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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은 히딩크와 달리 선수보다 언론 등 외부 요인에만 신경 쓰는 것 같다”

2002 월드컵 4강 주역 이천수가 바라보는 U-20·성인 월드컵과 K리그

한국 U-20(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의 이번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은 실패였다. 조별 리그에서 아프리카의 다크호스 기니, 남미의 축구 강호 아르헨티나를 잇달아 꺾으며 두 경기 만에 16강행을 확정했지만,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 잉글랜드전과 16강 포르투갈전에서 2연패 하며 최소 목표로 내세운 8강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뜨거운 축구 열기와 미래를 책임질 소중한 유망주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소득이다. 답답한 경기에 실망했던 축구팬들은 어린 태극전사들의 겁 없는 플레이에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5월 23일 아르헨티나전에서 리오넬 메시를 연상시키는 폭발적인 드리블을 선보이며 골을 넣은 이승우(19)는 확실히 다르다는 평가다.

이동국과 박주영, 기성용 등 수많은 스타가 이 무대를 누볐지만, 이승우만큼의 강렬함은 남기지 못했다. 아시아에서는 늘 최고였지만, 세계 무대에서는 아쉬움을 남기는 모습이 반복됐다. 그런데 이승우는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팀을 상대로도 개인 능력으로 득점을 뽑아냈고, 승리까지 이끌었다.

올 시즌 유럽 무대를 뒤흔든 비슷한 또래의 킬리앙 음바페(19)와 오스만 뎀벨레(20) 등과 비교하며, 이승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많았지만 그의 실력은 ‘진짜’였다. 너무나도 손쉽게 좁은 공간을 뚫고, 수비수를 제쳐내는 드리블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결정력 역시 수준급이다. 중요한 순간마다 득점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스타성은 한국 축구의 중심으로 올라설 그의 미래를 가늠케 한다. 2017년 이승우가 한국 축구의 핫이슈로 급부상하면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인 이천수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이승우가 17년 전의 이천수와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천수는 작은 체구였지만 유럽 선수에 밀리지 않는 테크닉과 프리킥을 지녔던 선수였다. 그도 염색 등으로 본인의 개성을 표현했다. 이승우는 옆머리에 ‘SW’라는 글자를 새기고 이번 U-20 월드컵을 뛰었다. 승우의 약자이자 결승전이 열리는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고 한다. 이천수는 이번 U-20 월드컵과 본인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은 이승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 대표팀이 U-20 월드컵 16강 탈락 직후 그와 만났다.


이천수가 바라본 이승우

이승우
《topclass》 응원 많이 했는데 아쉽겠습니다.

“정말 아쉬웠죠. 2002년 월드컵에서 저희가 포르투갈을 잡아내고 4강 신화를 썼잖아요. 후배들도 포르투갈전 승리로 다시 한 번 역사를 쓰길 바랐죠.”

이천수는 U-20 월드컵 기간에 축구와 기부를 연결한 인기 콘텐츠 크리에이터팀 ‘슛포러브’ 대회 후원사인 KT와 함께 힘을 모아 경기장에서 응원전을 펼쳤다.

《topclass》 이승우가 17년 전 이천수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오던데요.

“요즘 만나는 분마다 승우가 어릴 때 저와 비슷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릴 때가 기억이 잘 안 나서 어머니께 제 과거 비디오 좀 보여 달라고 해서 봤습니다. 승부욕이 강한 게 비슷한 것 같긴 하더군요.”

한국 유소년 축구의 대부이자 대동초교에서 이승우를 가르치고 스페인 무대로 이끈 김영균 한국유소년축구연맹 회장은 “(이승우는) 어릴 적 이천수를 빼닮았다”고 했다.

《topclass》 머리 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것도 비슷하지요.

“그렇죠. 저도 예전에 염색을 많이 했죠. 솔직히 제가 처음 염색을 하게 된 것은 부모님이 경기장에서 나를 잘 알아볼 수 있으시게끔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솔직히 염색은 자신만의 개성이고 참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경기력에 자신감이 있기에 염색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요즘 관중 분들은 어느 선수가 잘 움직이고, 잘 안 움직이는 것까지 보십니다. 튀는 염색이나 머리 스타일을 하면 그 선수의 움직임이 더 잘 보이겠죠. 개성 강한 머리 스타일이 더 열심히 뛰게 하는 동기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승우도 U-20 월드컵에서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열심히 뛰지 않았습니까.”

인터뷰 장소에 나온 이천수는 짧고 단정한 검은 머리였다.

《topclass》 냉정하게 이승우의 실력은 어떻습니까.

“좋은 구단(바르셀로나 후베닐A)에서 뛰는 선수지 않습니까. 기술적으로는 뛰어나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한국 축구는 항상 골 결정력이 문제였는데 승우가 해결사 역할을 해 주지 않습니까. 자기 능력만 계속 잘 발휘하면 된다고 봅니다. 지성이 형(박지성)처럼 한국 축구의 진정한 캡틴이 될는지는 좀 지켜봐야겠죠. 제 생각으로는 언론이 내버려둘 때는 내버려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심 분야에서 잘하니까 관심을 둘 수는 있겠지만 그런 관심이 오히려 승우에게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히딩크와 슈틸리케의 차이

슈틸리케(왼쪽)와 히딩크.
이야기의 주제는 성인 대표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으로 넘어갔다. 이천수는 최종 예선을 단독 생중계하는 JTBC의 해설위원이다. 한국 대표팀은 고전 중이다.

《topclass》 고전하는 이유가 뭐라고 봅니까.

“굉장히 민감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에게 문제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솔직히 저는 슈틸리케 감독이 언론 등 외부 요인에만 신경 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topclass》 거스 히딩크와는 많이 다릅니까.

“히딩크 감독도 사람이기에 언론이 신경 쓰였을 겁니다. 그런데 대응 방법이 슈틸리케와 달랐습니다. 인터뷰에 나서기 전에 코칭 스태프와 국내 언론담당관, 해외 언론담당관과 코디네이터였던 얀 롤프스와 상의를 했습니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죠. 선수들은 그냥 감독을 믿고 훈련에만 집중하면 됐습니다. 저는 이것을 감독의 장악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topclass》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안전’을 위한 인터뷰를 한다는 이야기입니까.

“꼭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선수들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소리아(이란 축구 국가대표) 같은 선수가 없다’고 말했는데, 선수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습니까.”

《topclass》 감독 경질이 답인가요.

“히딩크 감독은 저를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긴장감과 절실함을 주려고 억지로 대표팀에 뽑지 않았고, 일부러 경기에 투입하지도 않았죠. 화도 났지만, 자꾸 승부욕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정말 죽을 각오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표팀에는 그런 게 없습니다. 당연히 뽑히고, 당연히 뛰는 선수가 있습니다. 결코 선수들을 탓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아는 몇몇 선수들은 ‘열심히 해도 어차피 안 뽑혀’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대표팀을 간절한 자리로 만들어야 선수들도 강해집니다.”

《topclass》 선수들의 잘못은 없습니까. ‘중국화’(중국 리그로 이적한 국가대표 수비수들의 경기력이 부진하자 중국 리그에서 실력이 떨어졌다는 의미) 논란도 있지 않습니까.

“제가 정말 선배들한테 혼나면서 운동을 해서 후배들한테는 좋은 이야기만 해주고 싶습니다.”

《topclass》 그래도 솔직히 2002년 대표팀과 비교했을 때 실력 차이가 큰 것 같은데요.

“뭐 이런 건 있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 대표팀 형들과 대부분 친했습니다. 그래도 경쟁심은 가졌죠. 상대를 이기는 것은 물론이고, 대표팀 공격수 선배들보다 내가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죠.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면 피해가 큰 나라입니다. 후배들이 꼭 월드컵에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중국 자본이 K리그에 들어온다면 모든 면에서 반등할 것

이천수는 K리그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영락없는 ‘축구 바보’였다.

“제가 올해 아시아축구연맹챔피언스리그(ACL)를 중계했는데 K리그 팀은 모두 16강에서 탈락했습니다. 정말 충격이더군요. 이는 ACL이 확대 개편되면서 K리그에 4장의 쿼터가 배정된 2009년 이래 가장 나쁜 성적입니다.”

K리그는 매년 한 팀 이상을 8강에 올려놓았다. 2009~2013년 5년간 결승 진출팀을 매년 배출했고 지난해엔 전북이 우승했다.

《topclass》 왜 이런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 걸까요.

“중국 빅클럽들이 시진핑 주석의 ‘축구 굴기’ 정책 아래 상상할 수 없는 특급 용병들을 영입하면서 한국 구단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또 일본과의 수준 차이도 상당하고요.”

《topclass》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중국은 그렇다 쳐도 일본한테도 밀린다는 이야기입니까.

“네. 이번 ACL을 중계하면서 느낀 점은 중학생(K리그 팀)이 고등학생(J리그 팀)과 경기하는 것처럼 보일 만큼 수준 차가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은 특유의 패스 게임을 하면서도 우리를 이기기 위해 상대 선수와 부딪치고 몸을 던졌습니다. 이는 우리가 반성해야 할 점입니다.”

한숨을 한 번 크게 쉰 그는 “중국 투자자 중에는 K리그 구단에 관심을 보이는 이도 있다”며 “규모가 큰 중국 자본이 K리그에 들어온다면 실력 등 모든 면에서 반등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이 인터밀란 등 유럽의 명문팀을 인수해 왔는데, 그 비용이 막대해 움직임이 주춤거리는 상태입니다. 이런 구단에 비하면 K리그 구단은 투자자 입장에서 아주 저렴한 편이죠. 중국 자금이 투입되면 유명한 선수들이 K리그에서도 많이 활동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K리그의 수준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겁니다.”

최근 2년간 중국 자본이 인수한 해외 축구팀은 세계 클럽 순위 7위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15위 맨시티(영국)에 이어 22위의 인터밀란(이탈리아)까지 12개에 이른다.
  • 2017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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