 하나라도 튀어나오면 그 회수만큼 젓가락으로 맞았습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유교 전통도 딸들에게 강요했다. “아버지가 퇴근해서 돌아오시면 제가 신발을 벗겨드리고 슬리퍼를 신겨드렸어요. 남자친구요? 상상도 못 해요. 댄스파티는 물론 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성적은 물론 늘 1등이어야 했다. “한 문제만 틀려도 야단맞았어요. 한번은 2등상을 받았는데, 아버지는 ‘다음엔 이런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해달라’고 하셨지요.”


부모를 거역하고 미국으로 도망친 아버지처럼 딸의 반란은 대학에 입학하면서 시작됐다. “대학은 집에서 가까운 버클리로 가라고 하셨지만 하버드에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몰래 원서를 내고 합격했지요. 처음엔 화를 내셨지만 친구분들이 부러워하니 허락하시더라고요. 자녀가 부모를 바꿀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웃음).” 문제는 전공이었다. “부모님 희망대로 의학과 응용수학을 택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B학점 이상 나오질 않았죠. 아버지는 그제야 딸에게 수학적 재능이 없다는 걸 아셨죠. 경제학으로 바꿨지만 역시 재미가 없었어요. 관심없는 분야는 창의적이기 힘들지요. 결국 법학을 선택했습니다.”

법학도 만만하진 않았다. 무조건 순응하는 교육을 받아온 추아에게 비판적 사고가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교수님 말씀 그대로 받아 적고 외우며 배웠으니까요. 유대계 미국인인 남편만 해도 어릴 때 저녁식사를 하면서 어른들과 정치, 경제 얘기를 스스럼없이 나눴다는데, 우리는 빨리 밥 먹고 숙제하러 가야 했으니 그저 달달 암기하는 법에만 능숙했죠.” 어느 판사의 일침이 추아를 일깨웠다. “당장 세상에 나가서 현장을 경험해보라고 하더군요.” 졸업 후 월스트리트로 달려가 3년간 로펌에서 일한 건 그 때문이다. 로펌 변호사로 멕시코 정부를 위해 일하는 동안 터득한 지식과 아이디어로 쓴 게 첫 저서 《불타는 세계》였다. “멕시코 역사와 경제를 공부하다 보니 하나의 패턴을 발견하게 됐죠. 자유시장경제에서 국영경제로 추가 왔다갔다 하는 겁니다. 역사는 시계추처럼 반복된다는 것을 깨달았죠. 《불타는 세계》를 쓰게 됐고, 그 책 덕분에 예일대 법대 교수가 되었습니다.”

30년 만의 시행착오 끝에 에이미 추아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부모가 원하고 남들이 기대하는 대로 사는 삶과 작별한 것이다. “혁신, 창의성으로 가는 길은 박스, 나를 가두었던 상자를 벗어나는 겁니다. 다른 이들이 생각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는 거죠.”


창의성을 위한 십계명

에이미 추아가 제안한 ‘창의성을 위한 십계명’은 누구라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일_ 아이가 자신의 의견을 스스로 도출하게 도와줘라.
“예닐곱 살 때부터 어른 대접을 해주세요. 밥을 먹으면서 정치, 경제, 환경을 주제로 토론해보는 겁니다.”

이_ ‘왜, 왜 그런 거지?’ 하고 물어라.
“아시아 교육의 맹점이 기존 사실을 답습하는 겁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가 ‘앞으로는 답이 아니라 질문을 가지고 회사를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더니 점점 더 좋은 해법이 나오더랍니다.”

삼_ 아이에게 시간과 공간을 줘라.
“자유를 주는 게 부모로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그러나 창의성을 꽃피우려면 자유시간이 많아야 합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 24시간 꼼꼼히 짜여져 있으면 새로운 아이디어나 글을 쓸 수가 없어요. 과학자나 발명가, 작곡가들이 산에 오르고 산책할 때 많은 영감을 얻지 않나요?”

사_ 인생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일러준다.
“소설・시 등 문학작품을 읽게 한 뒤 ‘어떤 생각이 드니? 어떤 기분이 드니? 어떤 인물이 마음에 드니?’ 물어보세요. 국가별・문화별로 서로 다른 저자, 문학작품을 읽게 하면 인생에는 여러 가지 답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오_ 미술을 즐기게 하라.
“피카소 같은 유명한 그림을 보라는 게 아니에요. 미술비평가인 시어머니는 명작이 아니라도, 꼭 미술관이 아니라도 상관없다고 하셨지요. 집에서 책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하게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명작과 졸작을 구분하는 눈이 생깁니다.”

육_ 독창성과 개성을 갖게 도와줘라.
“가부장적이었지만 아버지는 남과 다르게 입고,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없었어요. 유명한 사람을 따라 하는 건 개성이 아니에요. 모두가 싸이가 될 순 없어요. 싸이가 유명해진 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였기 때문이죠.”

칠_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라.
“아시아 부모들은 자녀가 무조건 명문대, 유명 기업에 들어가기만을 바라죠. 하지만 창업가 정신, 도전정신을 기르려면 작은 회사에 들어가 중요한 역할을 해보는 게 좋습니다.”

팔_ 다학제 간 교류를 장려하라.
“법학과 경제학, 심리와 철학, 역사와 사회학을 두루 교차교류하며 배우는 거죠. 혁신적 아이디어는 거기에서 나옵니다.”

구_ 성공을 보다 넓게 정의하라.
“아시아는 너무 좁은 의미의 성공만을 바라죠. 아이들의 다양한 재능과 창의성을 인정하게끔 한국 대학의 입시방법을 바꿔야 합니다.”

십_ 유머를 갖게 하라.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유머가 최고죠. 한국처럼 스트레스 많은 교육에서는 더더욱 필요하고요.”
  • 2015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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