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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지혜를 담은 책 best 5

나무는 약 4억 년 전부터 이 땅에 존재해왔다.
그 긴 세월 동안 차곡차곡 쌓인 나무의 지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철학자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안겨왔다.
그런데 유독 팬데믹이 창궐하는 최근 들어 나무 관련 도서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매일 숫자로 표기되는 불안의 시대, 오랜 세월 생존과 번영을 이어온 나무의 지혜를 배우고 싶어서가 아닐까.
흔들리면서도 결국 꿋꿋이 이겨내 생명성의 상징으로 추앙받는 나무. 나무의 철학을 깊게 다룬 책 다섯 권을 엄선했다.
ⓒ gettyimages
“세상은 목수를 필요로 한다.
목수는 연결하는 사람이다”


《나무의 시간》
김민식 지음 / b.read(브레드)

무언가를 깊이 좋아하는 마음을 품고 오랜 시간 그 대상에 천착해온 사람의 글에서는 두근거림이 전해진다. 나무 보헤미안으로 불리는 내촌목공소 김민식 씨가 쓴 이 책이 그렇다. 김민식 씨가 내촌목공소와 인연을 맺은 이야기부터 한 편의 동화 같다. 회사의 상사맨으로서 좋은 목재를 찾아 세계를 누비던 그는 우연히 강원도 홍천 내촌목공소 이정섭 목수의 가구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이정섭 목수는 서울대 미대 출신의 괴짜 은둔 장인. 김민식 씨는 이정섭 목수의 매니저이자 홍보맨을 자처했고, 그의 수완으로 내촌목공소는 명소로 거듭나게 됐다. 투어 가이드를 자처하면서 그의 나무에 대한 지식과 지혜는 더욱 깊어졌고,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책을 내봐라”는 제안을 받게 됐다.

그렇게 탄생한 이 책은 저자의 첫 책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나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지혜를 안정적인 문체로 담아냈다. 건축과 역사는 물론 문학, 과학, 예술을 오가며 나무와 관련된 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톨스토이, 고흐, 안도 다다오, 호크니, 박완서에 이르기까지, 이들과 연관된 나무 인문학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펼쳐 보인다.

좋은 목재를 찾아 지난 40년간 400만㎞, 무려 지구 100바퀴를 돌았다니 그 열정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쉽게 접하기 힘든 저자만의 경험과 지식이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에 녹아들어 있다. 가령 “약한 나무가 필요한 곳이 있다. 서랍에 소나무를 쓰면 뒤틀려 수월하게 여닫지 못할 것이고, 단단한 참나무는 겨울철 온돌방에서 갈라진다”는 구절. 책의 마지막은 이렇게 매듭짓는다.

“세상은 목수를 찾고 있다. 목수는 연결하는 사람, 소통하고 이해하게 하는, 평화를 만드는 이다.”



“한번 자생력을 갖춘 나무는
병들어 죽지 않는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우종영 지음 / 메이븐

30여 년간 아픈 나무들을 돌봐온 나무의사 우종영 씨가 전하는 ‘나무에게 배운 단단한 삶의 지혜’. 2001년 출간된 후로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책이다. 20년 만에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버전으로 출시되며 또 한 번 화제몰이를 했고, 김수환 추기경이 추천한 책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의 삶의 질곡을 만난다. 그리고 그 질곡에서 한참을 허우적거리다가 빠져나와 보면 알게 된다. 나를 끌어올린 존재는 의외로 가까이 있다는 것을. 저자는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을 살린 건 나무였다고 고백한다. 한번 뿌리내리면 평생 그 자리를 떠날 수 없는, 그러나 결코 불평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나무. 고통을 스스로 이겨내고 자생력을 갖춘 나무에 대해 이런 찬사를 전한다.

“한번 자생력을 갖춘 나무는 누가 와서 억지로 베어내지 않는 한 절대 병들어 죽지 않소. 다만 그렇게 되기까지 많이 기다려야 하는 게 문제지.”

3000년을 사는 주목나무, 허기를 달래준 주목나무, 박수 칠 때 떠나는 지혜를 깨닫게 한 동백나무, 지울 수 없는 과거를 대하는 법을 알려준 조팝나무 등 30여 그루 나무의 특성과 그로부터 얻은 철학을 잔잔하게 전해준다. 저자가 나무에게서 배운 육아의 지혜가 유독 마음에 남는다.

“나무 키우는 대로만 하자. (중략) 언뜻 보면 참 무심한 듯 보이지만, 그것은 절대 방치가 아니다. 품 안에 두지 않고 거리를 두되, 늘 지켜보면서 나무가 필요로 하는 것들에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가장 약한 개체를 많이 포용하는 공동체가
가장 번성한다”


《자연처럼 살아간다》
게리 퍼거슨 지음 / 덴스토리

한마디로 놀라운 책이다. 우연히 집어들었다가 자연의 경이로움을 대하는 깊이 있는 통찰력에 빠져들고 말았다. 뒤늦게 저자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생태 에세이스트 게리 퍼거슨. 미국 저널리스트 및 작가협회에서 ‘2016년 최고의 에세이스트’로 선정한 작가이기도 하다. 40년간 5만㎞에 가까운 오지를 탐험했으며, 20년에 걸쳐 자연의 생태학·정신적 가치에 중심을 둔 강연을 해왔다.

책의 부제는 불안과 절망을 건너는 여덟 가지 방법. 신비로움, 상호 의존, 다양성, 여성성, 유대, 효율성, 회복의 예술, 성장 등 여덟 가지 주제로 나누고, 과학과 심리학, 역사와 철학을 넘나들며 펼치는 사유는 아름답고 따스하며 미래지향적이다. 퍼거슨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문화와 관습 등 인위적인 노모스의 영향을 받는 사고를 해왔는지를 알게 된다.

“그 시절엔 당신과 세상 사이의 벽이 지금보다 얇았다. 인간과 주변 환경을 단절시키는, 문화가 요구하는 관습이 아직 굳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특히 경계하는 것은 인간의 이분법적 사고방식과 범주화다. 지나치게 범주화하면 미지의 공간에 삶이 존재한다는 가능성을 놓치게 되고, 결국 슬픔과 불만에 빠지기 쉽다는 것. 또한 절대적인 언어(한 번도, 완벽히, 결코 등)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크다고 한다. 책에서 나무는 자연이 전하는 교훈을 깨닫게 해주는 아주 훌륭한 시작점으로 소개된다. 더불어 다윈이 말했듯 “가장 약한 개체를 많이 포용하는 공통체가 가장 번성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저마다의 멋과 아름다움이 있다”


《나뭇잎 수업》
고규홍 지음 / 마음산책

잎은 나무의 얼굴이자 식물의 심장이다. 각각의 나무를 서로 다른 종으로 구별 지을 때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잎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꽃과 열매에 더 마음을 빼앗기곤 한다. 화무십일홍이라며 꽃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꽃이 진 자리에서 생겨난 열매에 감사해한다. 새순으로 나와 자라고, 낙엽이 되어 잎을 떨구기까지 몇 계절 동안 이어지는 나뭇잎의 일생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30년 가까이 전국을 다니며 나무의 생태를 기록해온 나무 인문학자 고규홍 씨가 이번에는 나뭇잎에 확대경을 들이댔다. 저자가 바라보는 나뭇잎은 생태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잎이 에너지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나무의 생존, 더 나아가 식물로부터 이어지는 생태계 먹이사슬이 불가능하다는 것.

책은 친절하고 쉬운 수업 같다. 소나무와 전나무의 차이, 플라타너스가 가로수로 채택된 이유, 연잎의 물방울들이 왜 스며들지 않고 굴러다니는지, 왜 다육식물이 공기 정화에 도움이 되는지 등 나뭇잎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부터 역사적 일화, 수목원의 다양한 나무 이야기를 재미있게 담아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혀준다. 아름다운 수국이 사실 가짜 꽃잎이며, 꽃받침 부분에 해당한다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알았다. 그런가 하면 나뭇잎이 구조조정을 하는 이유와 방식 등을 통해서는 인간사의 지혜를 넌지시 건네준다.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생존과 공존을 위한 투쟁의 결과라는 것.

“세상의 모든 생명은 제가끔 자기만의 멋과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 아름다움에는 살아남기 위한 간절함이 들어 있기 마련이지요.”



“나무는 늘 우리보다
지혜롭다”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헤르만 헤세 지음 / 창비

나무가 전하는 작고 소박한 기쁨과 위로에 대한 열여덟 편의 에세이와 스물한 편의 시. 시와 함께 실린 보드라운 세밀화는 가만히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안긴다. 헤르만 헤세는 나무가 많은 산악지대에서 자연을 보고 사유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이 시절에 갖게 된 자연친화적 감수성과 생명의 언어들이 그의 작가 인생에 토대가 되어줬다. 스위스 고산지대에서 자유분방하게 자란 페터의 성장기를 다룬 헤세의 출세작 《페터 카멘친트》가 그의 어린 시절을 담은 자전적 소설이라면, 이 책에서는 나이 들며 다진 대자연에 대한 사유의 깊이를 보여준다. 생과 사, 젊음과 늙음, 성숙과 성장, 탄생과 소멸 등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생명을 의인화해 친구처럼 바라보는 헤세의 시선은 여전하다. 나무의 신비로운 면모를 발견하면 마치 어린아이처럼 신나서 경이로워하고, 나무가 아파하면 친한 친구를 잃은 듯 같이 아파하고 슬퍼한다. 아끼던 나무가 죽자 그 자리에 어떤 나무도 들이지 않겠다는 헤세의 말은 그가 얼마나 각각의 나무와 깊은 교감을 나눴는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동안에도 나무는 우리보다 더 지혜롭다. 하지만 우리가 나무의 말을 듣는 법을 배우고 나면, 우리 사유의 짧음과 빠름과 아이 같은 서두름은 비할 바 없는 기쁨이 된다.”

자연과 일체된 헤세의 관점이 처음에는 좀 낯설 수 있다. 하지만 독자의 시선을 내려놓고 헤세의 시선으로 나무를 바라보고 느끼고 깨달으려 노력하면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내면이 고요해지면서 자아가 몰랑하게 깨어나는 경험. 주변의 생명이 낯선 몸짓으로 새롭게 다가오는 경험.
  • 2022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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